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 - 사랑, 결혼, 가족, 아이들의 새로운 미래를 향한 근원적 성찰
울리히 벡.벡-게른스하임 지음, 강수영 외 옮김 / 새물결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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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은 훌륭한 면을 많이 갖고 있다. 그것은 성별과 가치관과 관점과 나이가 다른 사람들과 생활을 함께 하는 것을 배우는 곳이다. 결혼은 증오심을 극복할 뿐 아니라 증오할 수 있는 곳, 웃고 사랑하고 의사소통하는 것을 배우는 곳이다.

  자유롭게 선택한 결혼은 모든 가능성 중에서 ‘최상의’ 해결책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따라서 자기 선택을 정당화해야 하는 것이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각자의 기준들을 자꾸 높여가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정말 필요한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의 가사 노동만이 아니라 감정노동이라는 사실을 잊기 쉽다. 인간은, 특히 일하는 인간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감정적 지원 역시 필수적이다.

  남녀가 서로 함께 살아가려고 하다가 겪게 되는 고통은 순전히 그들 자신만의 잘못, 즉 지나친 자아중심성의 부산물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우리의 감정이 기초가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가 잘 알다시피 감정은 변덕스럽다. “옛날에는 연인들이 제도적 장벽에 저항했지만 요즘은 행복이라 불리는 이데올로기의 늪을 헤쳐 나가고 있다.”

  독립이라는 스산한 세계에서 사랑은 부담스러운 것이면서도 영원한 지원군으로서 그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시대와 시대적 문제들이 변해감에 따라 사랑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설계도이자 유토피아로 남게 되었다.


  170쪽의 내용은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목사나 분석자가 우리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우리와 같이 살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목사나 분석자와 결혼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들이 정말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과 계속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면, 결혼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물론 결혼해서 이전의 서로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대신 친밀한 관계를 가지는 것에 목표를 둔다면 이 말은 맞지 않을 것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졌어요.”라는 어느 여배우의 이혼 고백이 떠오른다. 이 말이 단순한 거짓말이나 변명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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