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류인생 - Low Lif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방학동안 영화를 20편 이상 보기로 했는데,

리뷰를 제외하고 그 외 몇 편을 더 보았는지 알 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20편까지는 못 본 것 같고,

아마 개강 전까지 20편은 못 볼 것 같다. 

그래서 최대한 시간 날 때마다 영화를 보려고 한다. 

개강하면 아마 일주일에 한 편 보는 것도 힘들 것 같다. 

 





 

"여기 떡대가 누구야?"

 

학창시절부터 근성과 의리로 건달의 삶을 시작한 최태웅.

태웅은 1960-70년대 격동의 시대에서 치열하게 살아간다.

우연한 인연으로 혜옥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된 태웅은,

영화일에 뛰어들어 첫 영화를 제작하지만 검열로 참담한 실패를 당하고,

뒤이어 같은 조직에 있었던 오상필과 함께 군납업 일을 하게 된다.

뛰어난 수완과 패기로 군난업계에서 명성을 쌓은 태웅.

그러나 그의 거침없는 성격과 행동은 그의 가족과 친구들을 위태롭게 만든다.  

 



 

"너 그 '깡패' 소리가 듣기 싫으냐? 그럼 하류인생이라고 하자."

 

<타짜>의 조승우는 꽤 터프한 연기를 보여줬다.

조승우는 뮤지컬과 영화에서 다양한 배역을 능숙하게 연기하는데,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순식간에 한국 영화계의 간판 배우가 된 것 같다.

군 전역 이후 제작될 그의 작품들이 기대된다.

 

<학교>, <하하하>의 김규리는 기본에 충실한 연기를 했다.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한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아직 그녀만의 대표작이 없는 느낌이다.

단순히 주연을 했다고 대표작으로 말할 수 없기에,

기본 이상은 하는 연기를 바탕으로 이미지 변화가 필요할 듯 하다.

 

<꽃보다 남자>의 이혜영이 특별출연을 했다.

 

한국 영화계의 대부 임권택 감독은 가장 한국적인 영화를 만들어 내는 장인이다.

비록 근래에 제작된 영화들은 예전에 비해 언론과 관객들에게

큰 호응과 흥행을 이끌지 못하지만,

그가 만들어 낸 영화들은 작고 이후에도 회고되어

영화인들과 사람들에게 많은 찬사를 받게 될 것이다.

 



 

"권력의 속성은 본질에 있어서 조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조폭은 표면과 이면이 일치하는데 반해,

 권력은 표면적으로 정의의 가면을 쓴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류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영화감독은 임권택 감독 밖에 없을 것이다.

<장군의 아들>시리즈로 한국적인 느와르를 개척했다면,

<서편제>, <취화선> 등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세계를 알 수 있는 영화들이다.

주로 그의 90년대 이후 영화를 본 사람으로서 <취화선>을 최고의 영화라 생각한다.

 

<하류인생>를 통해 임권택 감독이 말하고 싶은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겠지만,

약간 스토리가 빈약한 느낌이 든다.

빠른 전개는 좋지만 작은 이야기들을 확실히 결론을 짓지 않아서 아쉽다.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혜옥의 다리 사이로 보이는 산고의 하혈은,

격동의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피흘림이 결국 새로운 시대를 낳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당신, 사람이 너무 탁해졌어."

 

영화를 보면서 소설가 황석영의 <강남몽>이 생각났다.

한국의 근현대사는 많은 사람들의 피흘림과 강렬한 의지 속에서 형성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그들은 신분의 높고 낮음과 학벌에 상관없이,

'하류인생'과도 같은 삶을 살았다.

 

시대의 감시자들에게 구타와 입막음을 당했고,

때로는 억울한 목숨을 잃거나 불구자가 되어야 했다.

그래서 비열한 지식인들과 기업인들은 살기 위해 권력자의 손을 붙잡았고,

그게 아니면 철저히 굴복 당했다.

결국 권력에 동 떨어진 사람들은 전부 '하류인생'이었다.

그리고 그 '하류인생'들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사람이 시대를 만들었던 시기가 있었다면,

이제는 시대가 사람을 만들고 있다.

사람들은 유행에 민감하고 모방하길 좋아한다.

개성은 개성 나름대로 대우를 받더라도,

어디까지나 개성일 뿐 주류가 될 수 없다.

개성이 주류가 되려면 상품성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강력한 스폰서가 필요하다.

 

누구도 하류인생을 살고 싶지 않기에 저마다 일류인생을 꿈꾸며 산다.

그러나 일류인생은 겉으로 치장되거나 만들어진 껍데기일 뿐,

사람들의 본 모습은 하류인생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하류인생들과 다른 점은,

지금의 시대를 사는 하류인생들은 진짜 하류라는 점이다.

영화에서 최태웅이 오직 의리와 패기로 격동의 시대를 살았지만,

지금의 시대에는 의리와 패기를 사람들에게서 찾기가 어렵다.

 

시대가 만들어 낸 하류인생들은 무척이나 가엽다.

나도 그 하류인생들의 울타리 안에서 발버둥 치고 있는 것일까?

스스로 물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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