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없어야 나라가 산다 - 학벌주의의 뿌리를 찾아서
김동훈 지음 / 더북(The Book)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김동훈 교수님의 글은 쉬우면서도 논리적이어서 이해하기 쉬운 장점이 있습니다. 이번에 새로 출판하신 '서울대가 없어야 나라가 산다'는 전작의 고민들을 더 세부적으로 전개시킨 책입니다. 전반부의 학벌 사회의 폐해를 지적하신 부분은, 다른 책에서도 많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폐해 사례들을 주로 2001년과 2002년, 최근의 것을 많이 사용하신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후반부의 내용입니다. 기존의 학벌 사회의 폐해와 서울대 문제는 여러 사람이 많이 지적하기는 하였지만, 중구난방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문제에는 공감하면서도, 해결책은 모두 제각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김동훈 교수는 이러한 주장들을 모두 집대성하고, 각각의 주장들의 장점과 단점들을 논리적으로 분석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대 개혁에 관한 논의 중, '기존의 서울대를 유지한 상태에서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보수적인 관점, '국립 체제를 유지한 채 대학원 중심으로 가야한다'는 국립 체제를 인정하는 속에서의 개혁 논의,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처럼 아예 모든 대학들을 평준화 시켜야 한다'는 급진적인 관점 등을 여러 방면에서 비판하고 분석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란 점은 이른바 진보 진영 내에서도 서울대 문제에 관해서는 너무나 다양한 관점이 대립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교수님의 주장은 '서울대의 가장 큰 문제는 국가가 지원한다는 점이므로, 민영화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이 주장이 혹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옹호하는 발언이 아닌가 의심하였습니다. 그러나 교수님의 주장을 꼼꼼히 읽어본 후 그것에 동조하게 되었습니다. 중등 교육에서는 평등의 원리를 바탕으로 국가가 개입하는 것이 바탕이지만, 대학 교육에서 만큼은 국가가 직접적으로 개입할 경우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것이지요. 제시된 세무대학의 폐교 사례는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사회의 공공성이라는 것이 반드시 국가가 개입하는 것과 일치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이책의 약간 단점은, 책 분량에 비하여 값이 비싸다는 (9500원) 것입니다. 차라리 지난 번 책처럼 얇고 싸게 만들었으면 어떠했을까 생각합니다. 페이지마다 빈 공간이 많아서 읽기에는 편하지만, 왠지 책 전체의 중량감이 떨어지는 느낌입니다.삽화나 표를 더 많이 집어넣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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