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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스웜 -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세상을 뒤바꾼 가장 영리한 집단
피터 밀러 지음, 이한음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0년 9월
평점 :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위대한 역사가 있다면 자연의 끊임없는 생존이다. 자연은 인류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존재하고 있었고, 인류의 문명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가졌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자연의 힘은 그것을 비웃을 것이며, 자칫 인류의 생존을 위태롭게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인류의 문명은 자연 앞에 유한한 조형물이고 연약하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이를 일부 증명하려는 저자의 의도가 있다는 점이다. 그 증명은 자연의 맹목적인 위대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생존원리를 교훈삼아 인류의 문명발전과 관리를 더욱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에 있다. 저자는 오랫동안 자연, 특히 군집(群集)을 이루는 동물과 곤충들을 살펴보면서 얻은 지혜를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있다. 마치 <파브르의 곤충기>의 현대판을 보는 듯하다.
다시 말해 개미 군체는 두 지점 사이의 가장 짧은 경로를 파악하는 독창적인 방식을 진화시켰다. 개미 한 마리 한 마리가 스스로 판단하여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개미도 두 다리의 길이를 독자적으로 비교하려고 시도하지 않는다. 대신에 군체가 집단으로서 최상의 해법을 내놓는다. 한 마리 한 마리가 페로몬을 이용하여 초기의 성공 사례들을 ‘증폭시킴으로써’ 인상적인 자기 조직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37p>
개미는 조직적인 활동을 통해 효율적인 집단유지를 한다. 여왕개미는 알을 낳는 것 외에 별다른 일을 하지 않지만, 그 밑으로는 생존을 위해 단순하면서도 변함없는 생산과 유지활동을 한다. 이 활동에는 수장이나 리더가 없다. 개미들은 자기들이 부여받는 본능적인 규칙만을 지키고, 그 규칙들을 지키는 것은 전체의 생존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협동을 통해 짧은 시간 내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내거나 차선을 선택하여 그들이 원하는 목적을 이뤄낸다. 이는 어디까지나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화한 개미들의 지혜이다.
이런 개미의 행동은 고비용으로 저효율을 달성하는 기업이나 단체에게 좋은 지혜를 준다. 책에서 관련 전문가들이 개미의 자기 조직화를 시뮬레이션으로 설정하여 기업과 단체에게 이윤창출을 위한 최상의 방법을 제시한 예들은 인상적이었고, 방법을 적용한 기업과 단체의 경제적 효과는 컸다. 특히 복잡한 유통체계에서 개미의 자기조직화를 적용한다면 큰 효과를 거뒀다.
다양성, 독립성, 관점들의 조합. 이 원리들은 친숙하게 들릴 것이다. 그것들은 우리가 꿀벌에게 배운 교훈들의 다른 형태이다. 그것은 ‘지식의 다양성을 추구하라. 생각들의 우호적인 경쟁을 장려하라, 선택을 좁히는 효과적인 매커니즘을 이용하라’ 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꿀벌에게 통용된다면 인간 집단에게도 통용된다. 꿀벌처럼 능률적으로 결정을 내리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들은 오랜 세월 진화를 거치면서 자신들의 요구사항과 능력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멋진 체계를 빚어냈다. 우리가 그들처럼 할 수 있다면, 즉 다양성을 활용하여 우리의 나쁜 습성들을 극복할 수 있다면 아마 사람들은 우리가 여전히 동굴인의 뇌로 생각한다는 말을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다. <76p>
꿀벌들의 8자 비행은 그들만의 언어이다. 꿀벌들은 그것으로 의사표시를 하고 다른 꿀벌들은 다수의 움직임을 통해 선택을 한다. 즉 다수를 움직이는 소수의 꿀벌들의 선택양이다. 신뢰는 소수의 꿀벌들의 선택 중 더 많은 꿀벌들이 선택한 것으로 집중된다. 이 과정에서 꿀벌들 간에 자연스러운 경쟁이 발생하고 선택의 폭이 좁아지면서 적절한 결정이 내려진다.
책을 읽으면서 꿀벌들의 이런 행동에는 상당히 민주주의적 요소가 있다고 생각했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의견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이익과 편리를 위해 정보를 제공하고 선택은 제공받은 사람들에게 있다. 하지만 정보의 신뢰여부는 선택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래서 선택의 실마리는 다수가 선택한 결과에 집중되고, 이후 사람들은 다수 사람들의 선택을 무의적으로 따르거나 면밀히 검토한 후에 결정된다. 선택의 안전성은 다수의 선택에 대한 결과에서 근거를 찾는다. 그리고 개인들에게는 좋은 경험이 되어 앞으로의 유사 선택결정에 있어서 판단의 속도를 빠르게 한다.
개인의 선택과 더불어 기업과 단체는 다양한 리서치 활동을 통해 활동의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기업과 단체는 소비자들의 의견과 조언을 면밀히 조사하여 앞으로의 활동을 설정할 수 있고, 더 많은 이익과 목적달성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러한 리서치들의 결과는 이후 전례가 되어 기업과 단체의 판단에 지속적인 도움을 준다.
발전회사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서로 얽히면서 전기를 공급하는 전력망이라는 복잡한 망을 자아낸 것처럼, 흰개미들도 기체와 수분을 유통시키는 둔덕이라고 부르는 복잡한 구조를 자아낸다. 개인과 민간 기업이 서로 얽혀서 월드와이드웹이라는 디지털망을 만들고, 공유된 구조에 새 사이트를 추가함으로써 그것을 매일 같이 엄청나게 성장시키고 있는 것처럼, 흰개미 일꾼들도 서로 얽혀서 성에 벽과 통로를 만들고 자신의 이해력을 넘어서는 그 공유된 구조에 새로운 부분은 덧붙인다. 하지만 효율성에 초점이 맞추어진 우리 시스템과 달리, 흰개미의 시스템은 튼튼함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것은 흰개미들이 끊임없이 자가 치유를 하는 둔덕을 짓는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145p>
흰개미들의 행동들은 정보사회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 같다. 저자가 제시한 성공사례가 인상적이었는데,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http://www.wikipedia.org)는 흰개미들의 특징을 적용하여, 기존의 전문가와 개발자들만이 구축했던 지식과 정보를 인터넷 사용자들도 구축가능하게 만들어서 다양성을 창출하였다. 게다가 상시로 지식과 정보의 편집도 가능하니, 기존의 책으로 출판된 백과사전보다 효율성과 활용도 면에서 유용하다. 결과적으로 부분의 참여가 전체의 결과를 만들었고, 전체의 결과는 부분의 지속적으로 수정으로 인하여 계속 변화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비슷한 비유로는 인간의 몸이 가지는 항상성이 있다.
순록과 늑대의 만남을 압축한 듯한 이 장면은 적응 모방의 기본 원리 세 가지 모두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무리의 움직임을 조정(coordination)하여 매의 공격을 따돌리는 로마의 찌르게기 떼처럼, 순록 떼도 마치 전체가 한 마리인 양 함께 질주함으로써 늑대의 공격에 대처했다. 게다가 달리고자 하는 처음의 충동은 라다코프 실험에서 동요의 물결이 은빛 물고기 떼 전체로 퍼지듯이 무리 전체로 빠르게 전달되었다(communicated). 마지막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들에게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그들의 행동을 모방함(copying)으로써, 각 순록은 무리의 수많은 눈으로부터 혜택을 본다. <243p>
포식자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동물이나 물고기의 행동은 민첩하다. 그리고 그들이 무리를 지어 행동하게 되면 더욱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가끔 공원을 걷다가 비둘기 떼나 참새 떼가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광경을 본 적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들의 움직임은 소수일 때보다 다수였을 때 더 민첩하다. 즉 다수였을 때 군집범위가 넓어지고 그에 따른 정보의 획득과 움직임도 많고 빨라지는 것이다. 또한 본능적으로 어떤 한 개체의 움직임이 다수의 선택을 빠르게 유도할 수 있는 능력도 가능해진다. 그래서 그들의 생활에는 평화와 위험은 늘 같이 있다.
무리의 반응은 우리 사회의 군중심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언론이나 사회 유력자의 광고나 조언은 군중심리를 자극하여 집단의 판단을 좌지우지한다. 좋은 판단을 내리도록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그 반대도 가능하니 신중함이 필요하다. 하지만 언론조작이나 사회 유력자들을 향한 맹목적인 신뢰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다. 이것에 관한 책으로는 스테디셀러인 <넛지>가 잘 표현했다.
군중의 재난을 예방하는 열쇠는 밀도가 임계 수준 아래에 머물러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다. 키스 스틸은 무엇보다도 군중이 모이는 경기장 같은 구조물을 최대 수용 인원을 처리할 수 있도록 지적으로 설계함으로써 그것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개인들에게 자신의 통제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군중을 진정시킬 수도 있다. “군중 자체는 시야가 한정되고 이동 능력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위험이나 위기를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군중 한가운데 있으면, “당신은 군중에게 속박됩니다. 자신의 본래 걸음걸이로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속박되는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무엇을 예상할지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면, 당신은 자기 통제력을 잃고 폭도의 일원이 될 수 있다. <277~278p>
무리를 이루는 동물과 어류, 곤충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다수가 넓은 영역에 있으면 그만큼 다수를 통해 개개인이 얻게 되는 정보와 지식의 양이 많아지게 되어 판단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경험들이 학습화되어 더 빠른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 많은 양의 정보와 지식을 어떻게 신뢰하고 선택하느냐가 문제이다.
또 한 가지 문제점은 메뚜기 떼에서 찾을 수 있는데, 정보와 지식의 양이 부족하여 불안정한 상황이나 심리상태가 되거나, 소속집단의 구성원이 너무 많아 최대치를 갱신하면 서로를 파괴하게 된다. 인간 역시 불안한 상황과 심리상태에서는 소속집단의 구성원들을 믿지 못하게 되고 폭력적이고 일탈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정보와 지식의 원활한 소통과 적절한 집단구성원의 유지가 필요하다.
책에서 제시한 동물과 곤충은 이전에도 한번쯤은 사용되었던 예들이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움직이고 아는 것만큼만 판단하고 결정한다. 그리고 그 결정은 상당히 정확하다. 저자는 이것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다방면에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은 적용하길 원하고 있다. 물론 인간은 본능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기계적이지 않다. 수많은 이성적 사고와 감정적 행동을 통해 움직임으로 변수는 너무 많다. 그러나 그것을 최소화하여 소기에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책의 내용들을 참고할 필요는 있다.
자연은 인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이 땅에서 보냈다. 그들 나름대로 생존을 거듭했고, 인간의 파괴만 아니었다면 자연의 세계는 오늘날의 위기를 겪지 않았을 것이다. 자연보다 우월하고 말하면서 탐욕적이고 파괴적인 인간이 파괴의 대상이었던 자연으로부터 지혜를 얻는다면 어떨까? 상당히 부끄러운 일이지만 자연은 인간보다 지혜롭고 인내심이 많다. 무엇보다 여유롭고 서로가 신뢰적인 협동관계이다. 무엇보다 수많은 경험과 난관을 겪고 진화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처세나 경영원리, 합리적인 행동과 의사결정에 관한 책들은 서점가에서 꾸준히 인기를 누려왔고 그 주제나 소재 역시 비슷하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좀 상투적일 수도 있으나 내용이 최신자료이기에 새로운 면은 어느 정도 있다. 만약 자신 스스로가 어느 정도 집단의 컨트롤 하거나 할 능력, 자질이 있다면 책의 내용이 이미 알거나 체득되어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 책은 충분히 도움이 된다. 이 책을 통해 개인과 기업, 단체가 자연으로부터 지혜를 얻는다면 분명 지금보다는 더 나은 상황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은 우리보다 인생의 선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