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트랜스포머 3 - Transformers: Dark of the Moo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학기 중에는 주로 목요일에 극장에서 영화를 보았는데,
수요일에 극장에서 영화를 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지난 2월부터 일주일 중 수, 금, 일에는 거의 정장을 입고 다니는데,
비오는 날 어깨에 서류가방을 매고 한 손에는 우산을 들면서 극장을 가는 기분이 새로웠다.
또한 처음으로 정장을 입고 극장에서 영화를 보았다.
장마로 인하여 비가 많이 내리는 수요일 밤 10시 10분에 구로CGV 9관에서,
마이클 베이(Michael Bay) 감독의 신작 <트랜스포머3>를 보았다.
예매할 때는 평일 늦은 밤 시간이라 관객들이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영화가 시작되기 전부터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가득 찼다.
늦은 밤이라 혼자서 편하게 보고 싶었지만,
역시 <트랜스포머>의 브랜드 효과는 대단하는 것을 실감했다.
"샘은 영웅이예요."
오토봇 세력과 디셉티콘 세력의 치열한 전쟁 중에 오토봇의 수장 센티넬 프라임은,
패배가 확실시 되자 우주선을 타고 탈출하지만 디셉티콘의 공격으로 달에 추락한다.
추락 당시인 1960년대의 소련과 미국은 달에 외부 충돌이 있었다는 것을 감지하고,
경쟁하듯 달로 탐사선을 보내어 진상을 파악하려고 한다.
마침내 달에 도착한 우주 비행사들은 외계인의 실체와 증거를 보게 되고,
그들과 NASA는 그것에 관한 자료들을 만들어 일급 비밀로 보관한다.
세월은 흘러 2010년.
디셉티콘 세력들을 물리친 오토봇 세력들은 지구인들과 공존하며 살아가고,
샘은 새로운 여자친구를 사귀면서 영웅이 아닌 일상의 삶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비밀로만 보관되었던 자료들이 서서히 공개되면서,
샘과 오토봇 세력들은 디셉티콘 세력의 재역습을 예감한다.
"계획은 없다."
<트랜스포머>시리즈의 영웅 샤이아 라보프(Shia LaBeouf)가 돌아왔다.
조금 성숙된 이미지였지만 특유의 연기는 여전했고,
취업을 걱정하는 20대 중반의 청년이 되었다.
영화에서는 그가 영웅이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마이클 베이 감독이 영웅일 것이다.
중령이 된 '레녹스'역의 조쉬 더하멜(Josh Duhamel)과,
괴짜가 된 '시몬스'역의 존 터투로(John Turturro)은 <트랜스포머>의 명품 조연들이다.
<레드>의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한 존 말코비치(John Malkovich)의 짧은 출연이 아쉽다.
<트랜스포머>시리즈로 호불호의 평가를 받는 마이클 베이 감독.
그는 엄청난 물량과 과장된 스토리를 즐기는 것 같다.
그의 뛰어난 상상력과 웅장한 영상미는 높이 평가하지만,
매번 120분이 넘는 런닝타임과 상투적인 스토리 전개는 정말 안타깝다.
"자신을 의심해서는 안돼, 이제부터는 너 혼자 싸워야 해!"
할리우드 SF 영화들을 보면 뛰어난 CG나 영상미 보다는,
소재에 따른 스토리 전개가 더 인상적이다.
특히 <트랜스포머>시리즈는 SF 영화의 새로운 진화를 보여 주었다.
무엇보다 로봇과 인간이 서로 공존할 수 있다는 다소 희망(?)적인 내용과 함께,
놀라운 미국의 현대전(戰)과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 인류의 미스테리 소재들과의 결합은,
기존 SF 영화들과는 다른 흥미로움과 재미가 있었다.
그러나 개인적인 평가로 <트랜스포머3>는 이전 작들에 비해 로봇들 간의 싸움이 많지 않았고,
메가트론만큼의 카리스마와 능력을 가진 강력한 로봇이 없었던 것 같다.
수많은 디셉티콘 로봇들은 옵티머스 프라임을 이기지 못하고 허무하게 박살났으며,
언제나 지구의 평화는 옵티머스 프라임의 개인적인 방백과,
샘과 그의 여자친구가 서로 키스를 나눌 때 찾아온다.
어느 정도 스토리를 예상하고 봤지만 이젠 너무 식상하고 재미가 없다.
2편을 끝으로 막을 내렸으면 좋았을 것을..
현재 분위기로는 4편도 나올 것 같다는 예감이 들고,
확실한 것은 4편이 나온다면 옵티머스 프라임과 샘은 또 지구를 구할 것이다.
"날 배신한 것이 아니야! 너 자신을 배신한 거지!"
영화를 보면서 미국 중심의 사고방식이 너무 다분하여 짜증이 났다.
미국 영화니까 당연히 그렇다고 볼 수도 있는데,
오토봇들이 미 국방부 명령에 따라 전쟁을 수행하고 중동 핵시설을 요격하는 장면은,
미국의 세계 철권통치를 여실히 보여 주는 모습들이다.
이런 오락영화를 심각하게 생각하며 보고 싶진 않은데,
재미를 위하여 민감한 국제 문제들을 쉽게 다루는 것은 약간 거슬린다.
역시 액션영화는 아무 생각없이 봐야 한다.
<트랜스포머4>이 나온다면 보고 싶은 마음은 있겠지만,
이번처럼 "꼭 봐야지!" 같은 생각은 들지 않을 것 같다.
각 편마다 2시간이 넘는 런닝타임(실제로 1~3편까지 오면서 런닝타임도 조금씩 늘어났다)과,
상투적인 내용은 지금만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