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 Inceptio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드디어 방학을 했고 영화를 여유롭게 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2010년에 최고의 흥행작인 크리스토퍼 놀런(Christopher Nolan)의 <인셉션>을 이제 보았다.

영화를 본 사람들로부터 추천과 함께 호평을 너무 많이 들어서,

기대를 하고 보기 보다는 당연히 굉장한 영화일 것이라 믿고 보았다.

 



 

"현실로 돌아와, 돔."

 

드림머신으로 원하는 상대방의 꿈에 들어가 생각을 훔치고,

의도된 잠재의식을 심어 놓을 수 있는 미래사회에서,

돔 코브는 이것에 특별한 능력을 가진 전문요원이다. 

 

주로 세계적인 기업들 간의 산업 스파이로 활동하면서,

고위 간부들의 꿈에 침투하여 정보를 빼내는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순간의 실수로 기업의 의뢰에 실패를 한 코브는,

기업의 추적에 도망자 신세가 되고 코브의 능력을 알아 본,

일본인 기업가 사이토는 그에게 흥미로운 제안을 한다.

 



 

"당신은 기차를 기다리고 있어."

 

<타이타닉>,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는,

2010년 두 편의 심리 스릴러 영화를 찍었는데 <인셉션>과 <셔터 아일랜드>였다.

두 편 모두 그에게 있어서 새로운 연기 변신이었고 느낌도 비슷했다.

무엇보다 크리스토퍼 놀런과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 같은,

명감독의 영화에 주연을 맡을 정도로 그는 확실한 입지를 가진 배우가 된 것 같다.

 

<상하이>의 와타나베 켄은 강렬한 연기를 보여줬다.

그가 맡은 사이토 역은 악역인지 선역인지 알 수 없는 이미지를 가진 배역이었고,

그 역시 그런 이미지를 가진 배우이다.

 

<택시>, <퍼블릭 에너미>의 마리옹 꼬띠아르(Marion Cotillard)는, 

특유의 도도한 연기와 함께 영화 전체의 긴장감을 주도하는 비밀스런 여자였다.

그녀도 서서히 늙어가고 있다.

 

<플래툰>의 영웅 톰 베린저(Tom Berenger)를 오랜만에 보았다.

이젠 나이가 든 모습이지만 그를 볼 수 있다는 것에 흥분되었다.

 

<유주얼 서스펙트>의 피트 포스틀스웨이트(Pete Postlethwaite)도 오랜만에 보았다.

영화에서처럼 그는 지난 1월 2일에 사망했다.

 

<메멘토>, <다크나이트>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인간 심리에 많은 관심이 있는 것 같다.

결국 이 영화로 그가 생각하는 인간의 심리와 무의식을 보여 주었고,

이른 나이에 세계 영화계의 거장이 되었다.

 



 

"생각은 바이러스와 같아."

 

뒤늦게 본 것이 아쉬울 정도로 흥미로운 영화였다.

생각을 훔친다는 것과 의지를 심어준다는 두 가지 개념은 영화를 수준 높게 만들었고,

설계사, 위장사, 제약사 등과 꿈 속에서 방어기제들과의 싸움은,

마치 무라키미 하루키의 소설<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같은 느낌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인간의 심리와 무의식에 대한 감독의 구체적인 실사 표현이다.

코브의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는 이미지들을 각 층마다 나누어,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공감했다.

인간의 무의식 저 아래에는 진정 지울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지 않을까? 

영화는 여운을 남기는 엔딩으로 마무리 되지만,

불안하게 흔들리는 토템은 꿈과 현실의 경계에 있는 듯한 코브의 심리를 말해주는 것 같다.

결국 감독은 영화 시작과 끝까지 관객들을 드림머신으로 인도하여,

관객들 스스로 꿈과 현실을 찾으라고 부추긴다. 

 



 

"우리는 함께 있으니까."

 

영화를 보면서 실제로 언젠가 드림머신을 통한,

인간 무의식 탐험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다수의 사람들이 서로의 꿈을 공유하여 꿈의 세계에서 살 수도 있을 것 같다.

즉 현실의 육체는 의식의 지배가 아닌 무의식의 지배를 위한 도구에 불과한 것이다.

 

나는 꿈을 잘 꾸지 않고 꿈을 꾸더라도 깨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꿈 속에서 내가 무엇을 보고 행동했는지 알 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내가 꿈을 꾸었다는 느낌과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욕망과 본능에 지배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지크문트 프로이트와 칼 융, 칼 로저스 등 위대한 심리학자들은 무의식에 관심이 많았다.

그들의 책들을 읽으면 과거, 현재, 미래가 무의식 속에 있었고 꿈에서 발현된다.

그렇다면 무의식의 세계는 인간에게 어떤 곳일까?

기억의 유령들이 떠다니는 혼탁한 창고일까?

아니면 잘 정리된 추억 속 앨범 같은 곳일까?

아마 무의식의 세계 속에는 무수히 많은 내가 방황하며 돌아다닐지도 모른다.

 

상처 입은 나와 상처 주는 나,

사랑 받는 나와 사랑 주는 나,

고통 받는 나와 고통 주는 나,

행복한 나와 불행한 나,

나는 그들과 함께 몸과 마음을 이루어 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내가 극복해야 할 한계이자,

성장을 위한 장애물들이다.

 

추억에 갇혀 지낼 수 없고,

상처에 힘들어 할 수는 없다.

나는 항상 나를 넘어서야 한다.

그게 나를 나답게 만드는 평생의 과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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