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스완 - Black Sw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가끔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귀찮고 하기 싫어질 때가 있다.

마치 그 일을 위해 태어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어떤 일이든 자신의 의지가 아닌 주변의 강요나 쌓여가는 지루함은

싫증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그러나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면 해야 하고,

주어진 하루에 대한 가치는 "어떻게 시간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평가된다.

최선을 다하더라도 실망할 수 있고,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원하는 것을 얻기도 한다.

그래서 삶이란 불안하고 즐거운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놀래 켜야 관객도 놀래 킬 수 있지, 초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그 재능이 완성되지 않은 발레리나 니나.

항상 완벽해지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경계한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완벽은 경계가 아니라 자유함이라 말하자 니나는 고심한다.

유명 발레단에서 기획하는 '백조의 호수'의 새 주연으로 선발된 니나는

자신이 맡은 배역의 이중적인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그런 모습에 주변 사람들은 니나를 더욱 압박한다. 

심한 압박으로 인해 니나는 오컬트적인 관념 속에서 자학을 하고,

자학 속에서 새로운 자신을 찾으려 한다. 

 



 

"전 세계의 댄서들이 모두 네 자리를 넘 보고 있어."

 

<레옹>, <브이 포 벤데타>의 나탈리 포트만(Natalie Portman)을 위한 영화였다.

솔직히 왜소한 체구에 상대적으로 큰 머리는 발레리나 역에 잘 어울리진 않았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본 후에 그녀는 발레리나 이상의 역할을 소화했다고 생각한다.

벌써부터 메이저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고 있는데,

이 영화는 그녀에게 있어서 젊은 시절 대표작이자,

앞으로의 연기 경력에 새로운 시작점이 될 것이다.

 

<드라큐라>, <에어리언4>의 위노나 라이더(Winona Ryde)를 오랜만에 보았다.

그녀의 연기나 열정에는 더이상의 검증이 불필요하지만,

몇 번의 구설수로 인하여 어느 순간 그녀의 인기도 하락세에 접어 들었다.

영화에서 니나에게 주연 자리를 빼앗기는 왕년의 스타 베스 역을 맡았는데,

아직 젊지만 대세에 밀려 어쩔 수 없는 모습이 꼭 지금과 같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가진 특별한 매력이 다시금 최고의 자리에 서게 할 것이라 믿는다.

 

대런 아로노프스키(Darren Aronofsky)의 영화는 처음 보았는데,

인상적이고 강렬한 스토리와 영상이 매력적이다.

그의 작품 세계를 알고자 그의 영화를 몇 편 더 볼 생각이다.

 



 

"내 차례야!"

 

이 영화는 선과 악에 대한 개념을 말하는 영화가 아니다.

간단히 사춘기 소녀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다룬 영화로 보면 쉽다.

물론 관객들이 보기에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 있는 요소들은 있지만,

심각하게 고민하거나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영화는 아니라고 본다.

 

강박관념에 시달려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영화이고,

감독은 그것에 대해 구체적이고 도발적으로 영화에 표현했다.

나탈리 포트만 뿐만 아니라 출연 배우들의 연기도 대단했고,

서서히 몰입되기 보다는 초반부터 몰입되는 강한 흡입력을 가진 영화였다.

오컬트적인 요소들이 영화 전체에 산재되어 있는데,

전혀 과도하다거나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때묻지 않은 니나가 겪는 자아 혼란이 더욱 실감나게 느껴졌다. 

 

명장면은 영화 후반부의 니나가 완벽함을 느끼는 순간 중 하나인 흑조 연기였다.

연기 시작부터 흑조로 변하는 니나의 모습에 전율을 느꼈고,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올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영화 런닝타임으로 볼 때 니나가 공연에서 연기한 시간은 20분도 채 안되지만,

80분 동안 자신과 주변 사람들, 현실과 치열하게 싸워서 이겨야 했다.    

 



 

"완벽함을 느꼈어요, 전 완벽했어요."

 

흔히 '완벽주의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지나친 열정과 노력은,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감과 스트레스을 주고 스스로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그 과정이 너무나 힘들고 고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끝나고 완벽에 이르렀다고 느꼈을 때 드는 기분과 감정은,

항상 그렇다고 말할 수 없지만 참여한 사람들이나 보는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에 본업 이상으로 열정과 노력을 쏟을 때가 있다.

그리고 정말 잘하고 싶은 마음에 무모한 경쟁심도 유발한다.  

처음에는 책을 보거나 익숙한 경험을 통해 실력을 쌓고,

점차 실전을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 한계를 느끼면 고민해야 한다.

더 큰 배움을 위해 지금의 상태에서 변화를 추구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멈추고 지금의 상태를 유지해야 할 것인가?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프로와 아마추어가 결정된다.

 

아마추어처럼 사는 것은 편하지만,

프로처럼 사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내가 좋아하는 미디어 작업과 음악 활동은 처음에는 즐거웠지만,

더 잘하고 싶다는 열정 때문에 원치 않은 욕을 들어가며

성격차이가 뚜렷한 선생님께 배워야 했고,

남들이 떠난 연습실에서 나팔을 불면서 여러번 밤을 새야 했다.

꽤 많은 시간을 투자했지만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더 잘하고 싶다는 열정이 가득하다.

 

그 반대편에는

"이렇게까지 해서 내가 뭐가 좋은 것일까?"

"차라리 그만두고 본업에 더 신경쓰자!" 등등..

현실적이고 본능적인 질문들로 그 열정을 식게 만든다.

이런 두 가지 마음은 사람이 겪는 일 어떤 것이든 접하게 된다.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도 달라진다.

 

영화에서 하얀 백조 역은 니나가 가장 잘하는 것이었고,

검은 백조 역은 니나가 가장 못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둘 다 잘하게 되었다.

 

완벽함은 규칙에서 시작되지만,

익숙해진 규칙을 깨고 나오는 순간 완벽함은 완성된다.

사람들은 규칙에 익숙해지는 것을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자신을 규칙에 맞추고,

누군가가 익숙해진 규칙을 깨려하면 싫어하거나 당황한다.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가 되려면,

그동안 익숙했고 사실처럼 믿었던 자신이 '오리'라는 거짓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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