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구 교수의 일본이야기
김현구 / 창비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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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야기'와 '국화와 칼'은 일본에 관한 훌륭한 입문서이다. 일본에 대한 학문적 연구 성과가 잘 기술되어 있다. 하지만 '일본 이야기'는 구체적인 현지 체험 경험과 일본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 있는데 반해, '국화와 칼'은 일본을 낮추어 보는 서양인의 시각이 반영되어 있다. 베네딕트는 점령자로서의 시각, 서구인으로서의 시각을 버리지 못하였다. 그녀는 죽음도 각오하고 싸우던 일본 군인들의 충성심도 그렇게 믿을 만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밝힌다.

'적과 싸워 이기든지 아니면 죽든지, 양 극단적인 선택밖에 할 수 없었던 일본 군인들은 항복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들이 미군에 항복한 다음 오히려 모범적인 포로가 되어 자신의 부대였던 일본군의 비밀과 약점을 상세히 알려 주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인도 전쟁을 많이 치렀다. 항복도 많이 해 보았을 것이다. 포로가 된 다음 적군에게 자기 편의 비밀과 약점을 말하는 것은, 일본인 뿐 아니라 미국인도 그렇게 할 수 있다. 이것을 지나치게 일본적인 특수성으로 몰고 간 것 같다. 전시 상황에서 적을 객관적으로 설명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그에 비해 '김현구 교수의 일본 이야기' 는 훨씬 객관적이다. 루스 베네딕트가 승리자 미국인의 입장에서 쓴 것과 마찬가지로, 이 책의 저자도 패배자인 한국인의 시각으로 썼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시각을 최대한 버리고 일본을 동등한 입장에서 보려고 하였다. 한국에서의 일본에 관한 저서들이 지나치게 일본을 폄하 하거나 혹은 추켜세우는 것에 대한 반발로, 중도적이고 객관적이고자 노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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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꿈에 갇힌 사람들 - 미국 노동계급사의 정치경제학 창비신서 129
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김영희 외 옮김 / 창비 / 199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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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처음부터 이론적으로나마, 민주주의 운영을 전제로 만들어진 국가이다. 거대한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중앙집권적이고 관료적인 제국(帝國)을 필요로 하지만, 처음의 이상은 그것을 거부한 것이다. 지금의 '겉은 화려하고 올바르지만 속은 더럽고 냄새나는' 미국을 만들어 내었다. 갈등을 감추기 위해 계속 외부로 군사적, 경제적으로 침략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미국의 치부를 잘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글이 쓰여질 시기가 1980년대임을 감안하면, 중국의 성장과 소련 몰락 등은 예견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1980년대의 대미 수출 붐을 '동아시아 자본주의가 국내수요를 끌어올리거나 좀더 균형 잡힌 지역경제 질서를 이룩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불안정한 대체현상 '일 뿐이라고 지적한 것은, 2003년 입장에서보기에는 논란이 많은 해석이다. 이것 역시 동아시아의 경제 성장을 스스로 이룩한 것이라고 보지 않고, 미국이 주도해서 이룩한 것으로 보는, '미국 중심적'인 사고방식은 아닐까? 저자의 노동사적인 관점은 매우 탁월하지만, 국제관계에 대한 시각은 약간 부족한 것 같다.

현재 미국은 책에서 언급된 레이건과 신 우익들의 집권 시기가 아니다. 이미 20 여년이
지났다. 하지만 백인 중심적이고, 돈 있는 사람들이 정치의 중심인 것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그들보다 더 세련되고 정교하게 지배를 정당화하는 부시 대통령과 군산복합체들이 있지 않은가? 유일한 경쟁자였던 소련마저 제거한 미국은 전 세계를 또 하나의 '미국'으로 만들고 있다. 역설적으로 미국이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에 반혁명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는 전세계의 민중들이 미국에 대항하여 단결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제 미국 및 전 세계의 민중이 해야 할 일은 평등주의와 연대성의 원칙을 수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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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열대 한길그레이트북스 31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지음, 박옥줄 옮김 / 한길사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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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 스트로스의 '슬픈 열대'를 읽으면서, 텔레비전의 기행 프로그램('도전 지구 탐험대', 오지탐험....등등)이 생각났습니다. 그러한 프로그램들은 레비 스트로스가 갔었던 길을 똑같이 가서 보여줍니다. 하지만 텔레비전에 나오는 원주민들의 삶은 '불쌍하거나' 혹은 '흥미 거리' 가 되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레비 스트로스처럼, 정말 원주민들의 삶을 이해하면서 찍은 것이 아닌 것입니다. '슬픈 열대'는 단순한 기행문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학문적인 글이 아니라 오히려 예술적인 글이라 생각이 들 정도로 문학적인 묘사가 뛰어납니다.

물론 자신의 감정을 쓰는 과정에서 문명에 대해 비판과 학문적인 연구도 빼 먹지 않습니다. 남아메리카 외에 다른 곳의 여행 기록도 쓰여져 있었습니다. 레비 스트로스는 동양(아시아)에 대해서 너무 이상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리엔탈리즘이라고 함부로 정의하기는 힘들겠지만, 아시아에 대해서는 (남아메리카에 비해서) 연구와 이해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또한 그는 전체 구조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구조를 구성하고 있는 것들 내부의 치열한 살아감, 생존과 투쟁을 못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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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한스와 도라 - 프로이트전집 10 프로이트 전집 10
프로이트 지음, 김재혁 외 옮김 / 열린책들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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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 책들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들은, 우선 재미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의 문제들을 보이는 현상에 집중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것들에 초점을 맞추어서 해결을 하려고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과연 이러한 내용들을 믿을 수 있는가?'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그냥 저자(프로이드)의 머리 속에서 지어낸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지나치게 관념적이라는 것이지요...

'꼬마 한스와 도라'는 이러한 관념적인 사상 보다는 구체적인 실례를 다룬 책입니다. 다섯 살 짜리 한스가 겪는 공포감과 도라라고 이름 붙여진 여성의 사례를 통해, 인간의 성욕이 어떻게 히스테리에 적용되는 지를 잘 보여줍니다.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정신분석학에 조금만 학식이 있으신 분이라면, 이 책의 내용들을 쉽게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학문적으로 그 깊이가 가볍거나 흥미 위주로만 쓰여진 책은 결코 아닙니다. 이 책은 인간의 내면에 대한 지적인 호기심을 자극시켜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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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고고학 - 정치 인류학 연구
삐에르 끌라스트르 지음, 변지현.이종영 옮김 / 울력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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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고고학을 읽으면서 특히 전시체제에 대한 부분이 관심이 갔다. 지배자들은 흔히 전쟁을 자주 일으켜서 사회를 전시체제로 몰고 간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전쟁을 하기 위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지배자들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그런 것인지는 의심해 볼일이다. 이러한 지배자들에게는 항상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들(재향군인회, 해병대 전우회 등)이 붙어 다닌다. 사회의 분위기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살 수 없는, 먹고 먹히는'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특히 힘있는 세계의 패권 국가들은 흔히 자기 외의 다른 국가, 민족들을 '오랑캐' 혹은 '악의 축' 등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런 개념에는 절대 선과 절대 악의 단순하며 극단적인 이분법이 내재되어 있다. 그리고 자신들을 통해서 '원래는 나빴던 타자가 이제 완전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독교(혹은 다른 종교, 이데올로기도 마찬가지로)가 대변하는 완전성으로까지 동화(同化)를 통해 높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민족말살은 야만인을 '위해서' 행해지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휴머니즘 인도주의에는 한계가 분명한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을 자신들과 구분한 상태에서 '시혜적'으로 자비를 베푸는 것은 단기적인 사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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