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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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개강을 앞두고 잠시 학교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다가,

조교로 일하는 지운이를 만나 같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안양CGV 1관에서 저녁 7시 표로 보았고, 관객들은 많지 않았다.

 

일명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인 1991년 대구 어린이 실종 사건.

5명의 아이들이 산으로 놀러 갔다가 돌아오지 않았고,

2002년에 아이들은 인근 야산에서 유골로 발견된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아침에 마시던 우유팩에

실종된 5명의 아이들의 사진이 부착되어 있었다. 

그들의 나와 거의 동년배들이였고

그때는 이 사건이 미제로 이렇게 남게 될줄 몰랐다. 

 



 

"이건 실종이 아니야, 전문적인 용어로 외출, 산보, 마실!"

 

1991년 3월 26일, 선거로 임시 휴일을 보내던 5명의 아이들은 아침부터 산으로 향한다.

오후가 되어도 돌아오지 않자 가족들은 경찰서에 와서 민원을 요청하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하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세월만 흐른다.

그러던 중 방송국 다큐멘터리 PD로 승승장구하다가

대구로 좌천 당한 지승은 이 사건에 흥미를 느끼고,

국립대 교수인 우혁도 지승의 흥미에 동참하게 되면서

사건은 실마리를 찾아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사건의 전담을 맡고 있는 박 형사는 둘의 행적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사람이 왜 이렇게 부정적이야?

 

<쉬리>, <핸드폰>의 박용우의 매력이 돋보인 영화였다.

처음엔 다소 어색한 연기처럼 보였으나 몰입할수록 괜찮았다.

하지만 그에게 너무 집중된 시나리오가

나중에는 비현실적인 느낌까지 들게 했고,

이로 인해 좋은 연기가 상당부분 가려졌다.

 

<바람의 화원>, <황산벌>의 류승룡은 기대만큼 좋은 연기를 보였다.

엘리트 지식인부터 실족한 지식인까지 그의 연기는 리얼했다.

올해 그를 스크린에서 자주 보는 것 같아 좋다.

 

<국가대표>의 성동일은 특유의 연기를 보여줬다.

긴장과 이완을 오가는 캐릭터였고 그가 가장 잘하는 역할이었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몇 안 되는 배우들 중 한 사람이다.

 

<눈물>, <용서는 없다>의 성지루와 <취화선>, <바람의 화원>의 김여진은,

명품 조연다운 연기와 분위기를 연출했다.

둘은 이번 영화에서 많은 대사를 하기 보다는 실감나는 감정 연기를 보여줬다.

 

이규만 감독의 영화는 처음인데,

젊은 감독이라서 그런지 색다른 시도가 돋보이긴 하지만,

아직 다듬어지지 않는 느낌이 든다. 

 



 

"집이 바로 코앞인데."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 거의 비슷한 스토리와 분위기를 가졌다.

조금 다른 점은 피해자 가족들에 집중했다는 점인데 그렇게 특별하진 않다.

아무래도 장르적 한계와 이전에 제작된 비슷한 영화들이 있기에,

편견과 익숙함이 영화를 보는데 방해와 도움이 동시에 되었다. 

초반과 중반은 상당히 흡입력이 강한 전개와 영상을 보여주지만,

후반에 갈수록 전개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불필요한 장면들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감독의 욕심이겠지만, 영화가 길게 느껴진다.  

 



 

"아무도 우리 아들을 기억해주지 않아요." 

 

<살인의 추억>, <그놈 목소리>, 그리고 오늘 본 <아이들>까지,

우리나라 3대 미제 사건들이 모두 영화로 제작되었고,

개봉과 함께 언론과 사람들의 집중을 받았다.

공소시효가 만료되었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은

간접적인 목격자가 되어 끝나지 않은 수사에 참여하고 있다.

 

살해 당한 자들은 말이 없고,

남겨진 자들은 말이 많다.

살아서 만나고 싶었지만,

죽어서 만나야 하는 절망감과 허탈감.

풀리지 않는 문제를 마냥 붙잡을 수 없는 수사팀은

시간이 갈수록 의지가 약해지고,

피해자 가족들은 주변의 옅어지는 관심에 원치 않는 체념을 하게 된다.

 

미제 사건의 범인들이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이미 잡혔는지 아니면 아직 거리 어딘가에 걸어다니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들은 스스로 자백하지 않았고 죽을 때까지 세상을 속였거나 속여야 한다.

 

혹시 살아 있어서 자신들이 주인공인 영화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너무나 생생한 재현이었을까?

아니면 아직 밝혀지지 않는 것들에 대한 회심의 웃음을 지었을까?

범인들은 오늘도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가깝게 또는 멀리서,

피해자 가족들과 우리와 함께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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