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랏샤이마세 도쿄 - 당그니의 일본 표류기 2
김현근 지음 / 미다스북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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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인터넷으로 <당그니의 일본표류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매번 챙겨보지는 못하다가 이번에 2권이 출간되면서 1권도 함께 구입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으로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책으로 만들어진 내용을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1권은 주로 쿄토에 가서 겪었던 일들이 중심입니다. 하지만 2권은 쿄토에서의 생활 외에도 도쿄에 가서 겪는 일도 들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주인공이 일본 생활을 지나치게 찬양하거나 지나치게 나쁘다고 말하지 않는 점이 좋습니다. 주인공 당그니가 일본 생활 중에서 한국 생활을 그리워하는 부분, 가족 혹은 친구와 갈등하는 부분, 진로에 대하여 고민하는 부분에서는 지은이의 섬세함이 느껴집니다.

  만화는 무조건 웃기거나 재미있다고 (혹은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물론 이 만화책은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재미 이외에도 지식을 전달해주고, 무엇보다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줍니다. 일본에서 한국 유학생들이 겪는 애환과 '왜 한국에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가?'를 생각하는 부분에서는, 주인공을 비롯한 한국 젊은이들의 방황과 걱정 등이 묻어 납니다.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만화책이라고 할까요?

  중간중간에 삽입된 일본에 대한 정보와 지식은 지은이가 일본에 대하여 많이 연구하였다는 것을 알게 해 줍니다.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먼저 일본에 가서 고생한 선배로서, 나중에 일본에 올 후배 유학생들이 자신과 같은 실수와 착오를 겪지 아니하도록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솔직히 일본에 대하여 그리고 일본 유학 생활에 대하여 그다지 관심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책이 일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일본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도 새로운 흥미를 느낄 것입니다. 무엇보다 딱딱해 지기 쉬운 다른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만화라는 형식으로 쉽게 풀어낸 지은이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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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이해하는 현대사상 그림으로 이해하는 교양사전 1
발리 뒤 지음, 남도현 옮김 / 개마고원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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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사상을 아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합니다. 저자가 일본 사람들이어서 그런 것일까요? 여러 사상가들의 어려운 이야기들 중에 요점만 정확하게 뽑아 놓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현대 사상에 대하여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더구나 책 크기도 비교적 작은 편이어서, 지하철을 타고 가시거나 쉬는 시간에 짬짬이 읽을 수 있는 장점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책 가격도 저렴해서, 굳이 도서관에서 빌리실 필요 없이 직접 사서 읽는 것이 더욱 좋을 듯 합니다.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이 책은 '요약본'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 사상가의 심도 깊은 논의를 단순히 이 책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한 사상가의 사상을 2-3 쪽 정도로 요약하다 보니까 여기에 나와 있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이미 현대 사상에 대하여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되겠지만, 배경적 지식이 너무 없는 상태에서 읽으면 오히려 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나서, 자신에게 맞는 사상가의 원 저작들을 찾아 읽는 것도 좋겠지요. 책상 서재에 한 권 꼽아 놓았다가 현대 사상에 대하여 궁금점이 생겼을 때, 부담없이 손을 뻗어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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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공부 -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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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온 지 별로 안 되었는데요. 그렇지만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장정일 씨의 이전 저작을 읽어 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별로 기대 안하고 읽게 된 이 책이, 저를 크게 만족시켜 주었답니다.

이 책은 쉽게 읽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사상계, 학술계의 논의들의 엑기스(정수)만을 뽑아 놓았습니다. 그래서 논술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에게 무척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장정일 씨는 자신의 책이 논술 시험을 준비하는 참고서 처럼 이용되는 것에 불만족스러우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논술 준비생에게 시험 준비에 이렇게 좋은 책은 드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수많은 책이 이 책에 압축되어 있고, 거기에 자신의 견해를 덧붙여 놓아, 이 책 한 권을 읽는 것만으로도 논술 준비에 필요한 수많은 책을 읽어야 하는 번거러움을 덜게 되거든요.

그리고 저처럼 책읽기를 귀찮아하는 게으른 독자들에게도 무척 좋습니다. 사실 독서하겠다는 마음은 늘 있지만, 노는 데 바빠서 책을 안 읽게 되거든요. 게다가 어쩌다 마음을 굳게 먹고 책을 잡아 보아도, 책의 내용이 어려우면 그냥 꿈나라로 가게 되거든요. 하지만 이 책은 (흥미있는 소설책이나 그림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 번 책을 잡으면 놓기 싫을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문장이 간결하고, 주장이 명쾌하며, 어려운 부분은 쉽게 풀어 놓았거든요.  

저는 303쪽과 314쪽에 나오는 내용이 무척 흥미있었습니다, 장정일 씨는 안인희 씨의 <게르만 신화, 바그너, 히틀러> 책에 관하여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데요. 저도 이 책의 내용에 상당부분 동의합니다. 안인희 씨의 저작이 약간 비약적인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구요. 하지만 장정일 씨의 생각과 약간 다른 생각을 해봅니다.

'게르만 신화가 도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영웅의 비극적 죽음>이라는 주제는 고대에서 현대까지 게르만 지역에 망딸리떼로 기능하는 것은 아닐까요? 고대와 중세, 현대가 기술적 혹은 정치적 체계는 엄청나게 발전되고 각 시대 사이에는  현격한 단절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신적 심상은 그러한 변화와 달리 쉽게 변하지 않지 않을까요?

나치 시대의 모든 일이 히틀러 개인의 문제는 아니겠지요. 히틀러가 게르만 신화에 심취했든지 아닌지, 바그너를 좋아했든지 아니든지...하는 문제는 어쩌면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독일 국민에 집단적으로 깔려 있는 <영웅 숭배>와 <죽음에 대한 충동>을 살펴 본다면, 게르만 신화와 바그너의 음악, 나치(그것을 지지했던 사람들이나 나치의 사상이나 모두 뭉뚱그려서 포함시켜 본다면)는 이어질 수 있는 면이 있지 않을까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안인희 씨의 저작이 '비논리적'일지는 몰라도, 한 번쯤 나치와 독일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해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읽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7년을 여는 책으로 이렇게 좋은 책을 소개할 수 있어서 무척 기쁩니다. 쉬우면서도 내용도 유익한 책은 좀처럼 만나기 드물거든요. 독자 분들도 꼭 한 번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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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 - 사랑, 결혼, 가족, 아이들의 새로운 미래를 향한 근원적 성찰
울리히 벡.벡-게른스하임 지음, 강수영 외 옮김 / 새물결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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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은 훌륭한 면을 많이 갖고 있다. 그것은 성별과 가치관과 관점과 나이가 다른 사람들과 생활을 함께 하는 것을 배우는 곳이다. 결혼은 증오심을 극복할 뿐 아니라 증오할 수 있는 곳, 웃고 사랑하고 의사소통하는 것을 배우는 곳이다.

  자유롭게 선택한 결혼은 모든 가능성 중에서 ‘최상의’ 해결책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따라서 자기 선택을 정당화해야 하는 것이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각자의 기준들을 자꾸 높여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정말 필요한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의 가사 노동만이 아니라 감정노동이라는 사실을 잊기 쉽다. 인간은, 특히 일하는 인간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감정적 지원 역시 필수적이다.

  남녀가 서로 함께 살아가려고 하다가 겪게 되는 고통은 순전히 그들 자신만의 잘못, 즉 지나친 자아중심성의 부산물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우리의 감정이 기초가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가 잘 알다시피 감정은 변덕스럽다. “옛날에는 연인들이 제도적 장벽에 저항했지만 요즘은 행복이라 불리는 이데올로기의 늪을 헤쳐 나가고 있다.”

  독립이라는 스산한 세계에서 사랑은 부담스러운 것이면서도 영원한 지원군으로서 그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시대와 시대적 문제들이 변해감에 따라 사랑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설계도이자 유토피아로 남게 되었다.


  170쪽의 내용은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목사나 분석자가 우리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우리와 같이 살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목사나 분석자와 결혼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들이 정말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과 계속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면, 결혼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물론 결혼해서 이전의 서로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대신 친밀한 관계를 가지는 것에 목표를 둔다면 이 말은 맞지 않을 것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졌어요.”라는 어느 여배우의 이혼 고백이 떠오른다. 이 말이 단순한 거짓말이나 변명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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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의 성 사랑 에로티시즘 - 친밀성의 구조 변동
앤소니 기든스 지음, 배은경.황정미 옮김 / 새물결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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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스 중독자들이 자기들의 활동을 윤색하는 말들은 알콜 중독자가 음주를 정당화할 때 사용하는 말과 유사하다. ‘딱 이번 한번만이야’, ‘이건 아무에게도 상처 입히지 않아’, ‘내 마누라는 결코 모를 거야’

  여성의 성적 평등은 정숙한 여자와 부정한 또는 타락한 여자 사이의 오래된 구분을 해소한다. 유혹자의 ‘죽이기’는 정조의 파괴에 의존하는 것이므로, 이제 추구는 그 주요 동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유혹자가 빼앗으려던 혹은 그의 권력 안으로 가져오려던 ‘통합성(혹은 고결함’이란 이제 더 이상 성적 순결성과 같은 것이 아니게 되었으며, 성별에 따른 어떤 것도 아니다. 순수한 관계의 맥락에서도 통합성은 여전히 근본적 역할을 유지하지만, 이제 그것은 각 파트너가 상대방에게 가정하는 어떤 윤리적 속성이 되고 있다.

  유혹이라는 일상사를 처리하고 있을 때에는 그토록 달변이고 확신에 찬 사람이었던 남자가, 일단 성행위가 끝나고 나면 어색하고 눌변이며 또 떠나지 못해 안달인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는 결국, 인간 존재 전체를 받아들이는 대신 단지 여자의 구두만을 갈망하는 페티쉬스트(물신숭배자)의 위치에 있는 것이다.

  난봉꾼들은 섹슈얼리티와 친밀성 그리고 자기 정체성의 성찰적 구성 사이의 연관들을, 어떤 다른 남자들보다도 더 잘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사랑을 주고받을 능력이 있는 독립적 존재로서 여자들을 만난다기보다는 오히려 여자들에게 예속된 상태에 있다. 난봉꾼은 겉으로 보기에는 ‘그녀들을 사랑하고 그리고 떠나버리는’ 인물로 나타난다. 그러나 실은 그는 ‘그녀들을 떠날’ 능력이 없다. 하나의 이별은 언제나 또 다른 하나의 만남을 위한 서곡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는 중독을 아주 나쁜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현대인들은 모두 어느 정도 중독자이다. 휴대폰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휴대폰 중독’, 백화점 세일 광고를 보면 가지 않고는 못 살 것 같은 ‘쇼핑 중독’, 아파트에 살 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건설 중독’(?)...재미있는 것은 최신 휴대폰을 사고 난 후에 꼭 며칠 지나지 않아 더 새로운 기능을 가진 휴대폰이 광고에 나와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는 점이다.

  혹시 이러한 중독이 자본주의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 쇼핑 중독은 현대의 광고와 마케팅에 상당한 뿌리를 두고 있다. 사랑 중독(혹은 섹스 중독)은 발렌타인 데이를 노려 재고 초콜릿을 처리하려는 과자 업계와, 멋진 자동차를 사면 예쁜 여성을 취할 수 있다고 선전하는 자동차 업계와, (한국의 특이한 문화인) 모텔 업계가 모의한 일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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