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고고학 - 정치 인류학 연구
삐에르 끌라스트르 지음, 변지현.이종영 옮김 / 울력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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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고고학을 읽으면서 특히 전시체제에 대한 부분이 관심이 갔다. 지배자들은 흔히 전쟁을 자주 일으켜서 사회를 전시체제로 몰고 간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전쟁을 하기 위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지배자들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그런 것인지는 의심해 볼일이다. 이러한 지배자들에게는 항상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들(재향군인회, 해병대 전우회 등)이 붙어 다닌다. 사회의 분위기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살 수 없는, 먹고 먹히는'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특히 힘있는 세계의 패권 국가들은 흔히 자기 외의 다른 국가, 민족들을 '오랑캐' 혹은 '악의 축' 등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런 개념에는 절대 선과 절대 악의 단순하며 극단적인 이분법이 내재되어 있다. 그리고 자신들을 통해서 '원래는 나빴던 타자가 이제 완전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독교(혹은 다른 종교, 이데올로기도 마찬가지로)가 대변하는 완전성으로까지 동화(同化)를 통해 높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민족말살은 야만인을 '위해서' 행해지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휴머니즘 인도주의에는 한계가 분명한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을 자신들과 구분한 상태에서 '시혜적'으로 자비를 베푸는 것은 단기적인 사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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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1000년과 서기 2000년 그 두려움의 흔적들
조르주 뒤비 지음, 양영란 옮김 / 동문선 / 199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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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분량이 적도 그림도 많아서 읽기가 아주 편합니다. 책 구성도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마치 옛날 이야기를 술술 듣는 것처럼 머리에 잘 들어 옵니다. 우리가 서양의 중세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들은, 사실 먼 나라의 옛날 이야기 정도로 밖에 여겨지지 않잖아요? (우리 역사도 잘 모르는데요...^^) 이 책은 서기 1000년과 2000년을 맞이하는 세기말의 사람들을 비교하면서, 각각 어떤 것이 같고 어떤 것이 다른 지를 밝힙니다.중세의 사람들도 우리들 처럼 많은 공포에 살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궁핍, 타인, 전염병, 폭력, 사후 세계에 대해서 많은 공포를 가졌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자는 섣불리 중세 사람들보다 현대 사람들이 우월하다거나 혹은 열등하다고 판단하지 않습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중세 사람들은 사후 세계를 믿었기에 오히려 죽음의 문제에 대하여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현대 사람들이 죽음을 무척 두려워 하는 것과는 대조되는 것입니다.책은 얇고 가볍지만 들어 있는 내용까지 가벼운 것은 아닙니다. 쉬우면서도 내용이 풍부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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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없어야 나라가 산다 - 학벌주의의 뿌리를 찾아서
김동훈 지음 / 더북(The Book)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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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교수님의 글은 쉬우면서도 논리적이어서 이해하기 쉬운 장점이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 출판하신 '서울대가 없어야 나라가 산다'는 전작의 고민들을 더 세부적으로 전개시킨 책입니다. 전반부의 학벌 사회의 폐해를 지적하신 부분은, 다른 책에서도 많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폐해 사례들을 주로 2001년과 2002년, 최근의 것을 많이 사용하신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후반부의 내용입니다. 기존의 학벌 사회의 폐해와 서울대 문제는 여러 사람이 많이 지적하기는 하였지만, 중구난방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문제에는 공감하면서도, 해결책은 모두 제각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김동훈 교수는 이러한 주장들을 모두 집대성하고, 각각의 주장들의 장점과 단점들을 논리적으로 분석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대 개혁에 관한 논의 중, '기존의 서울대를 유지한 상태에서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보수적인 관점, '국립 체제를 유지한 채 대학원 중심으로 가야한다'는 국립 체제를 인정하는 속에서의 개혁 논의,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처럼 아예 모든 대학들을 평준화 시켜야 한다'는 급진적인 관점 등을 여러 방면에서 비판하고 분석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란 점은 이른바 진보 진영 내에서도 서울대 문제에 관해서는 너무나 다양한 관점이 대립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교수님의 주장은 '서울대의 가장 큰 문제는 국가가 지원한다는 점이므로, 민영화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이 주장이 혹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옹호하는 발언이 아닌가 의심하였습니다. 그러나 교수님의 주장을 꼼꼼히 읽어본 후 그것에 동조하게 되었습니다. 중등 교육에서는 평등의 원리를 바탕으로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바탕이지만, 대학 교육에서 만큼은 국가가 직접적으로 개입할 경우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것이지요. 제시된 세무대학의 폐교 사례는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사회의 공공성이라는 것이 반드시 국가가 개입하는 것과 일치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이책의 약간 단점은, 책 분량에 비하여 값이 비싸다는 (9500원) 것입니다. 차라리 지난 번 책처럼 얇고 싸게 만들었으면 어떠했을까 생각합니다. 페이지마다 빈 공간이 많아서 읽기에는 편하지만, 왠지 책 전체의 중량감이 떨어지는 느낌입니다.삽화나 표를 더 많이 집어넣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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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 - 역사인물 다시 읽기
한명기 지음 / 역사비평사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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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은 쉽게 읽히면서도, 많은 메시지와 정보를 전달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에서 '탁월한 외교정책을 펼친 군주 - 광해군' 책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중학생 추천도서로 선정될 만큼 쉬우면서도 광해군 당시의 조선의 모습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어요.특히 북한의 핵 위기가 고조되고 미국과 한국과의 관계가 재조명되는 시점인 지금, 합리적으로 외교정책을 펼친 광해군은 본받을 만합니다. 일본의 침략을 막아 주었다는 핑계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명나라와, 북한의 침략을 막아 주었다는 핑계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 미국은 상당히 닮았습니다. 광해군이 집권할 때 장자가 아니어서 어려움을 겪은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의 당선자도 이른바 주류가 아니어서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도 비슷한 것 같아요.과거의 역사가 현재에 꼭 똑같이 되풀이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맥락은 비슷하게 전개되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국사학과를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단순히 조선 사회만을 보지 않고, 세계사의 흐름과 국제 정세를 알기 쉽고 명료하게 풀어냅니다. 그리고 역사상의 많은 등장 인물들의 사소한 행적에서부터 큰 업적까지 꼼꼼하게 정리하여, '역사책은 어렵고 딱딱할 것이야.'라는 편견을 없애 버립니다. 딱딱한 책을 싫어하는 청소년에서부터 역사에 조예가 깊으신 어른들까지 골고루 읽으실 수 있는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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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마다
개럿 매팅리 / 가지않은길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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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르마다는 무척 재미있습니다. 저자는 7개 국어를 할 줄 안다고 해요. 여러 나라의 사료들을 찾아 소설로 구성하는 것이 엄청나게 어려웠을 텐데...덕분에 독자들은 400여년 전에 일어났던 일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기존에 알고 있던 상식과 달리, 무적함대 아르마다의 패배가 '스페인 식민 제국의 몰락과 영국의 흥기를 표기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고 해요. 스페인은 이후에도 해상권에서 기세가 갑자기 꺽이지는 않는다고 해요. 영국군이 너무 훌륭하기만 하고, 스페인 군대가 무능하기만 했던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영국의 해군 지도자 드레이크는 사실상 '해적'이지 해군은 아니었습니다. 교과서에서 배운 것 외에 몰랐던 사실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무엇보다도 이 책이 흥미 있었던 것은, 전쟁을 치루어 가는 상황이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복잡한 국제 관계와 정치가들 간의 권력 다툼 및 긴장 등은 400년 전의 유럽이나 지금의 한국에서나 모두 유효한 것 같습니다. 역사책이 딱딱하게 느껴지시는 분들께서 부담 없이 읽으실 수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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