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속으로 - 71-Into The Fir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정기적인 것은 아니지만,

6월에는 6.25 전쟁을 소재로 한 한국영화들이 자주 개봉한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달이자, 오래 전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고 의로운 피를 흘렸던 6월.

반 세기가 지나서 이젠 잊혀진 전쟁처럼 느껴졌지만,

2010년는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재확인시켜 준 한 해였다.

그리고 그 날의 비극을 잊지 말라는 죽은 자들의 외침이었다.

 



 

"학도병은 군인인가? 군인이 아닌가?"

 

북한군의 기습 남침에 남한군의 패색이 짙던 1950년 6월.

포항을 지키던 남한군 강석대 대위는 상부의 지시로 낙동강 전선으로 이동할 것을 명 받는다.

그러나 상부의 지시더라도 포항을 사수하려는 의지가 강한 강석대 대위는,

중대장 오장범을 비롯한 71명의 학도병들에게 포항을 사수해 줄 것을 부탁하고,

지원이 필요할 시에는 언제든지 무전으로 연락하라고 말한다.

한편, 승승장구하며 포항으로 진격하는 북한군 부대장 박무랑은,

소수의 학도병들만이 저항하는 학교를 점령하려 진군한다.

 



 

"너희들의 조국이다,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 믿는다."

 

<신라의 달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의 차승원은

올해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한 배우 중 한 명이다.

그의 연기성장은 대단했고 앞으로 그가 국내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의 연기가 가장 좋았다.

 

<말죽거리 잔혹사>의 권상우는 괜찮은 연기를 보였다.

연기실력에 비해 저평가된 배우이지만

그건 자신이 자초한 일이라 어쩔 수 없다.

여긴 할리우드가 아닌 한국이다.

그는 영화보다 TV드라마 배우에 가깝다.

 

아이돌 스타 최승현(T.O.P)은 정직한 연기를 했다.

아직 많은 대사를 소화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는 것이 분명하여,

표정연기로 자신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그러나 국내 영화제에서 상을 받을 만한 연기는 아직 아니었다. 

 

<장군의 아들>, <고스트 맘마>, <남자의 향기> 김승우는 배역이 가장 잘 어울렸다.

그의 장점인 강한 남성적 이미지와 연기가 돋보였고,

그의 마지막 대사는 짧지만 인상적이었다.

 

<똥파리>의 윤승훈과 <구타유발자들>의 신현탁, <거침없이 하이킥>의 김혜성도 좋은 연기를 했다.

박진희와 김성령은 특별출연 했는데, 너무 짧아 아쉬웠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이재한 감독은 멜로와 액션에 어느 정도 소질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미국에서 자라고 영화를 배웠지만 한국인의 감성과 센스를 가졌고,

개봉 초기 논란이 되었던 'Sea of Japan'으로 깨달은 점이 많을 것이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감독이다.

 



 

"12시에 여서 다시 만납시다."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도 볼 수 있듯이

당시 학도병들은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남한군의 고육지책이었다.

그들은 총 쏘는 방법만 배우고 현역 군인들과 같이 즉시 최전선에 배치되었다.

생각하면 얼마나 기가막힌 일인가?

사춘기의 청소년들을 전쟁터로 데려가 총 한 자루 쥐어 주고

최전선에서 잘 훈련된 북한군을 상대로 조국을 위해 싸우라고 하다니!

전쟁에는 이유불문이 없다하더라도 그들은 너무 어렸다.

 

시대가 많이 변했기에,

영화에서 학도병들이 어머니를 그리워 하는 모습들을

오늘날의 청소년들이 보면 어색한 기분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시대에 상관없이 군대를 가본 남자들이라면 공감 할 것이다.

부모님과 친구들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미안하다."

 

나는 대부분의 군 생활을 군단 정훈공보부(군 언론기관)에서 복무했다.

하루 평균 2~3건이 넘는 크고 작은 사고들이 예하 부대로부터 올라왔고,

북한군의 도발이나 그 외 타 군 사건, 사고를 정리하여 보고했다.

전쟁이 터지지 않아도 군인들은 다치거나 죽었다.

대부분 국방의 의무를 위해 입대한 병사들이다.

때론 같은 군인으로서 서글퍼졌다.

"그들을 기다리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었을 텐데.."

 

국방의 의무란 무엇인가?

군복만 입었다고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 속 깊이 가족과 친구들을 비롯한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겠다 다짐하고,

나라의 안전과 보호를 위해 목숨도 바치겠다는 투철한 정신이 의무를 만든다.

좋은 싫든 군대에 와서 이것을 깨달았다면 국방의 의무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군인이다.

 

교전으로 인하여 서해에 잠들고 포격에 산화한 군인들과

행군 도중 운전병의 실수로,

어이없는 총기사고로,  

아니면 개인 부주의나 지휘관의 부주의로,

다치거나 죽은 군인들은 젊은 목숨을 바쳤다.

자랑스럽고 명예로울 수 있겠지만,

억울하거나 원통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 때문에 국민들은 오늘과 내일을 산다.

 

수많은 사람들과 군인들이 이 나라를 위해 죽어갔다.

무섭고 두려워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참았고,

자신을 기다리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었기에 더욱 물러설 수 없었다.

지원 병력을 요청했지만 지원 병력은 언제 오는 지도 모른 채 그저 싸웠다.

설사 그들의 손에 총이 없었더라도 전투상태가 아니었더라도,

군인들은 국민들을 대신하여 총알과 포탄을 맞아야 했다. 

 

그들에게 말한다.

"고맙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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