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병기 활 - War of the Arrow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근래에는 밤늦게 극장을 찾아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이른 오전에 보고 있는데 제법 나 같이 혼자 보는 사람들이 많다.

아무래도 주말이 여유롭지 않기 때문에 평일이 오히려 여유로운데,

밤늦게 영화를 보면 잠도 늦게 자게 되고 다음날 하루가 피곤할 때도 있다.

그러나 오전에 영화를 보면 일찍 자든 늦게 자든 무조건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그럭저럭 남들과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제는 익숙해졌는지 언제 일어나도 전혀 피곤하지 않다.

나도 모르게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 

 

구로CGV 1관에서 오전 10시 30분에 <최종병기 활>을 보았다.

가끔 맥스무비에서 예매를 하면 항상 CGV는 좌석을 선택할 수 없는데,

임의로 배정되는 좌석은 정말 최악이다.

이번에도 오전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은데 최악의 자리에 배정해서,

할 수 없이 그 열에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서 영화를 보았다.

마침 내 원래 자리 옆에 한 남자가 와서 앉았는데,

다행이 서로 떨어져서 보게 되어 서로에게 이득이 되었다.

머릿속에서는 그 남자에게 이런 질문을 하고 싶었다.

"혹시 맥스무비에서 예매하셨어요?"

 

맥스무비가 매달 나를 위해 할인과 무료혜택을 주어서 고맙기는 하다.

CGV만 제외하면 왠만한 극장은 좌석 선택을 할 수는 있다.

단지 CGV가 집에서 가까운 것이 맥스무비를 향한 애로사항이다.

자리는 별로 였지만 영화는 아주 편하게 보았다.

 

금년 8월 31일까지만 CGV포인트가 적립되어서 CJ ONE 카드를 만들었다.

 





 

"두려움을 직시하지 않으면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느니라."

 

가문이 역적으로 몰려 멸문지화를 당하던 날,

역적의 자식들인 남이와 그의 누이 자인은 간신히 피신하고,

아버지의 친구 집안의 식객으로 13년 동안 살아간다.

그동안 어릴 때부터 남다른 활솜씨를 가졌던 남이는 더욱 연마하여,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신궁의 경지에 이르게 되고,

누이 자인은 아버지의 친구 집안 자제 서군과 결혼을 하게 되었다.

 

1636년 병자호란을 승리로 이끈 청나라 군사들은,

약 50만의 조선인들을 머나먼 만주로 데려가 종살이를 시키려 했고,

자인과 그의 남편 서군도 같이 포로로 끌려간다.

 

하나 뿐인 누이 자인을 구하기 위해 단신으로 청나라 진영으로 향한 남이.

뛰어난 활솜씨로 청나라 군사들과 싸웠지만 역부족이었고,

청나라 명장 쥬신타가 그를 추적한다.

 



 

"태산처럼 받쳐들고 호랑이 꼬리 말듯이 쏴라."

 

<이끼>, <심장이 뛴다> 등 현대극에서 자주 보았던 박해일을 사극에서 보니 흥미로웠다.

요새는 현대극과 사극이 가진 특성의 차이가 거의 없어졌는데,

박해일은 현대극이든 사극이든 자신이 맡은 배역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박해일은 저력 있는 배우라 할 수 있다. 

 

<아이들>, <평양성>의 류승룡은 오래 전부터 내가 대박을 예언한 배우이다.

<바람의 화원>에서 두각이 드러난 사극 연기의 포스가 영화에서도 드러났다.  

온화함과 냉정함을 동시에 지니고 이미지는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게 만들고,

언젠가 그의 연기가 정점을 찍을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바람의 화원>에서 처음 본 문채원은 꽤나 당찬 여성의 이미지를 가진 배우였고,

지금도 영화와 드라마에서 그런 배역과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다소 연기가 어색하거나 대사가 부자연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녀는 성장 중이다.

 

이한위, 이경영, 박노식, 김구택이 조연으로 출연하였는데 큰 집중을 받진 못했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 몫을 다한 연기를 보여줬다.

 

<무산일기>의 강은진이 단역으로 출연했고 윤동환과 박명신이 특별출연을 했다.

 

<핸드폰>의 김한민 감독이 2년만에 만든 신작인데 꽤 괜찮았다.

사물을 보는 시각이 다양하고,

특히 한 사물에 집중하여 여러 의미를 찾아 내는 것에 뛰어난 것 같다.

핸드폰과 활 다음은 무엇일까?

 



 

"내 활은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다."

 

영화의 몰입도는 근래에 본 영화 중에 최고였다.

안좋은 버릇이지만 나는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손목시계를 볼 때가 있다.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 영화가 지루하거나 늘어질 때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보고,

다른 하나는 "이쯤되면 끝날 때가 된 것 같군!" 이라 느낌이 들 때 본다.

2시간이 넘는 긴 런닝타임이었지만 내가 손목시계를 본 때는 거의 영화가 끝날 때였다. 

그만큼 영화가 가지고 있는 주의집중과 몰입요소들은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스토리 전개도 나쁘지 않았다.

박해일과 류승룡 간의 연기대결은 영화 전체적인 분위기를 주도하며 긴장을 축적했고,

활이 가진 전통적인 의미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의미들을 조화롭게 구성하여,

결론적으로는 한국적인 이미지로 승화시켰다.

 

대단한 영화라 하기에는 좀 부족하지만,

충분히 극장에서 볼 만한 영화이고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7광구>로 실망했던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두려움은 직시하면 그뿐,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활은 사냥과 전쟁에 쓰이는 무기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귀족들의 놀이문화로도 사용되었다.

생계 수단과 품위 유지의 역할을 둘 다 포함하는 활은,

서양보다 동양에서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서양은 활에서 총으로 바뀌면서 문화도 따라 변천했지만,

동양에서는 총이 수입되었어도 활의 역할이 변하지 않았다.

 

특히 주변의 다른 민족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검술에 능하지 못했던 우리 민족에게,

표적과 자신의 위치를 빨리 판단해서 집중력과 순발력으로 쏘았던 활은 최고의 무기였고,

우리 역사 속에서 위대한 무장들은 활쏘기에 능하여 그것으로 무예 실력을 겨루었다.

또한 귀족들과 선비들은 활쏘기로 품위 유지와 심신수양을 했고,

성별과 신분적 제약이 있었던 여자들도 활쏘기를 즐겨했다. 

그러므로 활에는 우리 민족만의 독특한 정신과 문화가 담겨져 있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위에서 말한 것 외에도

활이 가지고 있는 상징적 의미 많다는 점이다.

병자호란 때 만주로 끌려간 우리 선조들은 나라와 백성을 버린 힘없는 임금의 외면으로,

스스로의 힘으로 구사일생으로 압록강을 넘어 조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오랑캐들의 숱한 모욕과 횡포를 견디고 조국으로 돌아온 그들에게,

조정의 대신들과 몇몇 사람들은 "역적"이라고 말하면서 손가락질 했으니 얼마나 참담한가?

그래서 영화 주인공인 남이가 "그래도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에 숙연해졌다.

그가 쏘는 활은 사람을 죽이려고 쏘는 활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고향에 돌아가 평화롭게 살고 싶은 염원이 담긴 활이었고,

포로로 끌려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민중의 활이었다.

 

검은 감정적이지만 활은 이성적이다.

검은 한번 휘두르면 거침없지만,

활은 쏘는 순간까지 표적을 바라보며 생각해야 한다.

왜 검보다 활에게는 평화로운 기운이 감도는 것일까?

바람을 극복해야 표적에 정확히 맞출 수 있는 활처럼,

지금 우리나라가 겪는 고난을 극복해야 영광의 순간에 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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