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사랑합니다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주말과 현중일로 이어지는 연휴 기간 동안 집에서 편하게 휴식을 취했다.

밀린 과제도 하고 평소에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하루 종일 잠만 자는 것 역시 휴식이라 할 수 있지만,

무엇인가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의미 있는 휴식이다. 

휴식과 일은 내 마음대로 시간을 쓸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연휴 기간 동안 작가 강풀 원작의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보았다.

강풀의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Daum 웹툰에서 처음 연재되었는데,

내가 처음으로 접하게 된 것은 연극이었다.

연극을 보면서 진한 감동과 노년의 삶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연극을 본 후에는 이미 완결된 웹툰마저 하루만에 다 보았다.

그리고 오늘은 영화로도 보게 되었으니 거의 모든 버전을 보게 된 것이다.  

연극이든, 웹툰이든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내용은 이미 알고 있지만,

내용이 전달하는 이상의 감정이 있고 영화에서는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궁금했다.

 



 

"밥 먹여 줄 자식이나 식구없어?"

 

"예에.."

 

눈 내리는 추운 겨울에 언덕 길에서 만난 김만석 할아버지와 송이뿐 할머니.

백발의 노인 둘은 노년에 이르러서야 행복의 의미를 찾게 된다.

그리고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하며 살아 온 장군봉과 그의 아내를 알게 되면서,

이들 네 사람은 잊고 있었던 기억과 다시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들을 되살린다.

인생의 황혼기에서 만나게 된 네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자주 찾아 뵙겠습니다."

 

"자주 올 것도 없어!"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이미지 변신을 한 이순재는 영화에서도 돋보였다.

주로 고집스러운 아버지와 할아버지 역을 연기해 왔기에,

영화에서 보여 준 연기는 자연스러웠고 관록이 느껴졌다.

그는 이 영화로 연말 국내 영화제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또한 한국 영화계에 8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연기를 하는 배우가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자랑스러운 일이다.

 

<올가미>, <왕의 남자>의 윤소정은 기존에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다.

기존에는 개성적인 연기를 보여 주었다면,

이 영화에서는 푸근한 연기로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 주었다.   

 

<살인의 추억>, <그림자 살인>의 송재호는 중후한 연기를 보여 주었다.

TV드라마와 영화에서 그가 맡은 배역들은,

순한 할아버지부터 극성 맞은 할아버지까지 다양하지만 한결 같이 인상적이다.

이순재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

 

<전원일기>의 영원한 히어로 김수미는 현재 가장 인기있는 중견 배우이다.

특유의 욕설과 당돌한 연기에 다양한 연령층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고,

주연, 조연, 단역 등 어떤 배역을 맡더라도 자신의 이미지를 관객들에게 각인시킨다.

이 영화에서는 그녀가 가진 장점들이 크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 일일 시트콤에서 그녀의 연기를 보고 싶다.  

 

이문식, 송지효, 오달수가 조연으로 출연하여 제 몫을 다했고,

연극 <바냐 아저씨>의 이문수를 오랜만에 보았다.

<써니>에서도 코믹한 연기를 보여 준 이준혁은 이 영화에서도 인상적이었다.

 

추창민 감독의 영화는 처음이었고,

원작이 있는 상태에서 제작된 영화라 그만의 스타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요새 내가 보는 영화들의 감독들은 처음으로 보는 감독들이 많은 것 같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소재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인 영화이다.

노년의 사랑과 우정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일 영화감독들은 별로 없기에,

원작의 힘과 연극에서의 어느 정도 흥행이 영화제작으로 이어진 것 같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객들은 원작이나 연극 또는 입소문을 통해, 

대략적인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게 만드는 동기는,

영화의 소재가 가져다 주는 감동의 범위가 넓기 때문이다.

 

고령화 사화에서 독거노인과 노인복지에 관련한 사회적 문제들과 더불어,

가족 속에서 노인들이 느끼는 상실감과 노년에 느끼는 사랑과 우정은,

사회적에서부터 개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범위 내에서 교감할 수 있다. 

아마 강풀 원작의 영화들 중 가장 흥행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다시 볼 수 있을까?"

 

영화를 보면서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진한 감동을 느꼈다.

노년에 되돌아 볼 수 있는 추억들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를 비롯해 지금을 사는 젊은 사람들이야 디지털 문명 속에서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하루를 통째로 기록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지만,  

지금의 노인들은 지나간 시간들을 단지 머리 속에만 기억하면서 살고,

그 기억마저 점점 잊어버려 남는 것이 별로 없다.

 

사랑과 우정은 어느 연령층에나 동일하게 느낀다.

특히 사랑이란 어릴 때 하면 순수하고 젊었을 때 하면 성숙하며,

늙었을 때 하면 망측한 것이라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사람의 감정은 세월이 지나면 무뎌질지라도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령별 잦은 이혼과 패륜, 가정폭력 등이 더욱 심각해지는 지금 시대에,

평생을 함께 하며 사랑할 사람과 우정을 나눌 친구가 우리에게 있는가? 

노인들의 사랑과 우정을 우습게 보는 이들에게,

김만석 할아버지와 송이뿐 할머니의 로맨스와

장군봉 할아버지의 외사랑은 말도 안되는 설정이겠지만,

둘의 로맨스에서 사랑의 의미를 찾는다.

 

노인을 위한 나라가 없더라도,

노인을 허락하지 않는 나라가 있으면 안된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그러나 사랑과 우정은 늙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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