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키스만 50번째 - 50 First Date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할리우드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안 본지 그 얼마나 되었던가.

뭐 그다지 신경이 쓰일 만큼은 아니지만,

로맨틱 코미디 영화도 봐줘야

나같이 건조한 사람도 조금은 부드러워 지지 않을까?

신빙성 있는 생각은 아니지만,

어쨌든 몸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주말은,

1%라도 머리아픈 생각을 하고 싶지 않다.

 



 

"내가 왜 매일 아침 당신 같은 계란형 얼굴에 반하는지 모르겠어요."

 

하와이에서 수의사를 하는 헨리는

여자 관광객을 대상으로 자유로운 연애를 즐기는 매력남이다.

그러나 그에게도 마음을 다 줄만큼의 여자가 있었으니 그녀의 이름은 루시이다.

첫 눈에 루시에게 반한 헨리는 그녀와의 연애작업이 성공한 듯 보였지만, 

다음 날 180도로 돌변해버린 루시의 태도에 의아해 한다.

며칠 후에야 알게 된 것은 루시가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라는 사실이다.

단 하루 밖에 기억을 못하는 루시는 다음 날이면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

헨리는 이런 루시를 그래도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결심하고,

그와 루시의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요청한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그 어떤 사람보다도."

 

<빅대디>, <클릭>의 아담 샌들러(Adam Sandler)를 오랜만에 보았다.
능청스러운 연기부터 진지한 연기까지 무난하게 소화하는 배우지만,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그에게 어떤 강력한 액션영화를 기대하기에는 무리겠지만,
반대로 자신의 연기인생에 큰 변화를 줄지도 모른다.
참고로 아담 샌들러는 이 영화 끝에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Stanley Sandler)를 추모한다.
 
<웨딩싱어>, <미녀삼총사>의 드류 베리모어(Drew Barrymore)만큼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많이 출연한 여배우도 드물다.
더구나 아역배우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녀가 보여주는 기행(?)적인 행동은 엄청난 가쉽거리이다.
하지만 운을 타고 났는지, 아니면 그녀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분명 흥행성을 가진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여배우 중 한 사람이다.
 
<블루스 브라더스>, <마이걸> 등 주, 조연을 넘나드는 다(多)작의 배우 댄 애크로이드(Dan Aykroyd).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다소 과장된 표현이지만 어느 영화에서든지 이 배우를 볼 수 있었다.
그만큼 이 배우의 존재감은 정말 '미친 존재감'이었다.  
오랜만에 그를 보니 정말 늙지도 않는다.
 
<구니스>, <멤피스 벨>, <반지의 제왕>의 숀 애스틴(Sean Astin)도 오랜만에 보았다.
드류 베리모어와 같이 아역배우 출신인 그도 어느새 중년배우가 되려한다.
영화에서 그를 볼 때마다 <구니스>에서 보았던 애띤 얼굴이 생각난다.
 
<나홀로 집에2>, <비버리 힐빌리즈> 등 코미디 영화의 대부 롭 슈나이더(Rob Schneider).
이 영화에서도 유쾌한 코미디 연기를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에서 그의 등장이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첫 키스에 비할 바가 있나요?"

 

"많이 듣던 말이네요."

 
<웨딩싱어> 이후로 다시 보게 된 아담 샌들러와 드류 베리모어.
그때와 마찬가지로 연기는 변한 것이 없지만 외모가 많이 변했다.
두꺼운 화장과 보톡스가 없었다면 아마 중년 멜로물처럼 보였을 것 같다.
 
기억상실증(알츠하이머)을 설정으로 한 멜로물들은 너무나 많고 이젠 진부하다.
주로 여주인공이 이 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거나,
사랑하는 연인과 가족, 친구들이 잊혀져가는 것에 괴로움을 느낀다.
가장 인상적인 영화로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라 생각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같은 소재의 영화를 비교하면서 본다.
그리고 슬픈 결말이 대부분이지만,

이 영화는 좀 다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영화는 슬프기보다는 밝고 명랑하다.

같은 주제이지만 감독이 어떻게 해석느냐에 따라 다르기에,

영화 분위기는 무겁지 않고 심각하지도 않다.

물론 보는 사람마다 느낌과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차는 어느 정도 있겠지만,

나는 큰 점수를 주기에는 어려운 영화이다.

다행이 식상함을 코미디로 극복하려는 배우들의 노력이 돋보였다.

 


 

"난 당신이 누군지 몰라요, 헨리.
 근데 매일 당신 꿈을 꾸거든요.
 왜 그런가요?"
 
가끔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이 추천하는 영화들을 살펴보면,
사람들의 취향이 정말 다르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 영화도 그렇게 본 영화인데,
재미있게 보았다기 보단 중간 중간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보았다.
 
어디까지나 설정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보지만
실제로 내게도 영화와 같은 일 벌어지면 어떻게 할까?
솔직히 20대 초반의 나였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난 그때 서로 사랑한다면 자신의 건강 역시 잘 돌봐야한다고 생각했다.
아마 누구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픈 것을 원치 않는다(그것도 불치병에!).
그것만큼 괴로운 일도 세상에 또 없을 테니까.
그래서 난 처음부터 그런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고,
나부터 바쁜 와중에도 사랑하는 사람의 몸과 내 몸을 항상 돌보았다.
 
그러나 지금은 좀 다르다.
나 뿐만 아니라 영화처럼 뜨겁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런 사랑이 지금 시대에도 가능하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난 행운이고 축복이라 생각할 것 같다. 
가슴 아픈 사랑은 참을 수 있어도,
머리 아픈 사랑은 참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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