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 아일랜드 - Shutter Islan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매일 주말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

별 다른 약속이 없으면 밖에 나갈 일이 없으니 아침이 굉장히 느려졌다.

그리고 책을 보는 시간보다 영화를 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하긴 너무 긴장하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가 나오는 영화가 재밌어졌다.

시나리오를 잘 선택하는 재주가 있지만 가끔은 맡은 배역이 어색할 때도 있다.

분명 그는 성장 중이고 다양한 배역을 맡을 수 있는 것은 큰 행운이다.

언젠가 그가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영화를 믿고 볼 날도 올 것 같다.

 



 

"이거 현실이야?"

 

"아니, 그 여자는 여기 있어."

 

보스턴에 있는 셔터 아일랜드 정신병원에서 환자 한 명이 실종된 사건이 접수되어

연방수사국은 즉시 보안관 둘을 파견하고 평소에 이 정신병원에 흥미를 가졌던 테디도 포함된다.

정신병원에 도착한 테디는 관계자들과 정신병원 주변을 중심으로 탐문 수사에 들어간다.

수사를 할 수록 의심은 쌓여가지만 이렇다 할 물증이 없어 고심하던 중,

테디는 편두통과 정신적 압박 증세를 보이면서 잠이 들 때마다 악몽을 꾼다.

그리고 이 섬에 비극적인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직감한다.

 



 

"이건 널 위한 쇼야."

 

<타이타닉>,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 했던 말을 취소해야 할 정도로 어색함 보다는 원숙함이 느껴졌다.

정말 그는 매력적인 배우이고 앞으로 출연 할 영화들도 기대된다.

물론 지금도 충분히 많은 영화에 출연했고 하고 있다.

2010년만 해도 그는 5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이후 6편을 계약하여 촬영 중이다.

 

<이터널 선샤인>의 마크 러팔로(Mark Ruffalo)를 오랜만에 보았다.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처음에는 그를 알아볼 수 없었다.

 

<럭키 넘버 슬레븐>, <페르시아의 왕자>의 벤 킹슬리(Ben Kingsley)가 출연한 영화를

올해 두 편이나 보다니! 2010년을 제외하면 난 그가 출연한 영화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

그의 배역이 악역일 때는 명백한 악역연기를 보여 주지만 왠지 의심이 들고,

선역일 때는 숭고한 연기를 보여 준다.

아쉽게도 난 그가 악역인 영화들을 더 많이 봤다.

 

<매치 포인트>의 에밀리 모티머(Emily Mortimer) 역시 오랜만에 보았다.

지금은 좀 늙었지만 난 이런 스타일의 서양 여자를 좋아한다.

 
<도슨의 청춘일기>의 미쉘 윌리엄스(Michelle Williams)는 여전히 아름답고 매혹적이다.

 
세계 영화계의 레전드 배우 막스 본 시도우(Max Von Sydow)를 본 것은 무척이나 영광이다.

 
<그랜 토리노>의 '이탈리안 X대가리' 존 캐럴 린치(John Carroll Lynch)는 꽤나 진지했다.

 
<택시드라이버>, <그리스도의 최후의 유혹> 등     

많은 문제작을 만든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

이번 영화는 통속적인 사이코 스릴러였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다.

나중에 이 거장의 발자취를 살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

 



 

"그럼 넌 이 섬을 벗어날 수 없어."

 

<메멘토>, 얼마나 전에 봤던 <절규> 등 사람이 가진 자아와 또 다른 자아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관객들에게 어떤 것이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게 만든다.

마치 데카르트식 의문을 세뇌시키는 것처럼 "무엇 하나 의심할 수 없는 게 없다."

이런 실존적인 고민들은 사람을 혼란에 빠지게 하지만 꽤 건강한 고민들이다.

고민들 속에서 깨달음을 얻으면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해지고,

그렇지 못 하면 우울증이나 나태함에 빠진다.

 

영화에서 테디는 과거에 자신이 겪은 상처로 인하여 심각한 우울증을 가졌지만,

연방보안관으로서의 업무에 지장을 받을 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셔터 아일랜드 정신병원 관계자들과 척의 농간에 어느 순간 자신이 미치광이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 이 상황은 우리의 삶 속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친하게 만났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전부 당신이 미쳤다고 말하면서,

충분한 근거와 물증을 제시한다면 그리고 그것을 당신 눈으로 확인한다면,

당신은 자신이 미쳤다는 거짓을 믿고 싶지 않아도 믿게 된다.

 



 

"사람들이 미쳤다고 말할 때, 아니라고 말하면 오히려 더 미쳐 보이지."

 

대학교 1학년 때 '사회학의 이해'라는 수업을 들었다.

그때 담당 교수님이 갑자기 앞에 앉아 있는 학생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난 너를 30분만에 성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 너가 내 말을 잘 듣는다면!"

수업을 듣고 있던 학생들은 기분이 불쾌했고 나 역시 썩 좋진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 교수님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흉악 범죄의 가능성이 있으며 그 반대의 가능성도 있다.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의 자아들이 숨어 있다.

다중인격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만 누구보다 자신이 더 잘 안다.

좀 더 냉정하게 자신을 살펴 보면 일관성은 전혀 없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 할 수 있다.

그 일관성이 없는 자신을 속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신중하면서도 어설프고 속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잘 속는다.

사람들은 아는 척을 하지만 스스로에게 속는 중이다.

우리가 안 다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우리가 모른다면 얼마나 모르는가?

겉으로는 특별하거나 평범하더라도 인간의 보편적 특성은 숨길 수 없고,

보편적 특성은 여러 가지 자아들로 분류 되어 상황에 따라 나타난다.

게다가 자신만의 '특별함'이 더 해진다면 사람은 예측할 수 없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여기에 사람과 동물의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감독은 이 영화에서 진실보다 거짓을 말 하는 사람들을 더욱 많이 배치했다.

즉 아무리 진실을 알고 말하더라도 거짓이 월등하게 많다면 진실은 거짓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거짓을 받아 들이는 순간, '좀비'가 된다.

이미 세상에는 이런 좀비들이 많이 있다.

나도 어느 부분에서는 그 좀비 대열 앞 자리에 있을 수도 있다.

 

슬픈 일이다.

아무도 내게 진실을 알려주지 않거나 알려줘도 내가 모른다면,

누가 내게 진실을 알려주고 알게 만들 것인가?

나는 이미 미치광이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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