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의 FM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오랜만에 주말에 여유가 생겨 영화 한 편을 보았다.

근래에 집에서 영화를 볼 때면 영화를 보면서 다른 일도 동시에 해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몰입 하면서 보아야 할 영화들보다는,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들을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

단순히 방학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마지막, 이 단어를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새벽 2시부터 4시까지 방송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심야의 영화음악실'의 DJ 고선영은,

5년 동안의 생방송 진행을 마치고 잠시 휴식기를 가지려고 한다.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동료들과 청취자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려던 참에 괴전화가 걸려오고,

하나 뿐인 딸과 여동생이 인질로 잡혀 있다는 연쇄 살인범 한동수의 음성이 들린다.  

방송이 끝날 때까지 자신이 선곡한 음악들을 틀어야 가족을 살릴 수 있다는 말에,

선영은 혼란스러워하고 불안감에 어쩔 수 없이 동수가 시키는 대로 움직인다.

 



 

"절대 방송을 중단해서는 안돼!"

 

<가족>, <님은 먼곳에>의 수애는 아름다운 목소리와 더불어 당찬 연기를 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크게 매력을 못 느끼는 여배우인데,

마음을 흔들만큼 연기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녀만의 특별한 분위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다른 여배우들과 비교했을 때 평균 이상의 연기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봄날은 간다>, <올드보이>의 유지태는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보였다.

<올드보이>의 영향 때문인지 유지태는 지능적이고 악랄한 악역이 상당히 잘 어울린다.

이미 여러 영화에서 다양한 배역을 소화했기에 그의 연기는 묵직하게 다가온다.

 

<부당거래>의 마동석, 정만식, <황해>의 곽병규가 출연하여 명품 조연의 과정을 밟았고,

아나운서 출신의 최송현은 배우로서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연기를 보였다.  

   

오랫동안 여러 영화에서 제작진으로 활약한 김상만 감독에게,

이 영화는 그의 감독 데뷔 이후 첫 흥행작이다. 

 



 

"당신도 어차피 스토커잖아!"

 

영화 내용은 익숙하고 분위기도 익숙하다.

예전에 케이블 영화채널에서 해주었던 <넘버 원 팬>과 비슷한 내용이었고,

<데스노트>와 <스크림>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였지만 이젠 너무 상투적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용과 분위기보다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로 영화를 본 것 같다.

잠시 생각해 보니 영화 내용도 억지스러움이 있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새벽 라디오 프로그램을 생방송으로 진행할 수 있다니! 

영화지만 현실에서 그렇게 방송을 한다면 아무리 유명하더라도 구설수를 면치 못한다. 

 



 

"라디오 좀 꺼주세요."

 

인간은 대상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대상은 인간부터 자연, 사물까지 눈으로 보이고 감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대상이다. 

관계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인간과 대상의 관계는 주관적이고 감정적이다.

인터넷과 매스 미디어가 활발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대상의 범위도 크지 않았고,

그에 따른 관계 맺음 역시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인터넷과 매스 미디어가 활발하다 못해 과포화 상태이고,

개인과 단체가 운영하는 SNS의 확산이 뉴스보다 빠르다.

이에 따라 개인의 감정과 사회 단체의 의사표현이,

불특정 다수들에게 직, 간접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주기도 한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팬과 스토커도 이런 측면에서 볼 수 있다.

감각을 통해 느껴지는 과격과 절제 속에서 팬과 스토커가 나뉘어지는 상황에서,

팬과 스토커를 만든 것은 다름 아닌 그들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스타'이다.

스타는 팬과 스토커를 만들어 내어 그들로부터 사랑과 고통을 받고,

그 사랑과 고통을 받으면서 스타는 성장하고 좌절하며 삶을 살아간다. 

스타는 팬과 스토커가 주는 사랑과 고통에 불평할 수 없다.

그러니 스타의 사생활은 존중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베르테르 효과'처럼 자살은 또 다른 자살을 낳고,

'나비 효과'처럼 별 의미 없는 말과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상처와 위로가 될 수 있다.

인간은 복잡한 관념체이다.

복잡한 관념체에게 인터넷과 매스 미디어, SNS 등 통제 불가능한 객체들은 날카로운 무기이다.

라디오를 끄고 살 수 없고,

신문과 TV를 안 보면서 살 수 없으며,

인터넷과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이성적 성찰과 함께 침착한 대상 관계가 필요하다.

 

한 인간을 범죄자 또는 영웅으로 만드는 작업은,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이 글을 쓰는 나와 보는 당신은 범죄자와 영웅의 친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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