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개 - Poongs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매년 6월이면 6. 25나 남북분단을 주제로 한 영화들이 개봉했는데,

올해는 <풍산개>만이 유일했다.

게다가 김기덕 감독은 감독이 아닌 제작자로서 영화계 복귀를 알리는 영화였다.

오랜만에 보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라서 보기 전부터 기대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그이 특이한 설정을 주목해서 보아야 한다.  





 

"어떤 미친 새끼가 총 맞을려고 휴전선을 넘어?"

 

휴전선을 비밀리에 넘나들며 이산가족들의 안부를 주고 받는 일을 하는 남자.

누군가 남자에게 이름을 물어도 말이 없고 연락처를 물어도 말이 없다.

다만 합의한 금액과 조건만 맞으면 묵묵히 휴전선을 넘는 위험을 감수하며 일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수상한 사람들이 그에게 접근하여 북한여자 인옥을 데려올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휴전선을 넘는 과정에서 인옥의 돌출행동에 남자는 곤혹스러워 하고,

인옥은 남자의 배려와 도움에 연민의 정이 생긴다. 

 



 

"동무레 이 개새끼를 많이 닮았습네다."

 

<집행자>의 윤계상은 점점 배우가 되어가고 있다.

대사 없는 배역이었지만 충분히 감정표현이 살아있는 표정연기가 좋았다.

노력하는 흔적이 보이고 그만큼 성장하는 것 같다.

 

<하하하>, <하류인생>의 김규리 역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다양한 영화에서 연기 변신을 하는 그녀도 정말 노력파이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내면 연기가 돋보였다.

 

<방자전>, <악마를 보았다>의 개성 있는 조연 최무성이 출연했다.

 

전재홍 감독의 영화는 처음 보았지만

이 영화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라 해도 무방하다.

단지 전재홍 감독은 김기덕 감독이 써준 각본대로 연출만 했을 뿐,

그만의 특별한 이미지는 찾을 수 없었다.

 



 

"북조선이야? 남조선이야?"

 

김기덕 감독의 영화다운 영화였다.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지금까지 만든 영화들 중 가장 대중적인 영화"라고 말했는데,

이전 작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그의 영화였다. 

그러나 오랜만에 보아서 그런지 이전 작들과 달리 연출과 내용이 깔끔하게 느껴졌다.

은근히 몰입도가 높은 영화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가 아닌 연극 같은 느낌이었다.

스토리의 재미보다는 상황설정이 재미있었다.

신상정보를 알 수 없는 남자가 남북한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휴전선을

쉽게 넘나들며 이산가족들의 안부를 전달하고,

북한에 사는 사람들을 빼내 올 수 있다는 것과,

남한 국정원 요원들과 북한 간첩들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이 남자를 이용하는 것,

그리고 남자의 복수로 국정원 요원들과 간첩들이 밀폐된 장소에서

서로 싸우며 대치하는 설정은 김기덕 감독만이 할 수 있는 연출이다.

그는 현재의 남북한 분단현실을 제대로 보고 있으며,

왜 남북통일이 현재까지 실현 불가능한 일인지 의견을 제시한다.

남북한 모두 통일보다는 자신들의 이익과 권리에만 집중된

의미없는 병정놀이를 할 뿐이다.  

 

마지막에 남자의 등 뒤에서 총을 쏘는 군인들은 어느 쪽이었을까?

남한군이었을까? 북한군이었을까?

아마 통일이 아닌 지금의 남북한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자들의 사악한 총알이었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김기덕 감독의 영화 해설을 듣고 싶다.

 



 

"대한민국 만세!"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 만세!"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영화이다.

특이한 설정과 이질적인 캐릭터들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고,

설정과 캐릭터 안에 숨겨진 사연들도 있다. 

하지만 김기덕 감독은 '영화'라는 도구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을 분명히 한다.

그것이 관객들이 보기에 좋든 싫든 어쨌든 "영화니까!" 수용될 수 있다.

 

영화를 보면서 지금까지의 남북관계를 되돌아 볼 수 있었다.

극과 극으로 기복이 심한 남북관계는 평화와는 거리가 멀었고,

남북정삼회담이나 경제협력은 국제적 이슈였지만,

실상은 지킬 수 없는 약속과 언제 부도날지 모르는 사업이었다.

그래서 남북한 두 정부에게 통일은 그저 서로를 이용하기 위한 구호였고,

열심히 군비를 증강하여 긴장상태를 유지하며 서로의 국민들을 압박했다.

진정 통일을 원했던 것은 긴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죽음을 앞둔 남북한 이산가족들이었다.

 

휴전선을 장대로 넘든 끊어서 넘든 남북한 이산가족들은 할 수만 있다면 넘고 싶을 것이다.

서울에서 평양까지 3시간이면 갈 수 있는데,

두 정부는 휴전선을 앞에 두고 군대를 동원해 약 60년 동안 살벌하게 대치하고 있다.

그리고 서로의 자존심 때문에 통일은 점점 멀어져 간다.

 

그러나 휴전선 위로 꿈결같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그리는 이산가족들의 그리움과,

자유롭게 날아가는 새들은 언제나 경계 없이 넘나든다.

그것을 향해 총을 쏘는 사람은 없다.

이제 비열한 싸움은 그만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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