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영화다 - Rough Cu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명절 때마다 TV에서는 최신 영화들을 보여준다.

예전처럼 성룡이나 이연걸이 출연하는 영화들이 아닌,

1~2년 내에 개봉했던 영화들을 지상파 방송에서 편성하는 것은 굉장한 발전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볼 영화가 없다.

거의 다 봤고 19세 미만의 영화들은 경고마크가 무색할 정도로 

대부분 편집이 된 채로 방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만의 명절 영화를 선택해야 했다.

내가 선택한 영화는 장훈 감독의 데뷔작 <영화는 영화다>이었다.

나는 이 영화를 추석 날 새벽에 보았다.

흥미롭게도 영화가 2008년 추석 즈음에 개봉했다.  

잠이 무척이나 오지 않았다. 

 

영화를 본 지 좀 되었지만,

이제서라도 리뷰를 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다.

영화 보는 것은 좋은데,

근래에는 남들과 생각을 나누기 위하여 리뷰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다.

 





 

"폼은 카메라 앞에서 잡아야지."

 

인기 있는 액션배우 수타는 다혈질적인 성격으로 언론의 구설수에 오른다.

어느 날 배우로서 자부심이 강한 수타에게 나타난 건달 강패가 나타나고,

둘은 서로의 자존심으로 인하여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자리를 뜬다.

평소대로 영화 촬영을 하던 중 수타는 상대 배우를 폭행하여 영화가 중단되는 사태에 이르고,

구설수로 상대 배우를 구할 수 없게 되자 수타는 강패를 상대 배우로 감독에게 추천한다.

그런데 강패는 수타에게 격투 장면을 찍을 때 진짜로 싸우자고 제안을 한다. 

 



 

"우리 같은 진짜 건달은 쓰레기 소리 듣고,

 흉내도 제대로 못 내는 니들은 주인공 소리 듣고, 웃기지않아?"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소지섭은 배역에 잘 어울렸다.

강한 남성적 이미지라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가 맡는 배역들의 캐릭터들은 강렬하고 어둡다.

그러나 그것이 소지섭이 가진 매력이다.

 

<쾌도 홍길동>의 강지환도 좋은 연기를 보여 주었다.

소지섭과 공통점이 있는데,

77년생으로 나이가 같고 드라마에서 얻은 인기로 영화에 진출했다.

또한 이 영화로 드라마가 아닌 영화에서도 실력 있는 배우로 인정 받았다.

그러나 소지섭과 달리 강지환은 밝은 이미지를 가졌다.  

 

<대조영>의 홍수현은 평범한 여주인공이었다.

아직 그녀는 자신만이 가진 개성 있는 연기와  분위기 보다는,

수려한 외모와 드라마 배우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의형제>의 고창석은 긴장을 이완시키는 배역을 맡았다.

얼마 전에 지상파 토크쇼에서 그의 삶과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개성 있는 캐릭터로 점점 명품 조연으로 입지를 다지는 것 같다.  

 

<의형제>의 장훈 감독은 이 영화가 데뷔작이었다.

김기덕 감독의 영향을 많이 받았겠지만,

그의 영화들을 보면 김기덕 감독이 지향하는 스타일과는 확실히 다르다.

예의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정서상 스승과의 의를 저버리는 것은 지탄 받을 수 있겠지만,

장훈 감독은 김기덕 감독의 그늘에서만 있을 감독이 아니다.

 



 

"내 배우 끝까지 믿어야 된다는 거."

 

<의형제>보다 이 영화가 더 마음에 든다.

흑백의 명확한 차이가 나중에는 겹쳐지더니,

다시 흑백이 명확해지면서 영화는 끝난다.

어려운 영화는 아니지만 쉽게 넘길만한 영화도 아니다.

 

영화를 보면서 장훈 감독은 스승 김기덕 감독과

다른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단한 예로 김기덕 감독의 같은 제자인 전재홍 감독의 <풍산개>와,

장훈 감독의 <의형제>를 비교해서 보면 된다.

남북관계에 대한 해석과 관점이 다르고 그에 따른 연출도 다르다.

장훈 감독은 김기덕 감독의 특성을 파악하여 필요한 부분만 적용했고,

매니아적인 영화가 아닌 대중적인 영화를 만든다.

 



 

"영화하고 현실하고 구분 못해?"

 

영화와 현실은 다르다.

영화를 보다가 내용이 난해하여 혼란스럽거나,

파격적인 장면에 당황할 수는 있다.

그러나 모든 영화는 주어진 시간 안에 다 끝난다.

즉 난해한 내용이든, 파격적인 장면이든, 그저 평범이든,

결말과 시간은 정해져 있다.

 

반면에 현실은 앞날을 알 수가 없다.

현실이 혼란스럽다면 스스로 정리해야 하고,

당황스럽다면 스스로 냉정해져야 한다.

정해져 있는 것은 없기에 항상 변수가 존재한다.

변수는 현실에서 예상치 못한 미래로 이끌기도 하고,

현실에서 살아도 과거에만 머물도록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와 현실이 완전히 분리된 것은 아니다.

영화는 현실에 바탕으로 제작되고,

현실은 영화처럼 진행될 수 있다.

 

나도 영화 같은 삶을 살고 싶고,

극적인 결말을 체험하고 싶다.

그러나 요즘 내 동선은 무척 단조롭고,

큰 변수나 선택을 내려야 할 분기는 아직 없다.

어떻게 보며 매우 지루한 영화를 찍고 있는 기분이다. 

 

예전에 보았던 영화<트루먼 쇼>의 주인공 트루먼처럼,

이렇게 지루하고 단조로운 지극히 일상적인 삶도,

누군가에게 보여지거나 나중에라도 돌아봤을 때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나는 분명 영화 같은 삶을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을 언제 깨달을지,

그리고 이 영화 같은 삶이 언제 끝날지, 

나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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