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문2 - 葉問 2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번 주는 많이 피곤했나보다.

토요일 오전에 잠시 친구 결혼식을 갔다오고 주말 내내 잠만 잤다.

일어나서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액션영화 한편 보자고 마음 먹었다.

 

예전에 <엽문1>을 보았을 때 강한 인상을 받았고,

영화를 본 후 꽤 긴 리뷰를 했었는데,

무엇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영화가 필요하다고 강하게 말했었다.

일제 식민통치를 받았던 시절, 

뛰어난 무술과 고결한 인격으로 중국인들의 자존심을 세워준 엽문.

2편은 또 어떻게 압제받는 중국인들의 자존심을 세워줄 것인가?

흥미로운 기대를 하며 영화를 보았다.

 



 

"사부님, 사부님은 혼자서 10명을 이길 수 있으세요?"

"제일 좋은 건 안 싸우는 거지."

 

일본군의 식민통치를 벗어나 홍콩에 정착한 엽문.

그러나 홍콩은 영국군의 통치를 받고 있었다.  

중국의 정신과 문화가 담긴 쿵후를 전수하기 위해,

각파의 사부들은 홍콩에서 무예도장을 열지만, 엽문은 쉽지 않다.

우여곡절 끝에 도장을 개설하지만, 이번엔 영국군의 횡포가 심해진다.

영국군은 자국의 세계 챔피언 권투선수를 데려다가

중국 무술인들과의 무술시합을 계획하고,

중국인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엽문은 시합에 도전한다.

 



 

 "생활을 위해선, 내가 참을 수 있었소.

  그러나 중국 무술을 무시하는 건 참을 수 없소."

 

엽문역의 견자단은 1편과 마찬가지로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미 뛰어난 무예실력으로 중국 액션영화의 제왕으로 군림한 그는,

다양한 영화에서 연기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50세가 다 되었지만, 전혀 늙지 않은 모습이 부럽다.

 

홍진남역의 홍금보는 이 영화에서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어느덧 60세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는 중화권 최고의 배우이다.

어릴 때 보았던 유쾌하고 코믹스러운 그와는 달리,

지금은 진지하고 원숙한 연기가 돋보인다.

 

<엽문1>로 첫 영화 데뷔한 웅대림은 이번에도 출연했다.

그녀는 엽문의 부인으로서 강한 어머니와 사랑스런 아내의 역할을 잘 소화했다.

비록 영화지만 현실에서도 만나고 싶은 아내의 모습이다.

 

<야연>의 황효명은 엽문의 제자역으로 출연하였는데,

준수한 외모로 많은 여성팬들이 있을 것 같다.

 

중국 영화계의 감초 배우인 정칙사를 이 영화에서 오랜만에 보았다.

 

<엽문1>로 흥행에 성공한 엽위신 감독은 2편을 제작했는데,

1편과 같은 내용지만 식상하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특히 빠른 전개와 적절한 시나리오 구조가 마음에 든다.

영화 말미에 3편을 예감하게 하는데, 3편에서는 이소룡이 등장할 것 같다.

 



 

"나는 너가 중국 무술을 배우기 바란다.

 왜냐하면 중국 무술은 중국인의 정신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란다."

 

이런 부류의 영화들은 내용이 단순하다.

특별히 어려운 의미나 복잡한 묘사를 하지 않아도 보는 내내 감정이 전달된다.

마치 나는 중국인이 아닌데, 중국인이 된 것처럼 엽문을 보며 희열을 느낀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일까?

그건 우리나라와 중국이 비슷하게 외세의 식민 통치와 압제를 받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엽문은 단순히 영춘권의 기술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중국 무술에는 중국의 정신과 문화가 흐르고 있기에,

그것을 무시하고 짓밟으려는 세력으로부터 정당한 방법으로 도전하고 승리한다.

그리고 온건하면서도 상대와 다투지 않으려는 겸손함을 보임으로,

무력적 승리가 아닌 덕의 승리를 보여준다.

 

중국의 옛 속담에,

"힘 있는 자는 지혜로운 자를 이기지 못하고,

지혜로운 자는 덕 있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 는 말이 있다.

영화에서 엽문은 이 속담을 그의 삶 속에서 스스로 증명하며

뭇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다.

 



 

"오늘의 승부에서 나는 중국 무술이 서양 무술에 비해 대단하다는 것을

 증명할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단지 사람의 지위가 비록 높은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의 인격이 반드시 귀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전 정말 지금부터라도

 우리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는 방법을 배우기 원합니다." 

 

우리나라에도 분명 엽문과 비슷하게 민족적 자긍심을 가지며

외세의 식민통치와 압제에 타협하지 않고

우리의 정신과 문화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영화들이 많지 않을까?

 

중국인들은 어릴 때부터 이런 영화들을 수없이 봐왔다.

우리가 보면 상투적이고 뻔한 내용이지만, 

중국인들은 영화산업을 통해 자신들의 정신과 문화를 후세에 전달하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중국인들의 단결과 민족적 자긍심을 형성하였고,

사회 내에 공동체 연대 의식을 가짐으로써 통합에도 기여했다.

비슷하게 미국도 오래 전부터

자신들의 패권주의를 공공연하게 영화로 만드는 판이다.

 

지난번 <엽문1>을 리뷰하면서도 말했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영화들이 제작되어야 한다.

수능시험에서 국사가 선택과목이 되고,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한 경각심을

자라나는 청소년들과 젋은 세대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중국은 영화를 통해 일본의 식민 통치와 영국군의 압제를

역사적인 실증에 근거하여 정당하게 비판하고,

그 위기를 극복한 조상들의 영웅담을 영화로 제작하고 있는데,

세계 영화산업의 강국으로 인정받는 우리나라가 

무엇이 두려워서 애국적이고 민족적인 영화를 제작하지 못하는가?

 

과거의 일제 식민통치와 미국의 압제에 대해

오늘날 현실에서 직접 말하지 못한다면,

영화나 문화 산업을 통해서라도 비판하고 진실을 밝혀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것을 보고 자란 우리의 후세들이

더욱 단결하고 민족적 자긍심을 느끼지 않겠는가?

맹목적인 상업성과 기름기 흐르는 예술성을 추구하는

우리나라 영화감독들은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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