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프 1
캐서린 스토켓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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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책장을 덮고 열흘을 보냈다. 아마존 리뷰 3200여 개, 평점 별 넷 반. 내가 과연 어떤 말을 보탤 수 있을까? 하지만 미시시피 주의 잭슨, 그 곳의 모든 것을 다 포용하고 안아줄 듯한 너그럽고 지혜로운 아이빌린이, 얄궂게 바른 말을 하지만 전혀 밉지 않은 누구보다 여리고 고운 미니가,  껑충 큰 키에 조금 어리숙해 보이지만 옳음에 흔들림없는 배짱 두둑한 스키터가 내 삶에 아직 그대로 숨쉬고 있어 나는 내 몫의 그 뜨끈뜨끈해진 심장만큼, 의 기록의 남겨 본다.

p.24 "현실을 바꾸고 싶다는.......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가 묻는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미스 스키터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여태껏 그렇게 바보 같은 질문은 처음이다. 조용하고 평화롭던, 삶을 그녀가 흔들고 있다. 흑인 여성들은 백인 가정의 가정부로 일하면서 느끼는 멸시와 천대, 그리고 인간으로서 누구나 누려 마땅할 존엄성마저 누리지 못하지만 그 어글어진 현실은 그렇게 그들의 삶이다. 그들은 억울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 슬픔을 토해내는 순간 그들의 삶이 무너질 수 있음을 알기에 그저 순응하고 감내하는 쪽을 선택했다.

p.178

"부탁이에요. 그래도 생각은 해봐줄 거죠?" 

p. 208

"하지만 화를 내며 저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걸 어떻게 믿지요?" 

"그건.....그저 나를......믿어야 한다는 말밖에 못 하겠어요." 

백인의 가정에서 대학교육까지 잘 마친 스키터는 왜, 조용하고 안락한 삶을 포기하고 그녀를 위험으로 몰아갈 수도 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애쓰는 것일까? 그것은 작가 캐스린 스토킷 또한 - 물론 시대는 많이 변했을지라도 - 이 불편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두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p. 354(2권) 우리 식구 중에서 디메트리에게 미시시피에서 흑인으로 살면서 백인 가정을 위해 일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물어본 사람은 단연코 없었을 것이다...나는 오랫동안 내가 그 당시에 디메트리에게 그 질문을 할 만큼 철이 들었더라면, 좀더 사려 깊었더라면 하고 바랐다...그것이 내가 이 소설을 쓴 이유다. 라고 이야기했다. 흑인 가정부에게 누구보다 깊은 사랑을 받고 자란 백인 아이였던 스키터는 그리고 캐스린 스토킷은 조금 늦었지만 그 이야기를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p.111 콘스탄틴이 자기 엄지를 내 손에 꾹 눌렀다. 나는 알아들었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나는 살면서 끊임없이 정치에 대해, 유색인데 대해, 여자로 사는 것에 대해 무엇을 믿으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콘스탄틴이 내 손에 자기 엄지를 꾹 누른 그 순간, 내가 무엇을 믿을지는 나 자신의 선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스키터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손바닥의 꾸욱 눌러주던 콘스탄틴의 믿음 덕분이였으리라.

아이빌린이 스키터의 부탁을 받아들이고, 미니를 설득하며 그들의 작지만 위대한 반란은 시작된다. 그들의 걸음은 늘 조심스럽고 위태로왔다. 그들과 동행하는 나도, 큰 숨을 쉬기 어려울만큼 마음 졸이며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며 그렇게 끝없는 응원을 보낸다. 하지만 p.114 오, 비밀을 함께 나눌 사람이 있다는 건 참으로 짜릿한 일이었다. 그들이 비밀에 나도 같은 편이 된듯한 신나는 기분이다. 아이빌린이 내 응원을 알아줄 것 같은 마음이다. 나쁜 여자의 표본인 힐리 홀브룩과 정말 바보같은 엘리자베스 리폴트, 그리고 본성이 맑은 그러나 강하여 매력적인 미스 셀리아과 얽히고설키며 이야기는 지루할 틈 없이 진행된다. 흑인과 백인의 인종차별이라는 커다란 이야기 안에 백인 사회안에서도 존재하는 계급, 그리고 여자로 감내해야 했던 차별을 가슴 저미게 때론 나도 모르게 피식피식 웃음을 흘릴 만큼 유쾌하게 때론 콧날 시큰하여 뭉클뭉클 감동스럽게 이야기를 그려낸다. 이야기는 1960년대 미국의 이야기이며 또 지금, 우리의 이야기로 그렇게 살아있어 잠시도 쉬지 않고 우리를 끌어들인다.

잭슨에 늘 쓰라린 차별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였다. p. 44(2권) "삼십 년 뒤 미스 마거릿이 부인병으로 숨졌을 때 나도 장례식에 갔어요...미스 마거릿이 쓴 편지가 들어 있더군요. '고마워. 내 아기가 아프지 않게 해줘서. 절대 잊지 않을게.'"칼리는 검은 테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친다. "누구든 백인 여자가 내 이야기를 읽을 때 이걸 알아주면 좋겠어요. 누군가 당신에게 베푼 것을 기억하며 진심을 담아 고맙다고 말하는 것은...." 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식탁의 긁힌 자국을 내려다본다. "정말 좋은 일이라고." 그것이 우리의 바람보다 훨씬 더딜지라도 그것은 그들에게 이미 존재했던 변화의 작은 가능성이었다. 그들에게 수많은 선이 존재했지만 그보다 먼저, 그들의 내면 깊은 곳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평등함이 살아 있었음이라.

그들과 동행하는 동안 그 진하고 확고한 믿음이 부러웠다. p.29 는 미니 옆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녀가 씩 웃더니 팔꿈치로 툭 치며 인사를 한다. 그러고는 등을 기대고 편히 앉는다. 내 앞에서는 겉치레할 필요가 없다. p.99 (2권) 미스 스키터는 내 시선을 피하며 메마르게 웃는다. "지나간 일은 마음에 안 둬요." 그녀는 허탈하게 웃는다. 나는 가슴이 아프다. 누구나 마음에 두기 때문이다. 흑인이나 백인이나 모두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잊지 못한다. 사실 그녀들은 누구보다 약했다. 두려웠다. 망설였다. 그럼에도 그런 모험을 감행할 수 있던 것은 튼튼히 뿌리 내린 진한 믿음 덕분이였을 것이다. 타인으로부터의 믿음과 지지(支持)는 그 어느것보다 강한 힘을 발휘하니까. p.266~267 (2권) 그 순간 목사가 내게 상자 하나를 내민다. 흰 종이로 포장하고 책 표지와 같은 하늘색 리본으로 묶은 것이다. 그가 축복의 의미로 거기에 손을 얹는다. "이건, 그 백인 여성에게 주는 거예요. 그녀에게 우리가 사랑한다고, 우리의 가족처럼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 결국 나도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p. 290 (2권) 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안다. 그들은 대차고 억척스러운 미니라고, 혼자 충분히 일어설 수 잇는 여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리로이가 나를 두들겨 팰 때 내가 얼마나 엉망진창으로 참담해지는지 그들은 모른다. 그를 되받아치지가 겁난다. 내가 그렇게 하면 그가 나를 떠날까 겁난다. 나도 이것이 어처구니없다는 것을 잘 알고, 내가 이렇게 나약하다는 사실에 봅시 화가 난다! 나를 미친 듯이 두들겨 패는 사람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가? 나는 왜 바보 같은 술주정뱅이를 사랑하는가? 누구보다 강단(剛斷)있어 보이던 미니의 여림을 마주하면서 당장이라도 달려가 안아주고 싶었지만, 모른척해야 했다. 그녀는 여전히 우리가 대차고 억척스러운 미니로 생각해주길 바랐으니까. 다행히 모두를 지키기 위해 미스 힐리와의 파이 사건을 책에 넣고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깊은 두려움에 떨던 속 깊은 미니,는 리로이를 떠날 것을 결심한다. 그녀는 정말 용감하다.  

p. 311 (2권) 정말 가능할까? 나는 처음으로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한다. 정말 내가 할 수 있을까? 미니의 말도 옳고 아이빌린의 말도 옳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빼면 이곳에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부모님 때문에 남았다가는 오히려 서로 관계만 어그러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선반에 기대어 눈을 감는다. 간다. 뉴욕으로 간다. 결국 그녀는 뉴욕에서 원하던 일자리를 얻었고, 떠날 용기를 낸다. 일은 그렇게 흘러가야 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이다. 그녀의 어머니가 말했듯 p.200~201(2권) "내가 너를 얼마나 똑똑하고 친절한 사람으로 키웠는지 모른다면 스튜어트가 당장 스테이트 가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상관없어." 어머니가 눈살을 찌푸리고 겨울의 땅을 바라본다. "솔직히 나는 스튜어트가 탐탁지 않구나. 너를 만난 게 얼마나 행운인지 모르고 있잖니." 그녀는 정말 눈부시다.

p. 343 (2권) 어쩌면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내 나이는 그리 많은 나이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 생각에 울음과 웃음이 동시에 터진다. 어젯밤만 해도 나는 내 인생에 새로운 것은 전혀 없을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자신의 천직으로 여겼던 가정부이길 버리고 자신으로서의 삶을 살아보기로 결심하는 아이빌린. 작가 캐스린 스토킷이 <헬프>에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이 아니였을까. 전혀 새로울 것 없어 보이는 잠든 우리의 삶을 깨우라고. 그래야 한다고. 그것이 삶의 순리라고. 이렇게 미니, 스키터, 아이빌린이 자신의 삶을 찾는 첫 걸음을 내딛으며 <헬프>는 긴 여정을 마친다. 이것은 <헬프>의 마지막이지만 또 다른 용기의 시작이다. 그리고 나는 변함없이 그녀들의 걸음을 응원할 것이다. 
 



 

p.276(2권)

"아직 울 때가 아니예요. 어쩌면 일은 흘러가야 하는 대로 흘러가는 걸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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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장마비가 온 뜨겁게 달구어진 온 대지를 식히는 7월의 시작, 그 비와 또 다른 뜨거움, 그만큼의 열정으로 함께 할 6월의 에세이 분야 신간들을 기대합니다. "여러분이 이 책을 읽는 데는 단 몇 시간이면 족하겠지만, 이 책을 쓰는 동안 내 머리는 하얗게 세었다." #김태광. <청춘아, 너만의 꿈의 지도를 그려라> 한글자 한글자에 깊이 새긴 그 뜻을 기억하면서, 더 소중하게 더 감사한 마음으로 읽어야겠다고 마음해 봅니다. 


 

여자를 위한 인생 10강

신달자 지음 │ 민음사 │ 2011.06.20 

 알 수 없는 미래는 불안하기만 하고, 빠르게 변하는 시대의 변화 속에서 자꾸만 뒤처지는 것 같고, 사회통념과 부딪쳐 깨지고,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여자들은 외롭고, 아프고, 슬프다.

이 책은 그런 여성들에게 열 번의 실패도 인생에선 작은 숫자이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껏 도전하라고, 외로움과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고 즐길 때, 나이 든다는 것은 단순히 늙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것, 나이와 함께 더욱 아름다워지는 것이라고, 그렇게 행복은 여자가 창조하는 신화라고 말한다

옆자리 동료가 임신을 했습니다. 너무나 축복스럽고 감사한 그 일에 즐거움보다는 염려가 앞서버립니다. 남편은 공부중이고 집안의 생계는 혼자 책임지는 그녀에게 아이는 온전히 반길 수 없는 존재입니다. 여자로서 가장 행복해야할 순간, 그녀는 두려움이 앞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얼마후 유산징후 때문에 입원을 해야한다는 또 한번의 청천벽력같은 이야기, 에 그녀는 주저앉습니다.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 싶은 마음, 그리고 현실에 부딪혀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뒤엉켜 옆에서 보기에도 그녀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나 버거워 보입니다. 한국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가기 그 외롭고 아프고 슬픈 마음 위로받을 수 있겠죠?  

 

내 딸의 엄마에게 

이정애 지음 │ 동녘라이프 │ 2011.06.10 

두 아들을 키우며 맞벌이를 하는 평범한 부부는 2007년 생후 3일 된 딸 민효를 입양한 뒤 일상의 기쁨이 세 배가 되었다. 하지만 행복이 겹겹이 쌓일수록 가슴 한구석이 저려왔다. 만난 적은 없지만 '민효 엄마'라는 끈으로 맺어진 그녀에게 사랑하는 딸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저자는 아이의 커 가는 모습, 소소한 일상을 담아 민효의 엄마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내 딸의 엄마에게>는 MBC 라디오 [지금은 라디오 시대] 청취자들에게 감동을 준 사연의 주인공이 입양한 딸의 친엄마에게 보내는 편지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어딘가에서 민효를 그리워하고 있을 어린 엄마의 고통을 따뜻하게 다독여 준다. 그리고 가족을 이룬 모습은 조금 다르지만 '입양' 이후 예전과 다른 행복을 느끼게 되었다고 말해 준다. 

어릴 때부터 늘 생각해오던 한가지는, 내가 가정을 꾸릴 수 있는 능력이 갖추면 꼭 입양을 하겠다는 생각이였다. 언제부터였는지, 어디서 시작된건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날 TV에서 우리 나라의 아기들이 수출품처럼 외국으로 입양되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 우리가 데리고 와서 살자고 부모님께 졸랐다고 한다. 그저 안타까운 마음의 시작이였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생각은 조금 더 구체적이며 현실적이 되어간다. 하지만 그 마음에 비하여 두려움도 커진다. 쉽지 않은 일, 하지만 꼭 내가 해야 할 일, 더 없이 값진 그일을 먼저 시작한 선배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죽을 수도 살 수도 없을 때 서른은 온다 

김이율 지음 │ 이덴슬리벨 │ 2011.06.08 

눈부신 세상 앞에 선, 눈물겨운 그대에게 전하는 응원가. <가슴이 시키는 일>로 이미 7만 명의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저자 김이율이 이번에는 서른 즈음의 힘겨운 이들에게 눈을 돌려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를 담았다. 숨가쁜 삶에 쏜살같이 달려오느라 머리만 커져버린 것 같은 '늙은 청춘'에게 필요한 한 마디 말, 한 번의 토닥임을 하나하나 자신의 삶에서 조심스레 길어냈다.

눈물겨운 서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 늙은 청춘이 가버리기 전에 우리가 잡아야 할 순간을 이야기한다. 나아가 추신수, 강호동, 성룡 등 유명 인사와 칸트, 공자 같은 위인의 숨겨진 이야기와 우리 이웃의 따뜻한 이야기를 통해 서른이 맞이할 혼란의 순간에 도움이 될 교훈을 제시한다. 도돌이표 같은 하루에도 반짝이는 순간이 있음을, 그 순간을 통해 서른 후에 새로운 삶이 열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의 키워드는 '꿈'이다. 저자는 죽을 둥 살 둥 서른의 문턱까지 달려온 청춘들에게 꿈꾸는 것을 멈추지 말라고 한다. 꿈꾸지 않는 삶은 죽은 것과 같기에, 꿈꾸지 않는 서른은 이미 청춘이 아니므로. 서른의 꿈은 '늦은' 것이 아니다. 지금이 아니면 정말 끝장, 이 일은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꿈꾸며 현재에 충실하라고 한다.  

"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는 최승자 님의 서른 살이라는 시를 한참이나 되뇌였습니다. 더 이상 어떤 말로, 나의 지금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하고 고개를 주억거립니다. 존재만으로도 푸르르다는 20대의 끄트머리, 뒤를 돌아보니 나는 아무것도 이루어내지 못하고 진창길을 걸어온 듯 합니다. 그리고 내 앞의 길을 여전히 그럴것 같아 두렵습니다. 나는 잘 살고 있는건지, 내 꿈은 무엇이였는지. 나는 다시 청춘을 들멱여도 좋은건지, 만나고 싶은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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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아, 너만의 꿈의 지도를 그려라 - 가슴 뛰는 삶을 실현시켜 주는 꿈의 보물지도
김태광 지음 / 베이직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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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들이여, 꿈에 기대어 보라. 라는 프롤로그로 시작하는 김태광님의 <청춘아, 너만의 꿈의 지도를 그려라>를 서른을 코앞에 두고 이제와 자꾸 스무살 푸릇푸릇한 청춘들에게 던지는 이야기들을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 것을 아쉽기도 하고, 하지만 아직은 기회가 있잖아 위안하며 읽어 내린다. 자기개발서적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남들처럼 한다면 성공할 수 없다, 는 뻔한 얘기들이 진부하기도 하고 공감하고 감탄하면서도 바뀌지 못하는? 않는? 나의 게으름이 부끄럽기도 했고 가 갈망하는 '성공'이란 과연 무엇인가? 내가 원하는 '성공'조차 제대로 갈피를 잡지 못했으니 언제나 자기개발서적은 입 안에 돋은 혓바늘마냥 까슬거리고 거북했다.

p.40 그의 말에 의하면 기회가 없어서가 아니라 도전하지 않기 때문에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정말 인정도 사정도 없이 훅, 파고 들어오는 날카로운 한마디가 깊게도 새겨져 쓰라리다. 늘 제법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시간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혹은 결과가 불을 보듯 뻔해서 나는 시작도 하기 전에 가늠하고 외면하여 이루지 못한 것이 얼마나 많았던가. p.87 "뭔가 위대한 것을 이루려면 좀 더 열심히 매달리는 수밖에요. 그러면 찰나의 시간에 기회의 작은 창문이 열립니다." 글을 읽으면서 사실 조금은 저자 김태광님의 제자랑(?) 조금 불편하기도 했다. 어쩌면 나도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성공한 이들을, 좋은 부모와 넉넉히 재력, 그리고 운이 따라서 당연한 결과로 치부해버리는 자격지심의 오류를 갖고 있었나보다. 그렇게 내 삶의 타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다는 미련한 착각. 

책 내용을 살펴보면 저자는 7가지 단계로 꿈의 지도를 그리길 권한다. 꿈을 명확히 하고, 생생하게 꿈꾸고 , 성공을 위한 습관을 갖으며, 시련과 역경에 굴하지 않고 도전하며, 그로 인한 대가는 기꺼이 감내하고, 성공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며,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책 속엔 그러함을 실천해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해서 때론 위안도 받고, 경탄도 하며 몇시간만에 술술 읽어냈다. 하지만 일년에 10권의 책을 써낸다는 저자의 책은 정작 본인의 이야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일화로만 가득하여 조금 아쉬운 감도 없지 않다. 늘 그렇듯, 책을 읽으며 얻은 선명한 깨우침은 고작 며칠이 지나서 서평을 남기는 이 순간 계속된 장마에 젖어 물컹거린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라 보배, 라 하지 않던가!

p.273 비틀거리지 않는 청춘은 청춘이 아니다.  삶을 바라보는 시각, 그 안의 행복의 기준은 분명 저마다 달라 어떤 삶을 영위하느냐는 자신의 선택이다. 그러니 이 책에서 제시하는 성공의 방향 - 대부분 부와 명예 한정되어 있는 다소 자극적인 성공 - 을 완벽한 정답이라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분명 자신의 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청춘에게는 좋은 지침서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p.106
The way to blow windmill without wind is to run toward.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는 방법은 앞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 데일 카네기 

 

마음이 닿는 곳에 밑줄 the 

p.78 "지금까지 살아온 당신의 인생을 돌아보십이오. 그리고 ' 만일 내가 1년을 더 산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 모두는 마음속에 각자가 하고 싶은 일들이 있습니다. 미루지 말고 즉각 해보십시오."

p.84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내가 거친 세상에서 당당하게 나를 드러내며 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꿈' 때문이었다. 죽어서라도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나에게 그런 꿈이 없었더라면 바람 부는 대로 나부끼는 낙엽처럼 살았을 것이다. 아마 지끔즘 부모와 조상, 사회 탓을 하며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는 찌질이가 되었을지 모른다.

p.112 지금 당신은 팔팔한 청춘을 보내고 있다. 이때는 성공에 대한 강한 확신과 자신감으로 계획하고 도전해야 한다. 이것저것 저울질하다가는 제대로 된 성공도 못해보고 청춘을 보내게 된다.

p.154 "여러분이 이 책을 읽는 데는 단 몇 시간이면 족하겠지만, 이 책을 쓰는 동안 내 머리는 하얗게 세었다." 

p.156 "우리에게 가장 영광스러운 일은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선다는 것이다."

p.180 간절한 꿈이 있는 사람에게 그 어떤 것도 장애물이 되지 못한다. 그 어떤 것이 장애물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꿈이 간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p.211 나는 혼자 있는 시간에는 하릴없이 TV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는 등의 바보 같은 짓을 하지 않는다....혼자 있는 시간을 생산적으로 써야 한다. 혼자 있는 시간만 알차게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지금보다 나은 내일은 창조할 수 있다.

p.286 성공하는 일보다 실패하는 일들이 더 많다. 이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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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제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애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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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이 읽어낼 줄 알았던 얆은 한권의 책은, 더디고 묵직한 시간을 요구했다. 또한 작품마다 실려진 '해설'은 내겐 또 다른 짐이 되어서 그저 온전히 나의 시선을 따라가며 나의 그릇만큼 읽어내던 소설에서 정답지가 뒤에 붙어 있는 문제집을 풀듯 답을 헤매이며 명치 끝 어딘가에 얹어진 우둔해진 책임감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함에 대한 부끄러움까지 보탰다.


김애란│물속 골리앗

"장마는 지속되고 수박은 맛없어진다. 여름이니까 그럴 수 있다. 전에도 이런 날이 있었다. 태양 아래, 잘 익은 단감처럼 단단했던 지구가 당도를 잃고 물러지던 날들이...말하자면 세계가 점점 싱거워지던 날들이 말이다." 라는 농밀한 문단으로 시작하는 김애란의 <물속 골리앗>은 작가노트에서 p.51 맞다. 진짜 공포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라고 말했듯이 긴 장마의 축축한 끈적임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하지만 끊임을 모르는 장마의 공포는 그득 채워진 빗물에 녹아 들지 못하고 그 알갱이 알갱이가 그저 섞여 부유(浮遊)하고 있다. 어떠한 틈새도 없는 끊임없는 절망과 p.46 주위는 조금씩 밝아졌다. 놀랍게도 비가 거의 멎은 듯했다. 이러다 다시 내릴지, 완전히 개려는지 알 수 없었다. 라고 무엇도 확신할 수 없는 아득함 안에서도  p. 47 젖은 옷가지가 바람에 마르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밖에 나오니 물속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더 추운 느낌이었다...."누군가 올 거야." 칼바람이 불자 골리앗크레인이 휘청휘청 흔들렸다. 라고 중얼대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p.51 그리고 문학이 할 수 있는 좋은 일 중 하나는 타인의 얼굴에 표정과 온도를 입혀내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니 '희망'이란 순진한 사람들이 아니라 용기 있는 사람들이 발명해내는 것인지도 모르리라. 그녀가 발명해내는 희망은 버거운 장마 끝 곱게 피어오른 무지개 빛이 아니라 갓 수그러든 빗방울에 찌뿌드드한 먹구름 사이의 여린 한 줄기 빛과 닮았다. 


김유진│여름

김유진의 소설 <여름>은 p.93 사소하고도 부수적인 것으로 취급받는 감각들에 목적 없이 몰두하는 용기와 서로의 완벽한 다름을 강조함으로써 은연중에 그 다름 안에 같음이라는 균열이 발생하기를 꿈꾸는 과잉적 욕망의 표출만큼이나 에로틱한 것이 또 있을까. 라는 해설처럼 바람 한 점이 없는 뜨거운 여름날에 시계 바늘도 더위에 늘어진듯한 더디고 곰지락거리는 움직임. 소설 속 목소리를 따라 건물을 감싸안듯 가지를 드리운 늙은 체리 나무가 있는, 집안 구석 구석 먼지가 내려 앉은 - p.64 면을 가진 모든 것들 위에, 먼지는 있었다. 먼지는 살아 있는 듯 끊임없이 태어나고 이동했다. 번식했다. - 모습이 눈 앞에 살아 있다. 그런데 무어랄까. 아쉽다. 단편소설이라는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책상을 만드는 B와 녹취된 내용을 글로 만드는 Y는 뜨거운 여름날에 녹아버린 살얼음 위의 걸음처럼 불안하다. 살아있음을 들키고 싶어하지 않던, 개수구의 벌레와 마주치며 Y의 위태로움은 극에 달한다. 그러나 그저 쌓이는 먼지를 바라보고, 양말을 신고 잠자리에 들며, B와의 시간을 피해 일을 하며, 어두운 한 구석을 응시하는 것으로 두려움을 떨쳐 내던 Y는 p.85 Y는 힘껏 뛰어, 길게 늘어진 체리나무 가지를 꺾어 보였다. 로 삶에 의지를 보여 준다. 삶의 관객에서 배우로의 이동이랄까. 김유진의 소설 <여름>은 그렇게 못내 아쉽지만 그녀의 다른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그녀의 이야기는 나른함을 가장(假裝)한 느린 템포로 지리하거나 꿈뜨지 않게 제 몫을 잃지 않으며 글의 무게는 흔들림이 없다. 

 
이장욱│이반 멘슈코프의 춤추는 방

소설은 허구이나 사실은 그대로가 삶이다. p.103~104 스틸녹스를 삼키고 잠을 청했지만 내내 얕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기분이었다. 바닥에 발이 닿는데도 숨을 쉬기 어려운 느낌이다. 깨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잠든 것 같기도 한, 그런 시간이 이어졌다. 어릴 적에 시골 할아버지 댁에 가면 화장실이 집 밖에 있었다. 몽환적인 노오란 불빛의 백열등 불빛이 구석구석을 밝히지 못하는 낡은 재래식 화장실이 무서워 엉거추춤한 자세로 제대로 볼일을 보지 못하고 급하게 뛰어 나오곤 했었는데(다행히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할아버지댁은 깔끔한 화장실을 갖춘 양옥집이 되었다), 순간도 견디지 못하는 그 작은 심장의 쿵쾅거림과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만드는 대상이 모호한 존재하지 않는 존재에의 불안감. 이장욱의 소설 <이반 멘슈코프의 춤추는 방>은 그 불투명한 공기가 배경음악처럼 깔려있다. p.128 운하를 흐르는 강물은 평화롭고, 성당들은 오랜 시간만이 줄 수 있는 온화하고 장엄한 아름다음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몸이 조금씩 서늘해지고 심장에서 바람 부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히할 수는 없다. 이것은 감상적인 비유가 아니다. 말 그대로 물리적인, 그런 느낌이다.

 
이장욱의 작가 노트에서도 말했듯 p.131 나는 어두운 돌계단을 뚜벅뚜벅 걸어내려왔다. 밖은 여전히 흰 밤, 밤이며너 동시에 낮인, 어떤 기이한 경계이다. 끝나지 않는 백야의 날들에 그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 주고 싶었던 걸까?


김사과│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오늘은 참으로 신기한 날이다

김사과의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오늘은 참으로 신기한 날이다>는 무섭다. 이 공포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나'는 그가 뿜어내는 분노에 대해, 그리고 그렇게 끊임없이 분노할 수 밖에 없는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p.143 난 나에 대해서 뼛속 깊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런 객관적인 전문가의 입장에서, 모든 것이 내 탓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왜냐하면 난 내 의지로 뭘 해본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p.144 안다. 난 지나치게 얄팍하다. 셀로판지 같다. 그러한 당연한 분노는 - 원인은 '나'가 아니라 나를 그렇게 만들어 버린 외부의 것이지만 - '나' 안에서 어그러진 채로 하지만 잘 참아져 왔다. p.144 난 A의 옷을 벗긴 다음에 왼쪽에서 다섯번째 몽둥이처럼 생긴 커다란 선인장을 뽑아서 때리는 상상을 하기 시작한다. 그게 다 A의 반짝거리는 금빛 매니큐어 때문이다...그 손톱들을 모두 뽑아버리고 싶다. 뚜껑이 달그락거리며 금방이라도 넘쳐 버릴 듯 위태로운 냄비의 끓는 물처럼, 혹은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듯 뜨거운 연기를 뿜어내는 휴화산처럼. 왜 '나'는 금빛손톱 따위에 그렇게 분노하는 것일까.

p. 151 화가 난다. 더이상 이 분노를 차곡차곡 몸속에 쌓아만 둘 수는 없다. 왜? 어떠함이 그를 참지 못하게 하였을까. 웅그리고 있던 분노를 건드린 것을 무엇이었을까? 여자를 통해 삶을 본 '나'는 p.150 삶이 바닥부터 흔들리고 있다. 자꾸만, 난 울고 싶다. 두께를 가지고 싶다. 무게를, 색깔을 가지고 싶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나는 보호되어왔기 때문이다. 움직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의 움직임은 깊은 폭령성으로 드러난다. 

김사과는 작가 노트에서 p.182 그러니까 사실 다들 스타벅스에 정말 가고 싶은 건 아니고 스타벅스에 가지 못하게 될까봐 두려워서 스타벅스에 갈 수 있다는 것을 아직은, 증명하기 위해서 가긴 가는데 역시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어리둥절해지는? 그런 식의 괴로움? 현대인의 삶의 고통? 그것에 대해 뭘 말하지? 라고 했다. 그녀는 이 소설을 통해 분노를 참지 못하는 세대, 사실은 분노의 대상을 찾지 못하고 헤매이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무엇이 자신이 원하는 삶인지도 모르고 타인의 잣대안에서 살아가는 것을 행복의 기준으로 삼는, 모든 것을 누리도록 이전 세대의 뼈를 깍는 희생 속에 모든 것을 누리게 된 허나 사실은 아무것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이제 움직여 보자고 스타벅스가 그 기준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것은 아니였을까.  

p.172
삶이란 견뎌내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삶에 대해 매우 이상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삶을 즐긴다는 견해이다.
하지만 도대체 누가 이런 고통을 즐길 수 있단 말인가. 단지 견딜 수 있을 뿐이다.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 살아남고 싶다. 누구보다도 끝까지.

 
김성중│허공의 아이들

소설을 읽는 동안 김이환의 <절망의 구>가 내내 걸음을 따라다녔다. 사람들을 삼키는,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절망의 구'의 존재 앞에 놓인 인간의 내면, 인간다움의 존엄성을 버리고 본능에 지배당하게 되는,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그 과정을 긴장감 있게 그려냈던 소설.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떠한 의미일까? p.205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어른스러워졌다. 살아남으려면 빨리 철이 들어야 했다. 그 재앙의 한가운데에서도 성장을 멈추지 않던 소년과 달거리를 거르지 않는 소녀에게 과연 어떠한 어른스러움이 필요한 것인가. 허공의 집에서 증발해버린 소녀와의 기억과 홀로 남은 소년은 도대체 어떤 삶을 더 기록해야하는 것인지 막막하다. 뼈가 자라는 소리는 어떠한 희망이란 말인가. 지워지지 않는 물음표를 잔뜩 그려 놓고 그렇게 그만이다.


김이환│너의 변신

김성중의 <허공의 아이들>을 읽는 동안 김이환의 <절망의 구>가 발목을 잡았더랬다. 그만큼 처음 만났던 그의 소설은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었다. 그래서 가득한 관심과 기대로 시작한 <너의 변신>은 동성애와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던 '너'가 결국은 '몸을 버리는' -p.263 완벽한 몸을 추구하던 네가 왜 몸을 버렸는지, 왜 나와 의사소통할 수도 없는 몸이 되었는지 알고 싶다. - 다소 극단적이지만 이 시대의 가치관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물질만능주의의 포화 속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의 어그러짐은 누구의 잘못인가. p. 240 "우리나라 성형수술 시장이 얼마나 큰데. 압구정에 가봐. 두 건물 건너 하나가 성형외과야."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욕망의 그릇됨인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선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다리를 늘려 '나'보다 키를 키운 것? 발육이 부진했던 팔? 탐미적인 아름다움을 갖춘 완벽한 몸?그도 아니면 여성의 성기?하루종일 오르가슴만 추구하는 실체가 없는 존재?  

p. 240 "외모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욕망과 인간다움의 윤리, 그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질 수 없는 팽팽한 줄다리기에서 나는 손을 떼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정용준│떠떠떠, 떠

p.277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겠지. 상처를 주면 두 배로 증식하는 플라나리아처럼 점점 많아질 뿐이야. 나는 지쳤어. 더이상 그것들에게 붐벼 거품처럼 버글대며 희미해지고 싶지는 않아. 더 이상 입술을 달싹거리며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자탈을 쓴 남자와 '갑자기' 잠드는 시간이 생각처럼 무섭지 않다고 말하는 판다탈을 쓴 여자의 사랑이야기는 달콤한 로맨스를 흉내내는, 사실은 어떤 사랑의 말도 전할 수 없는 굳은 혀와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웃고 있는 판다의 탈을 쓰고 '재롱을 떠는' 연기의 과정인듯 보여주어야 했던 쓰디 쓴 삶의 이야기다. 하지만 정확하게 발음되지 않는 말로 전하는 '사랑해'는 그저 삶을 비극 가운데 떨어트려 놓지 않는다.

정용준은 작가노트에서 p.310 시간을 앞당겨 어떤 방법을 서둘러 배우지 않겠다. 좀더 느려지고 둔감하기를 원한다. 뭔가를 지연시키려고 몸부림치는 소년처럼 언제나 새파랗게 쓰도록 힘쓰고 애쓰겠다. 라고 말했다. 그 마음이 쿵, 하고 나에게 내려 앉는다. 


이 책을 읽고 이렇게 성글은 리뷰를 적기까지 꼬박 2주가 넘는 시간을 할애했다. 그러고도 다 읽지 못하고 쓰지 못한 찜찜함이 퍽퍽하다. 즐겁고 유쾌한 이야기는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누락된 듯, 대부분의 이야기는 씁쓸하고 암담하고 비극적이기까지 하다. 과연 소설의 역할은 무엇인가? "문학이 해야 할 일은 '치유'가 아닌 것 같아요. 따뜻함이나 위로를 바란다면 친구들을 만나고 맛있는 것을 사먹는게 훨씬 효율적이죠." 라는 글을 본 기억이 가물하다. 어떠한 확신의 과정을 거치고 이러한 정의를 내릴 수 있었을까. 휘청거리는 크레인 위에서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 누구가를 희망하면서, 삶을 짓누르던 체리나무의 가지를 꺽으며, 혹은 뼈가 자라는 소리에 우리는 아무런 치유를 얻지 못하는가.

작품마다 덧붙여진 그럴싸한 해설도, 사실은 7편의 작품도 정말 잘 쓰여진 이야기인지도 나는 구분하기 어렵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이 시대의 젊은 작가들도 쓰기 위해 노력하고, 또 그들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내게 있어서 소설은 '즐거움'이다. 그거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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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보이는 것만 믿니?
벤 라이스 지음, 원지인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당신의 포비와 딩언은 잘 지내고 있어요?


'바이놀렛 크럼블'과 '체리 라이프'를 좋아하는 포비와 딩언은 캘리언의 상상 속 친구입니다. 캘리언의 오빠 에슈몰은 그런 캘리언을, 캘리언의 상상 속 친구를 믿어주는 라이트닝 리지 마을 사람들을 괴짜라고 생각하죠. 광산에서 오팔을 캐는 아빠는 어느 날 출근하면서 포비와 딩언을 데리고 가는데 맙소사,! 포비와 딩언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포비와 딩언을 찾지 못하자 캘리언은 점점 건강을 잃어갑니다. 그런 동생이 안쓰러워 시작한 포비와 딩언 찾기는 어쩌면 정말 포비와 딩언이 존재했던건 아닐까, 하는 인정으로 변해갑니다.   

p.76

지금 라이트닝 리지가 있는 이 땅이 한때는 전부 바닷물로 덮여 있었고 지금은 화석이 된 온갖 종류의 바다 생명체들이 바위 속에서 발견되곤 한다는 말도 기억났다. 마른 땅에 불과한 이곳이 한때 바다였다는 게 얼마나 이상한 일인지 생각만 해도 등줄기를 타고 전율이 흘렀다. 그리고 갑자기 이 놀라운 일이 진실이라면,  포비와 딩언도 진실이 될 수 있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p.116

그전에 시드 아저씨에게 아저씨의 가족에 관해 물었다. 아저씨는 가족이 전혀 없으며, 아내는 20년 전에 죽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판사는 시드 아저씨에게 아내가 죽었지만 나몰래 죽은 아내에게 말을 거는 일이 있는지 물었다.시드 아저씨는 가끔 교반기 작업을 할 때는 그런다고 대답햇다. 아내가 자기보다 눈이 좋아서 오팔 먼지를 샅샅이 살필 때 자기를 도와주곤 했기 때문이라고. 

사실 나는 어릴 때에도 상상력이 풍부한 편은 아니라서, 우주라든지 바다 속 상상화보다는 풍경화가 정물화를 그리는 시간이 수월했습니다. 그런 자람 덕분인지 나는 도대체 캘리언은 왜 그렇게까지 아파야 하는지, 한편 고맙긴 하여도 포비와 딩언을 찾아 나서는 마을 사람들이 조금은 어리석게 여겨 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에슈몰의 변화와 함께 포비와 딩언은 사실 유령으로서의 '실체'가 아니라 우리 마음의 믿음에의 '존재'였음을 알게 됩니다. 사실은 나에게도 잊고 살았던 포비와 딩언과 같은 친구가 있었던 게 아닐까요?

p.132 일 년이 지난 지금까지 동생이 정말로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자주 잠을 이루지 못하고 동생에게 말을 건네곤 한다. 나는 학교에서도 동생에게 말을 걸고 오팔 거리를 걸어 갈 때도 말을 건다.그리고 험프 아저씨와 함께 무지엄에 있을 때면 둘이 함께 동생에게 말을 건다....세상 사람들은 우리가 완전히 미쳤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들이 나중에 가서 고개를 돌리고 수군대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존재를 믿는다거나, 정말 구하기 어려운 것을 계속해서 찾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바보들이니까. 

사실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진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것이, 우리에게 더 중요할때가 많습니다. 사랑이나 우정처럼 감정, 우리 곁에 살았던 친구들, 가족들 혹은 어린 날의 추억이나 꿈은 그 실체를 눈으로 확인하긴 어렵지만 분명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은 우리 삶에 원동력이 되기도 하죠. 아마도 잊고 지내고 있던 소중한 것들을 다시 한번 더듬어 기억해보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딩동! 포비와 딩언의 장례식 초대장이 도착하였습니다. 와주실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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