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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얼간이 - 3 Idiot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근래에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
새벽까지 책상에 앉아있다가 어쩔 수 없이 침대에 누워 잠을 자려해도,
머릿속은 아직 전원이 내려간 상태가 아니다.
그래서 잠은 항상 침대에 누운 뒤 최대 2시간이 지나서야 가능했다.
언제부턴가 나는 이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고,
동영상 재생이 가능한 MP3플레이어에 동영상을 담아 강좌나 영화를 보았다.
이전과 잠 자는 시간은 변함없지만,
잠 자기 전의 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저는 교수님과 달리, 뒤쳐지는 학생을 버리진 않을 겁니다."
인도에 있는 세계적인 공대 ICE.
란초, 파르한, 라주는 이 대학에 합격하여 같은 방을 쓰며 지낸다.
란초는 남들과 다른 생각과 행동으로 교수들에게 꾸지람을 듣지만 공부는 항상 1등이고,
파르한은 공학자보다 사진작가가 되는 것을 원하지만 부모님은 허락하지 않는다.
라주는 너무나 가난한 집의 가장으로서 성공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과 미래의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서로 다른 성격과 가정환경을 가졌지만,
세 친구는 서로를 의지하며 즐거운 대학생활을 한다.
"네 인생을 살아라."
란초역의 아미르 칸(Aamir Khan)은 인도 영화계의 배우, 감독, 제작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그가 1965년생이라는 것인데, 실로 엄청난 동안(童顔)이다.
감독인 라지쿠마르 히라니(Rajkumar Hirani)는 이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됐는데,
좀 더 많은 그의 영화를 보고 싶다.
"저를 떨어뜨리셔도 후회는 없습니다.
앞으로 제 인생에 가치 있는 무언가를 할거니까요."
예전에는 인도영화를 볼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요새는 많이 볼 수 있게 되어 나름 흥미롭다.
그만큼 인도영화도 세계 영화계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갖췄다는 증거일 것이고,
실제로 영화를 보면 상당히 괜찮다는 느낌이 든다.
아쉽게도 대중적인 지지를 받는 영화들의 주제가 비슷하다는 경향이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나 제작의 아이디어는 수준급 이상이다.
한 가지 더 말하고 싶은 것은, 인도영화를 보면 순수함이 느껴진다.
할리우드나 우리 나라 영화계에서 느껴지는 심각함이나 복잡함보다는,
단순하고 거부감 없는 주제를 같은 주제의 다른 나라의 영화들보다 훨씬 공감할 수 있게 만든다.
그리고 딱 보면 인도영화라고 느껴질 만큼의 제작과 연출은 정말 강점이다.
아직까지는 인도영화를 많이 보지 못했지만,
지금까지는 내가 본 인도영화들은 대체로 좋은 인상을 주었다.
"그 날. 난 깨달았어.
이 마음은 쉽게 겁을 먹는다는 걸.
그래서 속여줄 필요가 있어.
큰 문제가 생기면 가슴에 대고 얘기하는 거야.
'알 이즈 웰'"
인도 사회는 아직도 카스트 제도가 유지될 만큼 신분제 사회이다.
그리고 신분제 사회의 문제점은 불평등과 치열한 신분상승욕구일 것이다.
영화 한 편만을 보고 그 사회의 문제점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영화는 사회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인도 사회는 변화의 시기에 있는 것 같고,
우리 나라와 비슷하게 교육열과 성공주의를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연한 것 같다.
그만큼 인도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성장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어릴 때 "꿈을 크게 꾸고 너가 하고 싶은 것을 해라!"는 어른들의 말이,
상당부분 거짓이었다는 것을 오늘날의 성인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1등을 원했고,
아이들이 커서 성인이 되어도 1등을 원했다.
사회 어디를 가도 1등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어쨌든 어느 정도의 이익을 받는다.
진보주의자들은 이런 사회분위기에 상당히 비판적이지만,
1등도 그만의 노력과 열정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물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1등을 바라거나,
불법과 반칙을 써가며 얻은 1등은 윤리적, 법적으로 좋지 않다.
내가 묻고 알고 싶은 것은,
"1등을 한 사람들이 진정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서 1등이 되었느냐?" 이다.
1등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쉬운 일을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누군가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더구나 강제성이 동반된 의지라면 1등을 해도 매우 불행할 것이다.
내가 가장 걱정되는 것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 믿지만,
미래의 내 자녀나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에게,
그들의 생각과 의지에 상관없이
나의 자랑과 욕심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유발하는 말과 행동을 할까봐 걱정된다.
마치 내가 어릴 때 누누히 들었던 그 누군가의 어른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