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 마침내 드러나는 위험한 진실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지식갤러리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2010년 세계 언론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줄리안 어샌지(Julian Assange). 당시 그는 성폭행 협의로 런던에서 체포되어 구속 수감되었으나, 바로 보석으로 풀려났다. 흥미로운 것은,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 등과 같은 유명인들과 인권 단체나 기관에서 줄리안의 석방을 위해 거액의 보석금을 마련했다는 말을 들으니, 새삼 그의 영향력이 궁금해졌다. 도대체 왜 세계 좌파 계열의 인물들과 단체, 기관들은  저 백발의 호주 남자를 구명하려는 것일까? 짧은 의문이 생겼지만 시간이 갈수록 관심도가 떨어졌다. 그러다가 최근에 이 책을 보게 됨으로써 그가 설립한 위키리크스(WikiLeaks)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유명인들이나 기업들, 국가 기관들을 대상으로 하는 폭로전은 자국민들과 세계인들을 충격으로 몰아 넣을 때가 많다. 공개하지 않았다면 정말 모르고 넘어갈 일들이었고, 공개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근래에는 이러한 폭로전이 시민 의식을 높여주고 국가와 사회의 투명성을 높여 주는 계기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긍정적인 관점에서 위키리크스가 그런 점에서 역할을 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인 前 위키리크스의 2인자이자 공동 설립자로 볼 수 있는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Daniel Domscheit-Berg)의 증언들은, 위키리크스의 특징들을 살펴 볼 수 있는 좋은 정보가 되었다.      

 

 

  "만약 우리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을 공개할 수밖에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두 공개한다는 윈칙에 따라 당연히 공개해야 한다!"   <88p>

 

  위키리크스의 설립 과정은 여느 우발적으로 형성한 온라인 업체들의 설립 과정과 비슷하다. 간단하게 한 명의 괴짜가 세운 계획에 매료된 추종자들이 서로 힘을 합하여 세상을 바꿀 생각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어, 계획했던 것들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다. 2007년 줄리안과 다니엘의 만남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옮겨졌고 나름대로 원칙을 세우며 제보자들의 도움으로 기밀 문서들을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게재하였다.

 

  그들은 세계 언론들과 권력을 가진 단체, 기관들이, 자신들이 폭로한 기밀 문서에 흥미를 갖거나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며 희열을 느낀 것 같다. 또한 설립 초기 때 자신들의 실수나 과오를 숨기려고 하지 않고 원칙을 지킨 것을 보면(다니엘의 증언대로라면), 위키리크스 역시 언제든지 폭로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런 점에서 이 책 역시 다니엘 스스로가 자신이 아는 위키리크스를 폭로한다는 점에서 원칙을 지킨 셈이다.

 

  가령 그의 이름에 얽힌 서로 다른 이야기가 최소한 세개는 된다. 그의 조상 중에는 적어도 열 명의 세계 각지 사람이 등장한다. 남쪽 바다의 해적에서 이란 사람까지. 한동안 그는 'Julien d'Assange'라고 적힌 명함을 쓰기도 했다. 항상 신비주의를 지향했고 자신의 과거사도 늘 새롭게 바꾸었다. 자기를 신비에 싸인 사람으로 묘사한 기사를 읽고 굉장히 좋아하기도 했다. 그가 자서전을 쓰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그 책은 서점에서 자서전 코너가 아니라 소설 코너에 더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98p>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우면서도 이질감이 느껴진 인물은 바로 줄리안 어샌지였다. 도대체 이 인물은 어떤 사람인가? 다니엘의 묘사로 볼 때 굉장히 특이한 인물이다 못해 과대망상과 나르시즘에 빠진 사람인 것 같다. 그러나 다니엘은 줄리안이 가진 센스와 놀라운 집중력 그리고 예만한 감지 능력을 높이 평가를 한다. 그것들이 없었다면 아마 위키리크스는 한낱 개인 블로그에 불과했을 것이다. 

 

  얼마 전에 줄리안이 토크쇼를 진행하겠다는 기사를 읽었다. 책을 읽어보니 그의 그런 행동들이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괴상한 호주 남자는 자신이 계속 세계 언론계와 사람들에게 주목받기를 원하고 있다. 그리고 열심히 떠들어 대는 것을 좋아한다. 그게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현재 위키리크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역 직원들은 줄리안을 어떻게 평가할 지 궁금하다. 내가 보기에 다니엘은 위키리크스에 실망했지만 줄리안 어샌지를 여전히 좋아하는 것 같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이.      

 

  '부수적 살인'이라는 제목은 문학적 관점에서 볼 때 아주 훌륭한 작명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나중에 많은 비판을 들어야 했다. 우리가 객관적 입장을 잃어다는 비판이었다. 원본 자료를 편집하여 새로운 비디오를 제작하고 무선으로 주고받아 잘 들리지 않는 말들을 자막으로 넣음으로써 여론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특히 비디오의 제목과 그 옆에 적은 조지 오엘의 인용구는 돌팔매의 표적이었다.

 

  "정치적 언어란 거짓말을 진실로, 살인을 훌륭한 일로, 그리고 완전한 헛소리도 견실해 보이도록 만들기 위해 고안된 거이다."  <198p>

 

  2010년 4월, 전 세계에 공개된 '부수적 살인'은, 미국의 이라크 전쟁이 얼마나 야만적인 전쟁인지를 알려주는 결정적인 제보가 되었다. 아쉽게도 그 영상과 관련 기밀 문서들을 제보한 브래들리 매닝 일병은 위키리크스가 지켜주지 못한 채, 미 군사 재판에 회부된 상태이다. 분명 위키리크스나 브래들리 매닝 일병에게는 미국을 상대로 용기 있는 행동을 한 것이라 할 수 있지만, 위키리크스는 부와 명성을 얻은 반면, 브래들리 매닝 일병은 자국을 팔아먹은 인물이 되어 버렸다. 나는 위키리크스가 공개적으로 브래들리 매닝 일병의 구명 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득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예전에 김용철 변호사가 대기업 삼성의 비리를 언론에 폭로한 일이 떠올랐다. 이제는 오래된 일이 되었지만, 그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권력을 가진 기업과 국가기관들을 대상으로 하는 폭로전이 지속적으로 발전되었다. 최근에 유행처럼 만들어지고 있는 정치, 사회 관련 팟캐스트 방송들이 그 대표적인 결과물들이다. 물론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의 과다 유출과 편파 보도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현재 이런 현상들이 과도기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긍정적인 일이라 본다.     

 

  위키리크스의 명성, 특히 줄리언의 명성과 우리의 활동 덕분에 내부 고발은 진지한 주제로 떠올랐다. 비밀유지권리가 타당한지 혹은 폭로해서는 안 될 주제가 정말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 이제 우리 사회의 핵심 주제로 떠올랐다. 확실히 위키리크스의 후광이 많은 공헌을 했다. 그러나 우리는 가장 먼저 이 후광에서 벗어나 진짜 내용에 접근해야 한다. "관력자들의 사적인 관계가 폭로에 대한 유익한 기사와 보도들보다 훨씬 주목을 받았다"라는 평가를 받음으로써 사람들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  <323p>  

 

  2010년을 9월 기점으로 위키리크스를 떠난 다니엘은 오픈리크스를 만들어 활동한다. 물론 위키리크스의 영향력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위키리크스의 운영 방식에 있어서 줄리안과 언쟁들을 벌였던 것들을 오픈리크스에서 실현하는 것 같아, 그에게는 자신의 소신을 펼칠 수 있는 장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말대로 위키리크스는 성장하고 발전되어야 한다. 단순히 폭로전에만 치중했다면 위키리크스는 혐오스러운 웹사이트가 되었겠지만, 위키리크스는 점점 권력 기관과 재벌 기업들의 견제 역할을 확실히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점에서 위키리크스는 충분히 좌파 계열의 단체와 기관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고, 시민들의 지지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다니엘이 지적한 것처럼, 위키리크스가 제공하는 정보들이 확실한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하고, 무엇보다 보는 이들이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줄리안 어샌지가 지금의 성격과 행동에서 개과천선하여 새로운 인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고 싶다.

 

 

  책 내용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위키리크스가 앞으로 어떤 기밀 문서들과 숨겨진 정보들을 폭로할 것인지 기대가 되긴 하지만, 그만큼 국가 기관들과 기업들 내부에서는 엄격한 내부 관리와 통제로 인하여 세계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불신'을 가속화할 것 같은 우려도 든다. 하지만 권력을 가진 국가 기관들과 기업들이 시민들을 상대로 불법과 불의를 일삼는다면, 누군가가 대범한 용기를 가지고 그것을 막거나 알림으로써 대중의 공감을 일으켜야 한다. 줄리안 어샌지와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는 그 점에 영감을 받아 위키리크스와 오픈리크스(OpenLeaks)를 통해 자신의 소신을 나름대로 펼치고 있는 것이다.

 

  책에서 다니엘이 말한 것처럼, "보장된 비밀이란 없다" 하지만 비밀을 제공했다면 제공자의 인권과 신변 보호는 적어도 해줘야 한다. 위에서도 썼지만, 현재 상황으로 비추어 볼 때, 브래들리 매닝 일병의 수사 과정이 위키리크스의 오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보 제공자가 없다면 위키리크스는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점을 알고 있다면 줄리안 어샌지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부수적인 일들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위키리크스가 가진 영향력을 더욱 키우기 위하여, 위키리크스의 운영 정책과 체제를 좀 더 다듬을 필요는 있다고 본다.

 

  가장 좋은 것은, 역시 각국의 국가 기관들과 기업들이 스스로 자정 작용을 하면서 권력형 비리 사건이나 월권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다.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국가와 사회 내에 '불신'과 '폭로'를 조장하는 원인 제공자들은 바로 그들이다. 시민들은 '알 권리'를 보장 받는 것을 목적으로 위키리크스와 같은 폭로 사이트들에 호응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부패에 얼룩진 것을 참지 못하기 때문에 호응하는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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