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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 - 스콧 피츠제럴드는 ‘이렇게 글을 씁니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래리 W. 필립스 엮음, 차영지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25년 4월
평점 :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고전 작가의 생생한 조언으로 나만의 문장을 다듬는 책




코미디에서는 가장 강렬한 장면이 먼저 나와야 해. 한 캐릭터가 웃긴 인무롤 자리잡고 나면, 그가 뭘 하든 재미있게 느껴지거든. 적어도 현실에서는 그렇잖아. -p61
천재성이란 자신의 머릿속에 떠올린 것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p114
살면서 준비한 모든 자질은 소설가가 되기 위한 것이었어. 그것은 엄청난 분투 끝에 얻어진 거였지. -p174
누군가에게 글쓰기는 직업일 수 있다. 누군가에겐 취미이고, 누군가에겐 외면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러나 모든 이들에게 공통되는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글쓰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는 바로 그 쉽지 않은 길을 기꺼이 걸어간 한 작가의 생생한 고백이자,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창작자에게 보내는 절절한 응원이다.
피츠제럴드는 우리가 흔히 '문학의 별'처럼 기억하는 이름이다. 『위대한 개츠비』, 『밤은 부드러워』로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지만, 이 책을 통해 만나는 그는 더 이상 찬란한 무대 위의 상징이 아니다. 대신 우리는 책 속에서, 불안과 피로 속에서도 펜을 놓지 않았던 한 인간, 삶과 예술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한 작가 피츠제럴드를 마주한다.
“좋은 작품은 저절로 써지는데, 별로인 작품은 억지로 써내야 해.” 이 얼마나 절절한 고백인가. 우리는 피츠제럴드가 남긴 편지, 수기, 단상들을 따라가며, 글 한 줄 쓰기 위해 며칠을 씨름했던 그의 밤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또한 그는 말한다. “훌륭한 글쓰기는 깊은 물속에서 오래 숨을 참으며 헤엄치는 일과 같다.” 창작이란 결국 버티는 것, 얕은 물가에서 잠깐 발 담그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깊은 숨과 함께 일깨워준다.


이 책은 피츠제럴드의 고백을 통해 글쓰기의 기술적인 면부터 작가로서의 존재론적인 질문까지 폭넓게 다룬다. 그는 인물 창조, 비평과 비평가의 역할, 작가로서의 태도 등 글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주하게 될 고민들을 솔직하게 풀어놓는다. 그는 소설을 쓰는 데 있어 “매력적인 무대, 역동적인 전개, 활기찬 인물, 적절한 속도감과 활기”가 모두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그중 두세 개라도 놓치면 그 글은 이미 절반쯤 죽은 백화점이라며 단호하게 경고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예술에 안전제일은 없다”고 선언한다. 그가 글쓰기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문장이 아닐까.
무엇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피츠제럴드가 글쓰기를 단순한 직업이 아닌 ‘삶의 언어’로 다루었기 때문이다. 그는 말한다. “삶에 대한 날카롭고 명확한 태도 없이, 어찌 소설가로서의 책임을 떠맡을 수 있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글쓰기란 결국 삶을 통과한 사람이 세상과 맺는 가장 진실한 방식이란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글을 쓰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기술서가 아니다. 오히려 '왜 쓰는가', '무엇을 위해 쓰는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싶은 이들에게 꼭 필요한 영혼의 동반자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 매일 책상 앞에 앉는 당신이라면, 이 책은 더없이 깊은 공감과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의 가치는, 우리가 어느 날 갑자기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또는 모든 문장이 무력하게 느껴지는 순간, 조용히 펼쳐 다시금 시작할 수 있는 힘을 건네준다는 데 있다. 『피츠제럴드, 글쓰기의 분투』는 쓰는 삶을 택한 우리에게, 가장 깊고 단단한 응원이 되어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