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먹는 심리학 : 인간관계 편 써먹는 심리학 1
포포 프로덕션.하라다 레이지 지음, 최종호 옮김, 박기환 감수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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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써먹는 심리학 : 인간관계편│포포프로덕션·하라다레이지│ 

진선│2011.06.10


나이에 숫자를 더하고 숱하게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져도 타인의 마음을 읽고 이해하며 그들과 좋은 관계를 적절히 유지하는 일이 내게는 제법 어렵습니다. 낯도, 마음도 많이 가리는 내게는 직접 부딪히며 상처내고 아물며 배우는 일보다 (이제 좀 익숙할만도 한데 말이죠) 미련하지만 좀 더디더라도 이렇게 활자로 배우는 편이 좋습니다. 물론, 이상과 현실의 괴리만큼의 격차는 감수해야겠지요. 아마도 사람을 4가지 혈액형으로 분류하여 A형은 이렇더라, B형은 그렇더라 하는 것과 비슷할 것 같습니다. 어찌 감히 우리의 존엄성과 개성을 일률적으로 겨우 4가지로 분류하여 이야기하겠어요. (푸훕)

<써먹는 심리학>은 한장에 한가지 이야기를 만화와 함께 담고 있어 정말 부담없이 읽기에 좋았습니다. 또 '써먹는' 심리학이라는 제목답게 케케묵은 이론 따위나 앞세워 무게잡지 않고 4가지 유형의 등장 인물?로 - 자기만 아는 철판캥거루, 겁 많고 온순한 부끄럼쥐, 소심하고 예민한 아이코알라, 강자에게 빌붙는 아부도마뱀 - 상황을 설정하여 이해를 돕습니다. 사소하지만 기억해두면 유용할 이야기들과 나도 경험했던 이야기들로 공감할 수 있습니다. 

1장 만남의 심리학에서는 왜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것인지, 그리고 우리의 만남에서 첫단추를 잘 끼울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줍니다. 첫인상의 중요성과 함께 좋은 첫인상을 만드는 팁도 알려줍니다. 첫인상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다면 소개해주는 방법들을 기억해둔다면 제법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2장에서는 잘 끼운 첫번째 단추를 발판 삼아서 그 관계를 발전시키는 방법을 이야기하구요, 3장에서는 관계 맺음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마지막장에서는 상대방의 마음을 잘 읽고 내 마음을 잘 전달함으로서 마지막 단추까지 잘 끼우도록 도와줍니다. 조금 더 다양하고 심도 있는 이야기가 살짝 아쉽기도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 심리학은 인간관계를 곧바로 좋게 하는 특효약이나 마법이 아니다. 맞고 안 맞고 너무 집착하지 말고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나름대로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데 심리학을 활용하면 좋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상대방의 마음을 그리고 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내 맘을 알아주니 신기하기도 하고 사실은 조금 민망하기도 해서 까륵까륵 웃어버렸습니다. p. 102 또 대화를 문제 해결의 도구로 여기는 남자는 아내의 투정이나 불만에 대해서 항상 조언하려고 듭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대응입니다. 물론 적절한 조언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아내는 단지 자기 말을 들어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따라서 이런저런 의견을 꺼내서 말을 가로막기보다는 아내의 기분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맞아요, 맞아! 내 감정에 함께 해주면 그뿐입니다. 내 마음과 같이 해주기를 바랄뿐인데, 역시 여자와 남자는 금성과 화성의 거리만큼 다른 물질로 만들어진 모양입니다. (피식) p. 104 남성과 경쟁하는 직장 여성 가운데는 '눈물은 약함을 상징한다.'라며 우는 행위를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운다고 해서 열등감을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눈물은 감정을 치유하는 신체의 묘약이지 정신적 강약을 재는 잦대가 아닙니다. 남보다 2배 더 울고 남보다 2배 더 전진하세요. 눈물이 많은 나는, 타인 앞에서 흘리는 눈물이 조금은 부끄럽기도 했거든요. 이제야 조금 더 편안히, 실컷 울어버려도 될 것 같습니다. (낄낄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머뭇거리고 있다면, 그러함에 버거운 호흡이 턱까지 차올라 가뿐 숨을 겨우 몰아쉬고 있다면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얇은 한 권의 책이 명쾌한 해답이 되진 않겠지만 한 호흡 쉬어가는 쉼표가 되어 줄 것 같습니다. (사실, 조금 조금 미안하지만 내 돈 주고 사기는 아깝네요 조금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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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
리처드 J. 라이더 & 데이비드 A. 샤피로 지음, 김정홍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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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절반쯤 왔을때 깨닫게 되는 것들│리처드J.라이더·데이비드A.샤피로│위즈덤하우스│2011.05.15

얼마 전 소매물도에 다녀왔어요. 쓸모없는 생각의 단편들을 일말의 망설임 없이 비우고 오롯이 아름다움에 매혹될만큼 소매물도는 정말 예쁘더군요. 하지만 그 아름다운 광경보다 오래 내 마음을 잡아 둔 것은 소매물도 매점에서 일하시는 30대 초반의 여성분이였어요. 그녀를 보며 여행에 함께 했던 동생과 이 곳에 살고 있을까? 육지에서 출·퇴근을 하는걸까? 여기 살면 좋을까? 라며 추측이 난무한 설왕설래(說往說來)하였지요. 여행으로야 너무 좋지만 이런 곳에서 살면 재미없고 답답해서 말라 죽을거라는 완고한 동생과 그럼 동생의 기준대로 재미가 가득한 서울에 살고 있는 우리는 행복하냐며, 사실은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을 문제로 우리는 결국 침묵 했습니다. 그리고 그 '행복'으로의 질문은 여행 내내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 붙습니다. 아 - 마음을 비우고자 떠난 여행인데 말이죠.

그렇게 서른을 앞 둔 요즘, 나는 내 삶에 대한 확신이 자욱한 안개밭에 덩그러이 놓인 것처럼 흐릿하고 불안합니다. 아마도 이 때쯤 모두들 비슷하게 이러한 흔들림을 겪어내는지, 나와 같은 우유부단하고 무른 어른들을 위한 지침서가 많이도 눈에 띱니다. 읽는 순간에야 맞아맞아, 아차 싶다가도 돌아서면 그만인걸요. <인생의 절반쯤 왔을때 깨닫게 되는 것들>도 정말 꾸역꾸역 읽어냅니다. 전같으면 그냥 덮어버렸을테지만 내 맘을 흔들어 줄 단 한 줄을 바라며 차곡 차곡 읽어갑니다.

p. 26 성공해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해야 성공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산다. 책에서는 끊임없이 행복을 이야기합니다. 행복하기 위한 방법이라구? 귀가 번쩍 뜨어야하는데, 도통 흥이 돋지 않습니다. 프롤로그에서 말해요. '앞으로의 삶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살고 싶은 사람들, 이제껏 고수해 왔던 삶의 양식이 자신을 짓누른다고 느끼는 사람들, 원하는 것은 웬만큼 가졌으면서도 여전히 성취감을 못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구요. 그랬군요. 시기의 적절함이 결여된 책 읽기는, 초등학생을 대학생 강의실에 앉혀 놓고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고 말하는 꼴이군요. 물론, 몇몇의 과(?)성장한 아이들이야 주옥같은 삶의 진리를 얻어가겠지만 평범에도 겨우겨우 턱걸이하는 나로서는 도무지 지루할 뿐입니다.

책표지를 장식한 길 위의 여행가방처럼 저자는 인생을 여행으로 그리고 가방꾸리기로 이야기합니다. (생각보다 더 식상하군요) 얼마 전 2박3일의 여름 휴가 짐도 몇번을 싸고 푸르기를 반복했던 기억에 웃음이 납니다. 사실 저는 짐이 좀 무겁더라도 일단 갖고 가자, 는 편입니다. 그래서 가방은 늘 제일 무거운 편입니다. 비록 한번도 쓰지 않고 돌아오더라도 없어서 아쉬운 편보다 좀 수고로운 편을 택하는 미련함을 쿨, 하게 떨치지 못합니다. 아마, 그 2박 3일의 가방이 고스란히 제 삶인듯 합니다. 아마도? 언젠가는? 이라는 기약도 없는 시간을 위하여 버리지 못하고 늘려만 가는 미련함과 쓸모없는 욕심이라는 짐이 그렇게 나를 짓눌렀겠지요. 알고 있지만 고치지 못하니 이쯤이면 병인듯도 하구요. 30대에 암선고를 받고 시한부 선고를 받는 여자와 그녀를 사랑하게 된 남자가 행복한 삶과 죽음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여인의 향기>라는 드라마 덕분인지 요즘 '버킷리스트'에 관심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가방을 다시 꾸리기 전에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기로 합니다.

'버킷 리스트 :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의 리스트' 죽음을 앞두고 더 좋은 집에서 살지 못한것을, 더 좋은 차를 타지 못한것을 후회하는 사람은 없을 듯 합니다. 우리의 삶에서 충분히 누릴 수 있었음에도 간과한 것들, 그러함에 아쉬움이 미련으로 남겠지요. 앞서 이야기했지만 사실 이 책도 다른 무수한 자기계발서와 마찬가지로 식상함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한권내내 무한반복 버튼이라도 누린 듯 모양만 살짝 바꿔가며 같은 이야기를 반복합니다. 그래도, 진부함이 진리겠지요? 이런 믿음으로 나의 일주일을 보상 받아볼까 합니다.

아 참! 그럼에도 나를 제법 쿡, 찌르던 한 구절을 기억해봅니다. p.119 삶의 리듬을 되돌아보자. 대다수 직장인이 주말에는 그럭저럭 한가하고, 월요일에는 우울하며 수요일까지는 헐떡거리고 금요일이 되어서야 주말이 다가왔음을 신에게 감사해 하는 '쳇바퀴 리듬'에 갇혀 있다. 우리의 몸과 마음도 어느새 이 리듬에 길들여지다 못해 아예 내면의 시게가 되어 버렸다. 시간을 다르게 보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행복한 계획으로 축복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이다. 이 삭막한 황무지, 이 무미건조한 쳇바퀴에서 벗어나게 해줄 다른 길이 내 안에 분명이 있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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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 시인 김선우가 오로빌에서 보낸 행복 편지
김선우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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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김선우│청림출판│2011.06.05

 

고른 숨을 내쉬기까지 한참을 버텨내야 했어요. 책을 집었다 놓기를 수없이 반복합니다. 그렇게 먹먹해진 마음에 익숙할 때 쯤, 겨우 이 책을 읽기 시잡합니다. '어디 아픈 곳이 없어?' 물음을 내게 툭 던져 놓는 것 같아서. 아니 '너 아프잖아. 괜찮은 척 하고 있잖아.'라고 이미 다 알고 있단 듯이 물어와서 그랬을까요. 그리고 이 책을 읽는 3일동안 나는 진짜 아파버렸거든요. 이런 책을 읽으니 아픈거라는 핀잔도 듣구요.

<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는 작가 김선우님이 잘 돌아오기 위해 떠난 오르빌에서의 기록입니다. 오르빌, 은 잘 행복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공동체입니다. p.54 내가 쓸모있는 존재라는 자각, 이것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오르빌은 이러한 곳이예요. '새벽의 도시'라는 뜻으로 인도 남부 코르만젤 해안에 위치하는 직경 5킬로미터의 원형도시로 현재 40여 개국에서 온 2,100여 명의 주민이 크고 작은 130여개의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습니다. 오르빌리언이 되고자 하는 준비과정인 뉴커머와 게스트들까지 합치면 2,500여 명 정도가 함께 살고 있는 오르빌은 절반이 인도인, 절반이 외국인입니다. 오르빌에서는 황무지 개간, 유기농업, 보건의료, 교육 등 다양한 주민들의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러한 활동은 '자신의 원함'에 기본을 두고 있어요. 저마다 내면을 풍요롭게 하려는 사람들이 모여 생태 공동체예요. - 하지만 오르빌은 완벽한 자급자족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 소수의 소외도 원치 않아 여전히 만장일치제도를 고집하는, 시험을 통과하고 자격과 지위를 얻기 위한 교육이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일구기 위한 교육을 지향하는 -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완전 무상교육, 무상급식이며 심지어 고등학교 아이들은 학교에서 용돈까지 받는다 - 오르빌은 마치 유토피아가 아닐까, 과연 이러함이 가능할까, 나는 실재(實在)의 공간 아니라 가상의 공간을 마주했던 것은 아닐까 혼돈스러웠어요.

하지만, 오르빌에도 엄연히 문제는 존재합니다. 점점 늘어나는 인구로 인한 주택난부터 시작하여,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는 겪게 되는 경제 문제부터 대학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실적인 문제들부터 열사의 땅이라고도 불리듯이 더울 때는 기온이 50도까지도 올라가는 근본적인 문제들까지 크고 작은 문제들이 산재합니다. 그럼에도 오르빌은 아름답습니다. p. 281 그러니까 오르빌은 처음부터 완전한 이상사회를 표방했다기보다 미완성 존재로서의 인간이 완성을 향해 노력해가는 변화 가능성에 대해 매우 낙관적 자세를 견지하는 셈.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 아이들을 사랑하고 자신의 욕심으로 타인을, 자연을, 그리고 자신을 해치지 않으며, 타인의 잣대에 자신의 행복을 끼워맞추지 않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 분명 오르빌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존재하지만 가능성 또한 가득하기에 분명 오르빌은 발전하고 더욱 아름다워질테지요. 

잠깐은 오르빌의 그녀가 부럽기도 했습니다. 오르빌의 숲길도, 해먹에 살짝 걸린 바람도 참 좋겠구나 했지만 정말 잠깐입니다. 내 안에 행복을 찾는 일은 내가 어느 장소에 있음이 결코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높은 연봉에 목숨거는 한국, 같은 명품 가방이 다른 나라보다 비싸게 팔리는 한국, 그러한 것들이 사람을 가치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는 한국에서 행복할 수 없다면 오르빌도 우리의 행복을 보장해주진 못할테니까요. 짧은 시간에 비상한 발전을 이룩한 너무도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지만, 획인적인 가치 잣대에 휘둘리고 그 잣대에 매겨진 행복점수에 굶주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자본주의사회에서 '물질'에 온전히 자유로워지기란 불가능하지만 이제 우리 조금 호흡을 고르며 헐벗은 나를 살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삐그덕 거렸던 제 마음 탓인지, 문장이 매끄럽지 않아 자꾸 호흡이 목에 걸립니다. 제가 받은 책이 이상했던건지, 책장이 자꾸 후두둑 떨어져서 더욱 진도를 내기가 싫증납니다. 그녀의 글에서, 오르빌의 기록에서 나는 너무 쉽게 위안을 얻으려 했다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내가 너무 앞선 기대를 했나봅니다. 오르빌의 여행객들이 오르빌을 처음 마주하고 경험하는 실망처럼.  p.294 흐르는 삶을 사랑한다. 잘 흐른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잘 산다는 것. 지금 이 순간이 없으면 다음 순간으로 넘어갈 수 없다. 그러니 지금 이순간. 나는 나를 살아라. 내 안의 오르빌에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네봅니다. 시작이 중요한거지요. 그리고 그들의 오르빌,에도 언젠가 꼭 노크를 해보고 싶다고 다이어리 한칸을 채워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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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짭조름한 여름날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52
오채 지음 / 비룡소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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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짭조름한 여름날│오채│비룡소│2011.07.05
 

"화학 반응 전후에 있어서 반응물의 모든 질량과 생성물의 모든 질량은 같다."라는 낯익은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어디쯤일까, 기억을 더듬어 올라갑니다. 질량보존의 법칙이라. 참 오랜만이라 오히려 반가움마저 쑥스러워요. p.8 "첫 번째 반응식은 용액 상태의 염화나트륨과 질산은을 혼합하면 뿌옇게 변하면서 앙금이 생긴다. 둘이 섞였다고 해서 이것들의 질량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그대로 있다는 거지. 이해되냐?" 

이야기는 주인공 초아의 눈을 빌려 흘러 갑니다. 엄마처럼 살기 싫은, 그래서 늘 독립을 꿈꾸는 초아와 허영심으로 똘똘 뭉친 엄마, 배다른 동생 초록는 계모임 사건의 주범으로 몰려 전라도 끝자락 서울에서 버스를 세번 갈아타고도 여객선으로는 4시간을 가야 하는 섬, 솔섬으로 피신을 하게 됩니다. 그 곳에는 16년 전 홀로 남겨두고 가출한 - 엄마는 초아를 낳고 처음 찾아가는, 초아는 존재도 몰랐던 - 외할머니가 살고 계십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남겨주신 고문서를 찾아 내서 인생 역전을 노리는 엄마의 달콤한 계략이 있습니다. 초아는 그런 엄마가 못마땅하지만 자신의 독립을 위해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문득문득 엄마를 닮은 자신을 마주하게 됩니다. 고장난 보물섬 솔섬에서, 마음이 고장난 이들의 이야기가 유쾌하게 펼쳐 집니다.

유독 비가 많은 끈적 끈적한 이 여름에 만난 <우리들의 짭조름한 여름날>에는 평생을 섬에 갖혀 지네 잡고, 바지락 캐며 외로움에도 무디게 살아가는 외할머니, 그런 엄마가 싫어 열아홉살에 무작정 엄마를 떠났던 양귀녀와, 책임감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외할머니가 평생 어렵게 모은 돈을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하게 받아내는 인생의 목표는 오로지 '돈'뿐인 엄마를 벗어나고 싶은 박초아, 세 모녀의 질량 보존의 법칙이 있습니다. 그리고 문득, 나에게도 아니 어쩌면 이 세상의 모든 딸에게 엄마라는 존재로의 존경과 동시에 한치의 오차도 없이 겹쳐지는 끝없는 미움이 치밀히도 얽혀 있음을 느낍니다. 엄마가 조금 더 행복하길 바라는 진심이 심장을 떠나 입술에 담기면 날카로운 가시 돋힌 말들로 태어납니다. 한심한 엄마, 닮기 싫은 엄마, 떠나고 싶은 엄마... p.111 엄마가 시호한테 당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찝찝한 건 또 뭔지.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엄마라는 존재에 대하여.

뜨거운 여름과 잘 어울리는 책을 만났습니다. 오채님은 처음 만나는 작가인데, 활자는 뽐내어 유려하거나 뼈대는 없이 잔뜩 살만 붙여 무겁지 않도록 솔직하여 읽는 마음이 부담스럽지 않아 좋습니다. 좋은 문장은 분명히 이야기에 큰 힘을 보태지만 (오채님의 문장이 나쁘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아마 청소년소설이기에 편안하고 친숙하게 다가오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합니다. 저는 특히, 성장소설을 편애하는데 아마도 내가 덜 자란 탓이겠지요. (푸훕) 십대의 찬란히 눈부신 성장통,을 나는 늦게나마 책으로 배우려는 모양입니다. 나는 먹을 줄 모른다며 딸기우유를 밀어내는, 수줍게 천 생리대 보따리를 내미는 외할머니에게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인조 속눈썹은 포기하지 않는 아닌 듯 모르는 척 하지만 딸기우유로 화해를 건네는 엄마에게서, 고장난 것이 더 좋다고 말하는 누나가 먹어야 나도 먹겠다며 귀엽게 딸기우유를 내미는 청록이에게서 초아는 가족의 질량을 배웁니다. 어떠한 뜨거운 화학반응에도 어떠한 형태의 변화에도 사라질 수 없는, 그 질량을! 오늘은 생전 먹지도 않던 딸기우유의 그 찐뜩한 달콤함이 문득 그리워집니다. 우리, 딸기우유 한잔 할까요?


 

p.199

"사람이 죽을 힘이 있으믄, 그 힘으로 살믄 되는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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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7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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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야식당7│ABE YARO│미우│2011.07.15

 

골목 어귀의 작은 밥집, 심야 0시부터 아침 7시까지 문을 열고 메뉴는 돼지 국 정식, 맥주, 청주, 소주…. 하지만 재료가 있다면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무엇이든 만들어주는 따뜻한 공간입니다. 다이나믹한 사건도, 스펙터클한 이야기도 없지만 우리네 삶의 어딘가를 꼭 닮아 문득 코 끝이 찡해지기고 하고, 피식피식 웃음도 쏟아 내며 제일은, 등장하는 음식마다 꼴깍꼴깍 군침도 삼키는 일! 그렇게 이야기 속에 빠져 듭니다. <심야식당>은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호평을 받았는데 (드라마도 정말 정말 재밌게 보았습니다) 만화는 만화 나름의 매력이 있습니다. 대충 쓱~ 그려 낸 그림 같은데 말이죠. 특히나 어찌나 음식을 맛있게 먹는지. 늦은 시각, 심야식당을 마주하는 일은 정말 위험하고 대범한 행동입니다. (피식)

무언가 찐뜩한 사연을 품고 있을 것 같은 마스터가 만들어 낸 음식에는 우리가 있습니다. 7권에서 제일 탐나는 음식은 '어린이 런치'였어요. 다시 만난 아내에게, 어린 시절 가난 떄문에 늘 먹고 싶었다는 아내에게 선물한 어린이 런치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 나의 마음까지 보듬어 데워 줍니다. 그렇게 마스터의 음식은 단순한 허기보다 먼저 마음을 채워 줍니다. 튀김을 실컷 먹고 '먹튀'한 남자가 1년이 흐르고 아빠가 되아 아들과 마주하자 그 날의 기억이 부끄러워 다시 찾아오게 되는 이야기, 당근을 싫어하던 남자가 사랑을 통해 당근을 극복하는 이야기처럼 사실은 옆 집 아저씨, 동네 언니, 내 친구들의 이야기처럼 낯설지 않음이 참 좋습니다.  

그리고 집 나간 여름 입맛을 'come back home' 시켜 준다는 어제의 카레 - 어제 먹다 남은 차가운 카레를 따뜻한 밥에 얹어 먹는 것 - 는 특별한 방법을 쓰지 않아도 시간의 흐름이 맛을 더해주는 지혜를 이야기합니다. 생각해보니 오랜 시간을 더해 맛을 가꾸는 음식들이 우리에게도 많습니다. 된장, 고추장도 그렇고 김치(신김치를 좋아하는 나로서는)도 그렇고, 라면에 말아 먹는 밥은 막 지은 따끈한 밥도다 수분이 적당히 날아간 찬밥이 좋지요. 냉장고에 하루 묵은 차가운 치킨의 맛을 아시나요? (꿀꺽) 아마 우리의 인생도 음식처럼 시간이 제 몫을 하여 더해짐에 맛을 보태어 주는것이 아닐까 합니다. 

당신에게도 기억을 머무르는 음식이 있나요? 

작년, 혹은 제작년이었던가 함께 살던 친구와 <심야식당>을 함께 읽으며 먹었던 빨간 비엔나 소시지, 오므라이스, 고양이맘마, 버터라이스가 기억을 스칩니다. 그렇듯 마스터의 음식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요리가 많습니다. 심지어 인스턴트 음식을 사가지고와서 먹는 단골들도 있지요. 마스터는 싫은 법도 한데 오히려 자신도 그것이 맛있노라고 말합니다. 퍽퍽한 삶에 지친 이들이 버거이 짊어진 삶의 무게를 마스터는 따끔한 훈계나 날카로운 조언 대신 기억의 음식으로 위로합니다. 음식을 나눈 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근본적인 감정의 소통이 아닐까 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이야기로 울고 웃으며 머무르는 그 곳, 조금은 밍밍한 듯한 봄날의 반짝이는 강물처럼 조용히 흐르는 그 곳, 옷차림이나 주머니 사정에 맘을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은, 혼자라도 어색하지 않게 찾아가 옆자리 누군가와 친구가 될 것 같은 <심야식당> 나도 그렇게 심야식당을 닮아 당신의 마음이 머물 곳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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