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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푸른 벚나무
시메노 나기 지음, 김지연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5월
평점 :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서툴지만 진심을 다해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따뜻한 위로의 책



봄은 언제나 다시 오지만, 그 봄을 받아들이는 마음은 매번 다르다. 《카페 도도》 시리즈로 25만 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시메노 나기 작가가 이번에는 100살 된 벚나무의 시선을 빌려 잔잔하지만 깊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카페 체리 블라썸. 한때는 외할머니가 운영하던 호텔이었고, 그 딸이 운영한 레스토랑이었으며, 지금은 손녀 히오가 이끌어가는 작은 카페. 그리고 그 마당 한가운데는, 세 여성의 시간을 묵묵히 지켜봐 온 백 년 된 벚나무가 서 있다. 이 소설은 바로 그 벚나무의 시선으로, 계절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는 동안에도 꾸준히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꽃이 피고, 푸른 잎이 돋고, 단풍이 들고, 다시 잎이 지는 사계절처럼 히오의 삶도 천천히 변화한다. “두드러진 성장은 눈에 보이지 않을지라도 그렇게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면서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것 자체가 느리게 성장하는 인생이건만…” 책 속의 이 문장은 마치 나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았다.

서툴고 작아 보이지만, 매일의 고요한 반복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조용히 말을 건넨다. “그것만으로도 너는 잘하고 있어.” 읽는 내내 나도 어느 벚나무 아래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바람을 타고 날아드는 꽃잎처럼, 책장은 조용히 넘겨지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들은 어느새 마음 깊숙이 내려앉는다. 삶이 때로는 공허하고, 반복되는 하루가 지루하게 느껴질 때, 《그해 푸른 벚나무》는 그렇게 잔잔하게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