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 Shanghai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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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새나라의 어린이'가 되고 싶지만,

나는 '새나라'에 살고 있지 않고 '어린이'도 아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처럼,

"우리는 낮과 밤을 박탈 당했다!"

고요한 내 방에 컴퓨터와 시계만이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왜 이럴까?

나는 정말 자고 싶은데 불규칙적인 잠을 자고 있다.

내 생활은 규칙적이라 생각했는데.. 이대로 아침을 기다려야 하는 걸까?

잠은 오지 않고 몸은 피곤한데 의식만 살아 있다.

시간을 허비할 수 없어서 책을 읽다가 영화를 보았다.

 



 

 "그래서 나 같이 착한 미국인은 고개를 숙이고 중립을 유지한다."

 

1941년 중국 상하이.

독일, 일본, 미국 등 세계 열강들의 세력과 문화가 한 도시에 공존했고,

중국은 침략자들을 내쫓기 위해 은밀히 테러를 자행했다.

독일에서 미군 스파이 활동을 한 폴은,

같은 스파이인 친구 코너가 상하이에 있다는 말을 듣고

도착하자마자 만나기로 약속하지만 만나려는 날 코너는 의문의 살해를 당한다.

절친했던 친구를 잃은 폴은,

코너가 그동안 입수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일본의 진주만 공습에 대한 단서들을 찾는다.

 



 

"영광스러운 이름들이군요."

 

"모두 다 지옥에 가겠죠."

 

<씬 레드 라인>, <콘 에어>의 존 쿠삭(John Cusack)을 오랜만에 보았다.

여전히 침착한 연기와 지적인 이미지는 그의 강점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그가 젊었는데,

내가 젊을 때는 그가 조금 늙었다.

 

<패왕별희>, <황후화>의 공리는 볼 때마다 젊어지는 것 같다.

중년 배우지만 섹시하고 동양인 답지 않는 이미지와 분위기를 연출한다.

나는 담배 피우는 사람을 매우 싫어하는데,

공리가 담배를 피운다면 이해해 줄 수 있다.

참고로 공리는 존 쿠삭보다 한 살 더 많다.

 

<와호장룡>, <공자>의 주윤발은 아시아의 레전드급 배우라 생각한다.

 이제는 그가 어떤 영화에 출연해도 연기에 대한 검증은 필요가 없고,

오랫동안 배우로 남아 주기를 바란다. 

 

미카엘 하프스트롬(Mikael Hafstrom) 감독의 영화는 처음 보았는데 괜찮았다.

시간이 되면 그의 전작이었던 <1408>을 볼 생각이다.

 



 

"양심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명배우들의 열연과 시대적 분위기는 흥미로운 볼거리였다.

다만 주윤발의 비중이 다른 배우들에 비해 작은 것 같아 조금 아쉬웠다.

공리와 존 쿠삭의 로맨스는 어색함과 애절함이 교차했는데,

지금 리뷰를 쓰면서 생각해보니 뭔가 어색하다.

영화 세트는 아주 훌륭했고 긴장감도 적당했으며,

당황스럽지 않은 작은 반전들이 등장했다. 

 



 

"운과 용기, 당신은 이 두 가지 모두 가지고 있어야 한다."

 

1941년의 상하이는 세계 제국주의 국가들의 임시 집결지였고,

중립을 표방했던 미국은 호시탐탐 참전을 노렸으며,

나라를 빼앗긴 한국과 중국에게는 민족 해방운동의 본산지였다.

모두 자신들의 조국을 위해 상하이에 모인 것이다.

그리고 각 나라들마다 전략적 요충지에 스파이들을 풀어 놓았다. 

 

스파이 활동은 낭만적인 일이 아니다.  

항상 긴장을 유지하면서 거짓과 진실을 번갈아 가며 말을 해야 한다.

또한 남녀 간의 사랑과 친구 간의 우정을 믿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자신 스스로 그들을 이용하거나 죽음으로 몰아 넣아야 한다.

결혼도 만만치 않고 가족과의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중 일이다.

모든 일과 판단은 조국을 이익을 위한 명분 안에서 시작과 끝이 결정된다.

그리고 자신 또한 자신의 운명을 장담할 수 없다.

 

최근에 러시아와 미국 간의 스파이들이 활동하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우리나라와 북한 간의 스파이들도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것을 보니, 

아쉽게도 아직 냉전의 잔재가 남아 있는 것 같다.

어디선가 스파이들은 자신의 조국을 위해 오늘도 일촉즉발의 삶을 살 것이다.

 

세계대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세계는 전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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