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야기'와 '국화와 칼'은 일본에 관한 훌륭한 입문서이다. 일본에 대한 학문적 연구 성과가 잘 기술되어 있다. 하지만 '일본 이야기'는 구체적인 현지 체험 경험과 일본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 있는데 반해, '국화와 칼'은 일본을 낮추어 보는 서양인의 시각이 반영되어 있다. 베네딕트는 점령자로서의 시각, 서구인으로서의 시각을 버리지 못하였다. 그녀는 죽음도 각오하고 싸우던 일본 군인들의 충성심도 그렇게 믿을 만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밝힌다. '적과 싸워 이기든지 아니면 죽든지, 양 극단적인 선택밖에 할 수 없었던 일본 군인들은 항복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들이 미군에 항복한 다음 오히려 모범적인 포로가 되어 자신의 부대였던 일본군의 비밀과 약점을 상세히 알려 주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인도 전쟁을 많이 치렀다. 항복도 많이 해 보았을 것이다. 포로가 된 다음 적군에게 자기 편의 비밀과 약점을 말하는 것은, 일본인 뿐 아니라 미국인도 그렇게 할 수 있다. 이것을 지나치게 일본적인 특수성으로 몰고 간 것 같다. 전시 상황에서 적을 객관적으로 설명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그에 비해 '김현구 교수의 일본 이야기' 는 훨씬 객관적이다. 루스 베네딕트가 승리자 미국인의 입장에서 쓴 것과 마찬가지로, 이 책의 저자도 패배자인 한국인의 시각으로 썼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시각을 최대한 버리고 일본을 동등한 입장에서 보려고 하였다. 한국에서의 일본에 관한 저서들이 지나치게 일본을 폄하 하거나 혹은 추켜세우는 것에 대한 반발로, 중도적이고 객관적이고자 노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