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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꿈에 갇힌 사람들 - 미국 노동계급사의 정치경제학 ㅣ 창비신서 129
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김영희 외 옮김 / 창비 / 1994년 6월
평점 :
품절
미국은 처음부터 이론적으로나마, 민주주의 운영을 전제로 만들어진 국가이다. 거대한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중앙집권적이고 관료적인 제국(帝國)을 필요로 하지만, 처음의 이상은 그것을 거부한 것이다. 지금의 '겉은 화려하고 올바르지만 속은 더럽고 냄새나는' 미국을 만들어 내었다. 갈등을 감추기 위해 계속 외부로 군사적, 경제적으로 침략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미국의 치부를 잘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글이 쓰여질 시기가 1980년대임을 감안하면, 중국의 성장과 소련 몰락 등은 예견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1980년대의 대미 수출 붐을 '동아시아 자본주의가 국내수요를 끌어올리거나 좀더 균형 잡힌 지역경제 질서를 이룩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불안정한 대체현상 '일 뿐이라고 지적한 것은, 2003년 입장에서보기에는 논란이 많은 해석이다. 이것 역시 동아시아의 경제 성장을 스스로 이룩한 것이라고 보지 않고, 미국이 주도해서 이룩한 것으로 보는, '미국 중심적'인 사고방식은 아닐까? 저자의 노동사적인 관점은 매우 탁월하지만, 국제관계에 대한 시각은 약간 부족한 것 같다.
현재 미국은 책에서 언급된 레이건과 신 우익들의 집권 시기가 아니다. 이미 20 여년이
지났다. 하지만 백인 중심적이고, 돈 있는 사람들이 정치의 중심인 것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그들보다 더 세련되고 정교하게 지배를 정당화하는 부시 대통령과 군산복합체들이 있지 않은가? 유일한 경쟁자였던 소련마저 제거한 미국은 전 세계를 또 하나의 '미국'으로 만들고 있다. 역설적으로 미국이 라틴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에 반혁명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는 전세계의 민중들이 미국에 대항하여 단결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제 미국 및 전 세계의 민중이 해야 할 일은 평등주의와 연대성의 원칙을 수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