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광구 - Sector 7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원래 8월 4일에 개봉할 예정이었던 영화였는데,

하루 연기되어 5일에 개봉하여 4일에 예매했던 표가 5일로 바뀌어졌다.

이틀 전에 해당 극장에서 연락이 왔고 예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어서 낯설지 않았다.

한 달에 무조건 3편 이상의 영화를 보고 리뷰를 써야 하는 의무 때문에,

영화는 자주 보는 편이지만 친구들과는 시간이 안맞아서 주로 혼자 본다.

 

원래는 장훈 감독의 <고지전>을 보려고 했으나 볼 기회를 놓쳤다.

아무래도 개봉 당일날 보지 못하면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잘 보지 않는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김지훈 감독의 <7광구>였다.

주로 밤늦게 영화를 보았는데 이번에는 오전 10시 20분에 신도림CGV 9관에서 보았다.

이른 시간이라 관객들은 많지 않았는데,

나를 가운데 두고 양 옆에 앉은 두 여자들 때문에 잠시 당황했었다.

어두워서 얼굴도 보이지 않고 주변에 빈 자리도 많은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덕분에 아주 편하게 영화를 보진 못했다.

그녀들은 영화가 끝나자마자 빠르게 퇴장했다.

 



 

"난 여기에서 석유 나올 때까지 절대로 안 가!"

 

제주도 남단에 위치한 유전지역 7광구에서 시추작업을 하고 있는 이클립스호는,

연일 석유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성과는 없었다.

1년의 시간이 흐른 뒤 본부로부터 철수 명령이 떨어지고,

이클립스호 선원인 해준은 반발하고 동수를 비롯한 다른 선원들도 당황한다.

얼마 뒤 철수 책임자로 베테랑 선장 정만이 이클립스호에 도착한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을 복귀시키고 최소인력만 남은 상태에서,

해준은 석유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복귀하지 않겠다며 계속 반발하자,

선장 정만은 약 한 달의 시간동안만 다시 시추작업을 해보자고 제안한다.

다시 일하게 된 선원들은 총력을 다해 시추작업에 들어가고,

이클립스호는 활기를 띠지만 갑자기 의문의 살인사건들이 벌어진다.

 



 

"나 여기 7광구에서 10년을 살았어, 날 믿어봐!"

 

<색즉시공>, <시크릿 가든> 등등.. 영화와 드라마에서 당찬 연기를 보이는 하지원.

분명 섹시하고 명랑한 이미지가 그녀의 장점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너무 과했다.

그녀는 통제 불가능한 캐릭터였고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분위기를 주도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감당할 정도로 원숙한 배우는 아니었다.

 

<실미도>, <라디오 스타>의 안성기는 근래에 그가 출연한 영화들 중에서,

가장 최악의 연기를 보였고 차라리 출연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뻔 했다.

'국민 배우'의 반열에 있는 그가 이렇게 무기력한 연기와 어눌한 대사를 하다니!

 

<추노>의 오지호는 그의 연기력이 제대로 다 발휘되지 못한 채 영화에서 퇴장했고,

 명품조연인 박철민은 필요이상으로 시끄러웠으며 송새벽은 큰 존재감이 없었다.

차예련, 이한위, 박정학, 민석은 그저 졸작의 들러리에 불과했다.

 

그 중에서 박정학과 민석이 가장 안타깝다.

왜 이 영화에 출연하여 허무한 배역을 맡았을까?

연극과 드라마에서 활약했던 그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전작 <화려한 휴가>로 나름 괜찮은 흥행성적을 낸 김지훈 감독은,

야심차게 한국 최초 3D 영화를 만들었지만,

3D 영화라고 하기에는 너무 부실한 영상이었다.

게다가 어디 부분을 3D로 보면 좋을지도 모르겠다.

이번에는 연출도 아주 허접했다.

 



 

"박스치워!"

 

영화를 보는 도중에 꽤 여러 번 부끄러웠다.

분명 영화를 보는데 마치 '개그콘서트'를 보고 있는 듯 느낌이 들었고,

배우들은 왜 저렇게 어색한 연기와 센스 없는 대사를 날리고 있는지 궁금했다.

또한 무슨 이유 때문인지 배우들의 대사도 잘 들리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유치하고 한편으로는 짜증났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려고 극장을 찾는 것은, 

한국도 괴수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한국 최초의 3D 영화"라는 타이틀 때문이 아닐 것이다.

이미 한국영화계에서 괴수영화들은 꽤 많이 제작되었고,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서 정점을 찍었다.

 

또한 이미 괴수영화 대작인 <죠스>와 <에어리언>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그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질 낮은 괴수영화를 제작하여 개봉하는 것은,

관객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적어도 한국적인 가족애나 동료애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영화 말미에 이르자 이 영화가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일본에 관해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단순한 부가정보였을까? 

아니면 지금 대국민적으로 달구워진 반일감정을 더 강하게 하려고?   

그럼 석유괴물이 생겨난 원인은 일본 때문인가?

차라리 석유괴물이 끝까지 나왔더라면,

무모하지만 2편의 여운이라도 주었을텐데..

 



 

"당신도 서서히 괴물이 되어가고 있어!"

 

한국영화는 놀라울 정도로 발전하고 지속 발전 중인데,

유독 블록버스터급 영화들은 흥행의 기복이 심하다.

무엇보다 엄청난 물량지원에 비해,

연출과 내용 전개에 있어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데,

적절한 말로 '돈값'을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7광구>도 시사회 이후에 관객들과 네티즌들의 쏟아지는 악평에,

개봉을 하루 연기하면서 재편집을 비롯하여 후반기 작업을 추가로 했지만,

런닝타임만 약간 줄었을 뿐 뭐가 달라졌는지 알 수 없을만큼 졸작이었다.

도대체 시사회 때 상영한 원판은 어땠을지 상상이 안된다.

이보다 더 최악이었을까?

 

영화를 보고 난 후 개인마다 평가에 대해 차이가 있겠지만,

내 주관적인 근거에서 말한다면,

김지훈 감독은 내게 큰 모욕감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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