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 - The Last Statio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지난 주 금요일 새벽에 작업 도중 윈도우 프로그램이 오류가 나서,

C 드라이브를 포맷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나는 어떻게든 중요한 파일들을 백업하려 했지만 컴퓨터는 허락하지 않았다.

다행이도 중요한 파일들은 다른 드라이브에 있었지만 C 드라이브에도 어느 정도는 있었다.

하던 작업을 멈추고 나름 열심히 복구하려 했으나 다음 날 오전에 포맷을 했다.

중요한 파일들도 있었고 추억이며 기억이니 말할 수 있는 파일들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제대로 작별인사도 못한 채 그것들을 지웠고 이제 더이상 볼 수 없다.

덕분에 컴퓨터는 빨라졌고 오랫동안 쌓아 둔 마음의 짐도 덜었다.

안타깝게도 작업한 것들은 일부 새로 해야 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든 생각이지만,

영화를 보기 전에 나는 좋은 경험을 했다.

그리고 레오 톨스토이를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다.

 



 

"하나의 조직적인 원리지, 자네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나?"

 

"음.."

 

"음? 사랑, 사랑이야. 간단해."

 

러시아의 대문호 레오 톨스토이를 존경하는 문학청년 발렌틴 불가코프는,

톨스토이의 수제자이자 오랜 친구인 블라디미르 체르트코프에 의해,

말년을 보내는 톨스토이의 개인 비서로 일하게 된다. 

존경하는 톨스토이와 함께 생활하게 된 발렌틴은 감격하지만,

톨스토이가 그의 부인 소피아가 자주 다투는 것을 보면서 고민에 빠진다.

48년간 함께 살면서 끔찍히 사랑했던 톨스토이와 소피아.

그러나 발렌틴이 보기에는 어느 편을 지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던 중 그의 고민을 해결 할 운명 같은 여자 마샤를 만나고,

사랑의 위대함을 알게 된다.

 



  

"사랑하고 사랑 받는 것, 그게 세상에서 가장 현실적인 거죠."

 

"선생님이 하신 말씀인가요?"

 

"네, 톨스토이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지만 지금은 내가 말하고 있죠."

 

<한 여름 밤의 꿈>, <레드>의 헬렌 미렌(Helen Mirren)은 역시 명배우였다.

물론 그녀의 이전 영화들이 더욱 유명하지만 아직 다 보지 못해서 뭐라 말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 영화만으로도 그녀의 연기가 얼마나 대단한 지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어 그녀가 출연한 영화들을 몇 편 더 볼 생각이다.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업>의 크리스토퍼 플러머(Christopher Plummer)는

아쉽게도 상복이 없는 배우 중 한 사람이다.

87편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아직 메이저 영화제에서 주연상을 받은 적이 없고,

주연보다는 조연으로 더 알려졌다.

이제 말년에 접어들었지만 그를 아는 세계 영화팬들은

그가 뛰어난 배우였다는 것을 잊지 않을 것이다. 

 

<트루먼 쇼>,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폴 지아마티(Paul Giamatti)를 오랜만에 보았다.

 

마이클 호프만(Michael Hoffman) 감독의 영화를 처음 보았는데,

그의 섬세하고 복선 있는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당신이 말 안해도, 난 들려요."

 

영화는 잔잔한 호수와 같다.

그 잔잔한 호수에 몇 개의 돌이 떨어져 파형을 만들기도 하지만,

파형이 사라지면 호수는 다시 잔잔하다.

실화를 재구성 한 영화지만 "실제로 이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인위적인 것이 아닌 자연스러움에서 나오는 감동을 느꼈고,

때에 따른 아름다운 OST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개인적으로 등장인물 간의 대사들이 마음에 들어서

대사들을 외우면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안 됐지만 선생님은 돌아가셨어요."

 

"알고 있어요. 그러나 난 당신 때문에 온 거예요, 발야."

 

톨스토이의 작품들을 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내가 읽었던 그의 작품들의 공통적인 주제는 '사랑'이었다.

인간과 인간 간의 사랑이었고, 연인 간의 사랑이었으며,

인류 공존을 위한 사랑이었다.

생각해 보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문호들의 공통적인 주제는 '사랑'이었고,

종교와 사상의 위대한 가르침 역시 '사랑'이었다.

사람들은 사랑 때문에 웃고 울었고,

사랑 때문에 살고 죽었다.

 

부부 관계는 연인 관계와 다른 분명한 차이가 있다.

연인 관계도 사랑하는 사이지만 부부 관계보다 깊을 수는 없다.

간단하게 우리들의 부모님을 보면 알 수 있다.

나를 비롯한 일부 사람들은 헤어짐을 몇 번 경험했지만,

부모님은 30년 이상 헤어지지 않고 오늘도 같은 방에서 같은 침대에 눕는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부모님이 크든 작든 서로 싸우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별 일이 아니었는데도 싸웠고 괴로워 하셨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어머니는 아버지를 위해 식사를 준비하셨고,

아버지는 식사를 마치고 직장에 나가셨다.

그리고 언제 싸우고 괴로워 했냐는 듯,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즐겁게 대화하신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하늘이 맺어 준 사랑'은 반드시 있다고 확신했다.

나의 부모님과, 톨스토이와 소피아가 그랬듯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문득 편지를 쓰기로 결심했다.

아직 받을 사람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받을 대상은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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