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시간 - 전 세계를 감동시킨 아론 랠스톤의 위대한 생존 실화
아론 랠스톤 지음, 이순영 옮김 / 한언출판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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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 하루였으나,

저녁에 걸려온 화해 전화에 가볍게 용서했다.

스스로 잘 참는다고 생각했는데 참다가 폭발하는 날에는

정확하게 이유만을 설명하고 될 수 있으면 말을 아끼려 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그대로 누워 처음부터 지금까지의 일을 생각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정리가 되었으면 용서한다.

용서는 빠를수록 멋지고 늦을수록 후회한다.

 



 

"매일 아침 9시 30분부터 18분 동안만 햇빛을 쬘 수 있는데 정말 좋아요."

 

2003년 미국 유타주에 있는 블루 존 캐니언에 등반을 떠난 애런 랠스턴.

평소에 익스트림 스포츠를 좋아하던 애런은 불의의 조난을 당한다.

암벽에 팔이 끼어 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스스로 팔을 빼려고 애를 쓰지만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시간은 흐르고 지나가는 사람도 없는 블루 존의 적막함 속에서,

애런은 불현듯 지나간 일들을 떠올리며 삶의 의지를 찾는다.

 



 

"엄마, 사랑해요."

 

<스파이더맨>, <엘라의 계곡>의 제임스 프랑코(James Franco)는,

많은 작품들에서 다져진 원숙함으로 리얼한 연기를 보여줬다.

한편의 모노드라마 같은 연출이었는데 그는 멋지게 소화했다.

개인적으로 그의 전작들보다 이 영화를 봄으로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

 

<인질>,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대니 보일(Danny Boyle)감독은,

특유의 영상과 스토리 전개로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다양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반응들을 영화로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번에도 그의 관심은 영화로 표현되었다. 

 



 

"이 돌 뒤에는 내 모든 삶이 기다리고 있어."

 

대니 보일 감독의 연출과 제임스 프랑코의 연기가 잘 어우러진 영화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작품성과 흥행성을 어느 정도 보장되는데,

첫째로 관객들은 영화가 실화라는 것에 흥미와 관심을 갖는다.

누군가가 그런 일을 겪었다는 것은 영화를 보는 내내 집중하게 만들고,

상황 설정 속에서 반응하는 인간의 모습은 자연스러운 공감을 주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자신에게도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과,

그런 일이 발생할 시에 자신은 어떻게 할 것인지 간접 경험을 하게 된다.

 

영화는 이 두 가지를 적절히 조화했고,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대니 보일 감독은 세계 여러 인종들의 삶 속에서,

삶의 의지와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일들이 

우리에게 벌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영상으로도 표현한다.  

번외로 그랜드 캐니언은 언제 보아도 웅장하고 멋지다.

  



 

"이 돌이.. 아주 오래 전부터 여기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근래에 김영사에서 출판한 <THE 33>을 읽고 있다.

2010년 칠레 산호세 광산 사고로 매몰된 33명의 광부들의 구조를 정리한 책인데,

매몰된 광부들은 살기 위해서 얼마 없는 음식들을 나눠 먹었고, 

식수가 없어 기름에 쩔은 물을 마셨다.

이후 음식과 마실 물이 떨어지자,

그들은 음식 냄새로 허기를 달래고 자신들의 오줌을 마시면서,

땅 위의 구조대들이 그들을 찾았을 때까지 처절한 생존 싸움을 해야 했다.

급기야 일부에서는 심약한 동료 광부를 잡아 먹자는 광부들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살기 위한 의지였고 사랑 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극한 상황에서 인간은 이성보다는 본능에,

침착함 보다는 즉흥적인 판단에 빠른 반응을 보인다.

어떻게 보면 모든 상황이 수단화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신의 삶에 대한 의지와 성찰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도 된다.

 

이 영화의 실제 인물인 애런 랠스턴은 조난 사고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이후,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평소에 기척없이 여행을 떠났던 그였지만,

이제는 가족과 동료들에게 자신이 어디로 떠날 것인지 알리게 되었고,

헤어진 여자친구와 다시 만나 결혼하여 2010년 2월에 자녀를 낳았다.

사고 이후에도 수시로 산악 등반을 하며 여가 생활을 즐기고 있고,

삶의 의지와 소중함은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 되었다.

그는 한쪽 팔을 잃었지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고통과 고난은 오래 전부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른다.

자신의 삶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찾아오는 고통과 고난은,

처음에는 분노와 아픔으로 시작하지만,

참고 이겨낸다면 감사와 기쁨으로 끝을 맺는다.

즉 극복할 수만 있다면 고통과 고난은 우리에게 유익이다.

 

죽음의 끝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에게 이후의 삶은 신의 선물이다.

그에게는 남이 가지지 못한 삶의 의지와 용기가 있으며,

자신만 아는 특별한 체험으로 인하여 강한 확신을 가지고 산다.

 

새로운 삶은 항상 고통과 고난 너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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