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고릴라 - 우리의 일상과 인생을 바꾸는 비밀의 실체
크리스토퍼 차브리스 & 대니얼 사이먼스 지음, 김명철 / 김영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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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 사이드 밀러에 적혀있는 ‘사물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이라는 문구를 본 적이 있다. 양 옆으로 달려오는 차들을 주의하며 운전해야 하는 운전자는 그 문구를 보며 반응하기보다는 익숙한 경험에 이끌려 차선변경과 유턴 등을 한다. 그러나 지금 눈에 보이는 것이 실제가 아니라는 이 문구의 의미는 내게 한동안 되새기며 생각하게 했다. 익숙한 경험으로 운전을 하더라도 교통사고는 때아니게 찾아오고, 대부분은 운전 부주의이다. 즉 운전자가 보기에 “괜찮다”는 판단이 교통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이번에 읽은 <보이지 않는 고릴라>는 인간의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착각’들을 사례와 실험을 통해 증명한다. 마치 위에서 말한 것처럼 스스로 보기에 별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여 행동하고 말했던 것들이 사고나 오류들로 되돌아오고, 그러한 사고와 오류들은 분명한 원인이 있으며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우리가 세상의 특정 부분에 주의를 집중한다면 이를 더욱 더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렇지만 바로 이러한 선명한 경험 때문에 주변의 세세한 정보들도 빠짐없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게 된다. 우리는 세상의 특정 부분을 아주 선명하게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당장 관심을 쏟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세상은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생생한 시각적 경험 때문에 독특한 심리적 맹시 현상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시각적으로 두드러지는 대상이나 특이한 대상이 나타나면 관심을 갖게 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실제로는 이를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는 한다. <23p>

  이 책의 핵심은 “인간의 감각이 실제 체감하는 것에 비해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착각을 경험하는 것은 어색한 일이 아니다. 어떤 일과 시선에 집중을 하더라도 시야에 보이지 않아 놓치는 것들이 있고, 알고 있더라도 바로 눈앞에서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착각은 의식적인 반응이기보다는 무의식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무의식적인 반응은 예고 없이 찾아오고 익숙한 경험에 더 빠른 반응한다.

  기술이 향상될 때 자신감은 서서히 증가하므로 결국 높은 실력 수준이 되었을 때는 자기 실력 수준에 걸 맞는 정도, 아니면 최소한 적당한 정도에 가까운 자신감을 갖게 된다. 능력에 비해 위험할 정도로 지나친 자신감은 어떤 일에 능숙할 때가 아니라 미숙할 때 나온다. <140p>

  ‘자신감 착각’은 대부분의 사람이 많이 겪는 착각이다. 특히 예체능 계열 학생들에게서 가장 많이 겪는 착각으로, 실력에 비해 스스로 과대평가를 하거나 주변에서 지나친 격려와 용기를 심어주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당연히 자신감은 자괴감으로 이어져 의욕마저 감퇴시킬 수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꾸준한 실력향상보다는 단번에 실력이 느는 것을 선호하고, 신동(神童)과 영재(英材) 같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선망의 대상으로 생각한다. 물론 그중에는 진정 피나는 노력과 선천적인 재능이 돋보이는 사람들도 있지만, 또 다르게 시간이 지나면서 실력의 꾸준한 유지가 되지 안 거나 기초적인 부분이 약하여 어느 순간에 한계를 맞이할 수 있다. 또한 신동과 영재 역시 본인의 의도가 아닌, 극성스러운 부모들의 극한 경쟁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자신감 착각’은 자칫 위험한 사고를 유발할 수 있고, 스스로 감정통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기 때문에 지나친 격려와 용기 부여는 삼가고, 현실적으로 볼 때 무엇이 부족하고 필요한지 먼저 파악하여 그것을 숙련시키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간단하고 쉬워 보였던 일이 현실과 맞닥뜨려야 비로소 복잡한 일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에, 예측할 때는 시간이나 비용을 너무 과소평가하기 쉽다. 문제는 우리가 이런 한계를 고려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거듭 말하지만 익숙함에서 비롯된 단순하고 낙관적인 추측에 지나지 않는데도, 우리는 지식 착각에 의해 모든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는다. <187p~188p>

  아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수학적 지식이 아닌, 사유를 통하여 획득한 지식은 사람마다 지식을 획득하는 과정과 표현하는 방법까지 다를 수 있다. 마치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소피스트(Sophist)들이 “내가 아는 지식을 똑같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없다”라고 지식획득의 상대성을 말한 것처럼, 안다는 것은 정확한 것이 아닌, 스스로 느끼는 주관적인 확신이다. 다만 그 주관적인 확신이 시험이나 경험을 통해 어느 정도 객관성을 획득할 수 있는 있다.

  문제는 이러한 ‘지식착각’으로 인하여 사람들은 성급한 판단과 결론을 내린다는 점이다. 책에서 든 예처럼 기상청에서 일기예보를 하면 예보가 맞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도,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예보이지 확정된 것처럼 생각하면 더 이상 예보가 아니다. 결국 익숙한 경험이나 수집된 정보의 양에 낙관하여, 객관성을 띤 검증이나 증명을 하지 않는다면, 확실하다고 결론지을 수 없다. 이는 잘 모르면서 아는 척을 하는 것과 같다.

  일상의 착각들을 염두에 두고 세상을 바라본다면, 예전처럼 자기 자신을 확고히 믿진 못하겠지만, 자신의 정신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얻고 사람들이 때로 어이없이 행동하는 이유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멍청해서, 오만해서, 무지해서, 부주의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상의 착각 때문이다. <345p>

  매 순간 시선과 정신을 집중하며 살수는 없다. 또한 경험을 무시하고 이성에만 의존한다면, 일상생활에서 빠르고 자연스럽기보다는 어색하고 번거로움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감각의 민감함과 이성적 판단의 냉철함이 구비되어 있으면, ‘착각’으로부터 조금은 자유스러울 수 있다. 그리고 예상외의 상황이 벌어져도 당황하고 불안하게 행동하는 것보다 상황을 파악하여 대안을 내릴 수 있는 침착함에 용이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착각’의 오류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그런 ‘착각’의 오류들을 줄여나가도록 사람은 감지되는 감각과 판단되는 이성에 조금 더 집중해야 한다.


  이 책은 직관주의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해서 “딱 보고도 몰라!”라는 말을 싫어한다. 감각을 통한 사람의 인지능력이 그렇게 탁월하지 않다는 점이다. 반면에 데카르트의 회의주의에는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즉 “모든 것을 의심하라!”가 어떻게 보면 이 책의 큰 명제이다.

  책에 나온 다양한 사례들과 실험들은 이해하기 쉽게 되어있는데, 교양서적 치고는 그림이나 삽화가 없어서 읽는 동안 다소 지루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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