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노; 연애조작단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요새는 예전같이 많은 일을 하지 않지만,

한창 일할 때는 내 방을 작업실로 만들려고

거금을 들여 컴퓨터와 음향기기를 구입했다.

그래서 멀리 갈 것 없이 편안하게 내 방에서 작업했었다.

지금은 거의 안분지족(安分知足) 하며 일해서 

컴퓨터와 음향기기를 업그레이드 할 필요가 없지만,

영화 볼 때는 아직까지 괜찮은 화질과 사운드를 내준다.

나는 일부 사람들이 영화를 볼 때 소리와 영상에

지나칠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에 공감한다. 

다만 환경과 상황을 당장 바꿀 수가 없는데 지속적으로 불평하면 짜증난다.

 



 

"아, 그 명함에는 사랑을 이루어 준다고.. 흐.."

 

"쥐도 새도 모르게."

 

"어떻게요?"

 

99%의 성공률을 자랑하는 연애조작단 '시라노 에이전시'.

원래는 연극단원들이었지만 불황으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연애조작단을 만들었다.

신빙성있는 정보수집, 치밀한 계획과 연출로 

의뢰인들의 사랑을 성공시키지만,

어느 날 찾아온 힌 의뢰인의 의뢰가 

조작단 대표인 병훈의 마음을 흔들리게 한다.

 



 

"일할 때 사적인 감정은 배제하라."

 

"뻔한 소리를 하고 그래."

 

<부활>, <선덕여왕>, <님은 먼곳에>, <핸드폰> 등등..

TV드라마와 스크린에서 다양한 역할로 활약하는 엄태웅은,

이번 영화에서 TV드라마 <부활>에서 느껴졌던 연기를 보여줬다.

나이가 약간 들었어도 항상 젊어 보인다.

 

<백야행>, <꽃보다 남자>의 이민정.

'여신' 대열에 굳건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그녀는 어색하지 않은 연기를 했다.

영화에서는 최다니엘과 연인관계가 되지만

실제로는 최다니엘과 4살 차이가 나는 누나이다.

나이가 멈춘 여배우 중에 한 사람이고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그들이 사는 세상>의 '미친 양언니' 최다니엘은 신선한 배우이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연기처럼 보이지만,

계속 보고 있으면 실생활을 연기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앞으로 기대되는 배우 중 한 사람이다.

 

<전설의 고향>의 박신혜는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생명력이 느껴지는 여자였고 나는 이런 느낌의 여자가 좋다.

예전에 이승환 콘서트에서 잠깐 등장했었을 때도 같은 느낌이었다.

 

<방자전>의 히어로 송새벽은 아직까지는 신선한 자신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언제까지 그의 개성적인 연기가 관객들에게 통 할지 모르겠지만,

왠지 계속해서 새로운 면을 보여 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명품 조연인 박철민과 이대연이 출연했다. 

재미있게도 실제 신학과 출신인 이대연이 목사 역을 맡았다.

 

<방자전>의 류현경, <부당거래>의 이미도가 출연했다.

류현경은 진짜 괜찮은 배우라고 생각하는데 아직 인지도가 적어서 아쉽다.

 

짧게 출연한 것이 아쉬울 정도로 김지영과 권해효가 특별출연했다.

 

<광식이 동생 광태>의 김현석 감독은 좌충우돌의 연애담을 잘 표현한다.

적당한 감동을 유도하고 가볍지 않는 생각들을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젊은 감독이기에 앞으로 그의 차기작들이 기대된다.

 



 

"그럼 내가 전지현이랑 엮어달라고 하면 니가 해주는 거냐?

 

"난 김아중."

 

"마셔라."

 

영화를 보면서 식상함과 신선함이 교차했다.

어디선가 많이 보고 들은 내용이라 식상했고,

어디선가 많이 보고 들은 내용이 잘 기억 나지 않아서 신선했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는 전체적으로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시나리오가 괜찮았다.

 

실제로 영화를 다 본 후 호기심으로

메이저 검색 포털 사이트에서  '연애조작단'을 검색해 봤으나, 

실제 연애조작단은 없었다.

당연하면서도 아쉬웠다. 

 



 

"이거는 제 말입니다. 그러니까, 뭐 날 것 그대로의 제 마음이에요."

 

영화를 보면서 두 가지가 인상적이었다.

하나는 사랑을 이루기 위하여 상황을 조작하는 것이 설정이었지만,

인위적인 것이 아닌 자연스러움과 순간의 느낌을 더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서 다소 이질감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나중에는 "저렇게라도 사랑을 이룰 수만 있다면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누군가와 사랑을 시작하는 것은 위대하다.

 

또 한 가지는 20대 끝자락에서 이 영화를 보니 마음이 먹먹하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경험과 생각들도 쌓였다는 것인데,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피할 수 없는 화살처럼 마음에 꽂힌다.

다시 만날 가능성은 전혀 없지만 전혀 없기 때문에 슬프다.

열 가지의 사랑 할 이유보다 한 가지 헤어질 이유가 더 강한 것은 왜일까? 

영화에서 병훈이 희중을 보며 느꼈던 감정들이 내게도 느껴졌다.

 

연극에서는 이런 소재를 자주 봤었는데,

영화에서 보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아니라면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진심 어린 고백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친한 친구들과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정과 고백은 자신이 해야 한다.

마치 헤르만 헤세가 자신의 시집에서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걸어야 합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꽤 긴 시간 동안 내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마지막 이별을 맞이 한 후 스스로 집 밖에 나갈 일을 별로 만들지 않았고,

추운 날씨를 좋아하지 않아서 최근에는 더욱 나갈 일이 없다.

그런데도 운명을 믿으며 혼자 궁상 떠는 것을 보면 참으로 어리석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스스로 다가올 사랑에 준비를 하고 있다며 위로한다.

언젠가 만날 그 사람이 원한다면, 

이런 시간들과 지나간 일들을 솔직하게 말할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영화 볼 때 가끔 먹먹하다. 

갑자기 이승환의 노래 '흑백영화처럼'의 가사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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