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의 공부 -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나온 지 별로 안 되었는데요. 그렇지만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장정일 씨의 이전 저작을 읽어 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별로 기대 안하고 읽게 된 이 책이, 저를 크게 만족시켜 주었답니다.

이 책은 쉽게 읽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현재 논의되고 있는 사상계, 학술계의 논의들의 엑기스(정수)만을 뽑아 놓았습니다. 그래서 논술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에게 무척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장정일 씨는 자신의 책이 논술 시험을 준비하는 참고서 처럼 이용되는 것에 불만족스러우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논술 준비생에게 시험 준비에 이렇게 좋은 책은 드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수많은 책이 이 책에 압축되어 있고, 거기에 자신의 견해를 덧붙여 놓아, 이 책 한 권을 읽는 것만으로도 논술 준비에 필요한 수많은 책을 읽어야 하는 번거러움을 덜게 되거든요.

그리고 저처럼 책읽기를 귀찮아하는 게으른 독자들에게도 무척 좋습니다. 사실 독서하겠다는 마음은 늘 있지만, 노는 데 바빠서 책을 안 읽게 되거든요. 게다가 어쩌다 마음을 굳게 먹고 책을 잡아 보아도, 책의 내용이 어려우면 그냥 꿈나라로 가게 되거든요. 하지만 이 책은 (흥미있는 소설책이나 그림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 번 책을 잡으면 놓기 싫을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문장이 간결하고, 주장이 명쾌하며, 어려운 부분은 쉽게 풀어 놓았거든요.  

저는 303쪽과 314쪽에 나오는 내용이 무척 흥미있었습니다, 장정일 씨는 안인희 씨의 <게르만 신화, 바그너, 히틀러> 책에 관하여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데요. 저도 이 책의 내용에 상당부분 동의합니다. 안인희 씨의 저작이 약간 비약적인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구요. 하지만 장정일 씨의 생각과 약간 다른 생각을 해봅니다.

'게르만 신화가 도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영웅의 비극적 죽음>이라는 주제는 고대에서 현대까지 게르만 지역에 망딸리떼로 기능하는 것은 아닐까요? 고대와 중세, 현대가 기술적 혹은 정치적 체계는 엄청나게 발전되고 각 시대 사이에는  현격한 단절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신적 심상은 그러한 변화와 달리 쉽게 변하지 않지 않을까요?

나치 시대의 모든 일이 히틀러 개인의 문제는 아니겠지요. 히틀러가 게르만 신화에 심취했든지 아닌지, 바그너를 좋아했든지 아니든지...하는 문제는 어쩌면 중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독일 국민에 집단적으로 깔려 있는 <영웅 숭배>와 <죽음에 대한 충동>을 살펴 본다면, 게르만 신화와 바그너의 음악, 나치(그것을 지지했던 사람들이나 나치의 사상이나 모두 뭉뚱그려서 포함시켜 본다면)는 이어질 수 있는 면이 있지 않을까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안인희 씨의 저작이 '비논리적'일지는 몰라도, 한 번쯤 나치와 독일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해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읽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7년을 여는 책으로 이렇게 좋은 책을 소개할 수 있어서 무척 기쁩니다. 쉬우면서도 내용도 유익한 책은 좀처럼 만나기 드물거든요. 독자 분들도 꼭 한 번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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