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성 사랑 에로티시즘 - 친밀성의 구조 변동
앤소니 기든스 지음, 배은경.황정미 옮김 / 새물결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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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스 중독자들이 자기들의 활동을 윤색하는 말들은 알콜 중독자가 음주를 정당화할 때 사용하는 말과 유사하다. ‘딱 이번 한번만이야’, ‘이건 아무에게도 상처 입히지 않아’, ‘내 마누라는 결코 모를 거야’

  여성의 성적 평등은 정숙한 여자와 부정한 또는 타락한 여자 사이의 오래된 구분을 해소한다. 유혹자의 ‘죽이기’는 정조의 파괴에 의존하는 것이므로, 이제 추구는 그 주요 동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유혹자가 빼앗으려던 혹은 그의 권력 안으로 가져오려던 ‘통합성(혹은 고결함’이란 이제 더 이상 성적 순결성과 같은 것이 아니게 되었으며, 성별에 따른 어떤 것도 아니다. 순수한 관계의 맥락에서도 통합성은 여전히 근본적 역할을 유지하지만, 이제 그것은 각 파트너가 상대방에게 가정하는 어떤 윤리적 속성이 되고 있다.

  유혹이라는 일상사를 처리하고 있을 때에는 그토록 달변이고 확신에 찬 사람이었던 남자가, 일단 성행위가 끝나고 나면 어색하고 눌변이며 또 떠나지 못해 안달인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그는 결국, 인간 존재 전체를 받아들이는 대신 단지 여자의 구두만을 갈망하는 페티쉬스트(물신숭배자)의 위치에 있는 것이다.

  난봉꾼들은 섹슈얼리티와 친밀성 그리고 자기 정체성의 성찰적 구성 사이의 연관들을, 어떤 다른 남자들보다도 더 잘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사랑을 주고받을 능력이 있는 독립적 존재로서 여자들을 만난다기보다는 오히려 여자들에게 예속된 상태에 있다. 난봉꾼은 겉으로 보기에는 ‘그녀들을 사랑하고 그리고 떠나버리는’ 인물로 나타난다. 그러나 실은 그는 ‘그녀들을 떠날’ 능력이 없다. 하나의 이별은 언제나 또 다른 하나의 만남을 위한 서곡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는 중독을 아주 나쁜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현대인들은 모두 어느 정도 중독자이다. 휴대폰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휴대폰 중독’, 백화점 세일 광고를 보면 가지 않고는 못 살 것 같은 ‘쇼핑 중독’, 아파트에 살 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건설 중독’(?)...재미있는 것은 최신 휴대폰을 사고 난 후에 꼭 며칠 지나지 않아 더 새로운 기능을 가진 휴대폰이 광고에 나와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는 점이다.

  혹시 이러한 중독이 자본주의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 쇼핑 중독은 현대의 광고와 마케팅에 상당한 뿌리를 두고 있다. 사랑 중독(혹은 섹스 중독)은 발렌타인 데이를 노려 재고 초콜릿을 처리하려는 과자 업계와, 멋진 자동차를 사면 예쁜 여성을 취할 수 있다고 선전하는 자동차 업계와, (한국의 특이한 문화인) 모텔 업계가 모의한 일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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