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성
영화
평점 :
개봉예정





2011년 이준익 감독의 신작이 개봉했다.

개봉하던 날 보려고 했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았고,

자주 가는 영화 정보 사이트에서 개봉 첫날 영화평을 보니, 

관객들의 반응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 

조금 불안한 느낌도 들었지만 크게 상관하지는 않았다. 

이준익 감독은 내게 이름만으로도 영화를 보게 만드는 감독들 중 한 사람이다. 

 

날씨가 정말 추웠다.

걸어가려고 했지만 별 수 없이 버스를 타야 했다.

집에서 극장이 멀지 않은데 멀게 느껴졌고,

언론에서 말하는 '한파'의 위력을 체험할 수 있었다.

 

금요일 저녁 7시 20분에 구로CGV 5관에서 보았다.

근래에 조조 영화만 보았지만 오랜만에 춘하 누나와 영화를 같이 보기로 했다.

금요일 저녁이라 관객들은 많았고 산만한 분위기 속에 영화를 보았다.



 



 

"정치에서 준다고 하는 것은 줄 수도 있다는 말이고,

 줄 수도 있다고 하는 것은 안 준다는 말이야."

 

백제를 멸망시킨 나당 연합군은 고구려 정벌에 나선다.

그러나 연개소문이 버티고 있는 고구려는 막강했고,

나당 연합군 내에서도 서로 간에 불신의 씨앗이 자라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연개소문이 죽자 고구려는 혼란에 빠지고, 

후계자 문제로 연개소문의 아들인 남생, 남건이 대립한다.

한편, 기회를 노리는 김유신의 신라와 이적의 당나라는

누가 먼저 평양성을 공격할 것인지 신경전을 벌인다. 

    



 

"그렇게라도 살고 싶네?"

 

나는 이준익 감독의 사극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그가 현대극 보다는 사극을 계속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는데,

그 이유로 현시대적 해석과 한국의 미를 표현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의 장점들이 인상적이었고,

약간은 지루한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유쾌했다. 

 

<왕의 남자>의 정진영은 좋은 연기를 보여 주었다. 

같은 김유신 역이었고 <황산벌>때처럼 중요한 배역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맡은 배역에 어울리는 연기를 했다.

나는 <약속>과 <왕의 남자>의 정진영의 연기를 잊을 수 없는데,

그 영화들에서 그는 가장 멋지고 좋았다.

 

한국 영화계의 명품 조연 이문식.

한동안 그를 영화보다는 드라마에서 더 자주 보았는데,

어디서든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는 것 같다.

<황산벌>때와 마찬가지로 '거시기'역을 맡았는데,

그 외에는 다른 배우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바람의 화원>의 류승룡은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 주었다.

긴장감과 유쾌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던 캐릭터였고,

자신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상당히 매력적인 배우이다.

 

<비열한 거리>, <그림자 살인>의 윤제문은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유의 분위기와 이미지로 인하여 영화에서 늘 악역과 어두운 배역을 맡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유쾌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전우치>의 선우선은 설정 상 어색한 캐릭터였지만, 

당찬 여자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녀의 연기 변신이 흥미로웠다.

하지만 아직 그녀의 대표작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부당거래>의 황정민은 신라왕 역을 맡았는데

거의 조연에 가까울 정도로 인상적이었고,

개그콘서트의 '달인' 김병만과 류담은 짧은 출연이었지만 재미있었다.

이준익 감독과 류승완 감독, 배우 전원주, 이원종, 박용우가 우정출연했다.

 



 

"같이 살아야제!"

 

초반은 좀 지루했다.

살짝 졸리기도 했고 등장 인물들의 대사만 나열 될 뿐 분위기의 기복이 없었다.

중반이 되어서야 흥미를 느꼈고 몰입도 되었다.

우리나라의 사투리를 모두 들을 수 있었는데 보기 드문 설정이었으나,

삼국시대의 정황 상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황산벌>과 비교를 할 수밖에 없는데,

솔직히 <황산벌>만큼 신선하고 독특하진 않았다.

오히려 <황산벌>의 잔향이 짙게 남아 있었고,

등장인물과 상황 설정이 자연스럽지 못했다.

이준익 감독 역시 그 점을 알고 여러 부분에서 고군분투 한 흔적은 보인다.

어쩌면 내가 <황산벌>을 이미 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보지 않았다면 충분히 괜찮은 영화였다. 

 



 

"시어머니 편을 들 것이여? 며느리 편을 들 것이여?"

 

한반도 전체를 속국으로 만들려는 당나라와,

당나라의 야심을 저지하려는 신라.

결사항쟁을 주장하는 장군들과,

목숨과 지위를 보장해 주면 항복을 하려는 문신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쟁터에 끌려온 병사들과,

지휘관의 격려에 공을 세워서 신분 상승을 꿈꾸는 병사들.

영화는 다양한 부류의 대립을 보여준다.

 

정말 누구의 편을 들어줘야 할까?

이익과 손해를 따지며 편을 들기에는 양심에 찔리고,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공허하다.

왜냐하면 양쪽 모두 생존과 신념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도 대립 되는 주장들 중 어느 쪽을 편들기 힘든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사람들은 계약과 합의에 어느 정도의 신뢰와 동의를 보내는데,

계약과 합의는 명분과 동기를 부여하지만,

지켜진다는 보장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개인과 집단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계약과 합의를 무시하거나 파기했고,

양자 간의 끊임없이 분쟁과 싸움을 원하든 원치 않든 해야 했다.

오늘날 정치나 사회에서도 얼마나 거짓된 계약과 합의가 난무하여

분쟁과 싸움이 벌어지는가?  

 

사람과 사람 간의 약속,

집단과 집단 간의 약속,

나라와 나라 간의 약속,

우리 사회의 대부분의 분쟁과 싸움은 약속의 불이행에서부터 시작된다.

서로가 이해하고 양보하여 약속을 했다면,

어떤 상황과 사정이 발생해도 지켜져야 한다.

 

나와 우리 사회는 얼마나 약속을 잘 지키고 있을까?

어느 시대나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은 어려운 일지만,

지키려고 진정 노력했다면 '믿음'과 '신뢰'라는 단어가

오늘날 이상적인 단어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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