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칸 - My Name Is Kh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새해가 되니 마음에 부담과 함께 여유도 생긴다.

몇 개의 계획을 세우고 다짐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확실해지는 것은 내 의지가 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계획과 다짐은 그저 보기 좋은 그림일 뿐이지,

그림에서 실제 현실로 만들려고 하지 않는 내가 정말 짜증난다.

 

지난 해에 봤던 <세 얼간이>를 재미있게 보아서

올해 첫 인도영화로 이 영화를 선택했다.  

제목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직접 보게 된 것은 오늘이다.

친한 친구가 한 때 네이트온 대화명을

"<내 이름은 칸> 아주 감동적인 영화이니 꼭 보세요"라고 설정했었고,

그동안 보았던 인도영화들이 인상적이었기에,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영화를 보았다.

 



 

"내 이름은 칸이고 난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어릴 때부터 자폐증으로 동생과 사람들의 냉대를 받았던 리즈완 칸.

그러나 그에게는 뛰어난 지적 능력과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따뜻한 마음이 있다.

미국으로 유학을 간 동생은 졸업 후 미국의 화장품 회사에 취직하여 고위직 직원이 되었고,

동생을 따라 칸도 미국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동생의 회사일을 도우면서 세일즈맨으로 활약하던 중,

운명 같은 만남으로 만디라를 만난다.

처음에는 종교와 신분의 차이로 이루어 질 수 없는 둘의 사이였지만,

서로를 향한 깊은 사랑은 모든 차이를 극복하게 만들었고 결혼을 하여 함께 살게 된다.

그러나 2001년 9. 11 테러가 발생하자 이슬람교 신자인 칸과 그의 가족들은

미국인들로부터 공격적인 차별을 받게 되고,

급기야 아들까지 죽게 되자 만디라는 칸을 원망한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어, 좋은 행동을 하는 좋은 사람.

 그리고 나쁜 행동을 하는 나쁜 사람."

 

인도영화계의 젊은 감독인 카란 조하르(Karan Johar)는 대담한 영화를 만들었다.

조지 W 부시 前 대통령을 등장시켜 미국의 패권 정치를 비판했고, 

9. 11테러 이후의 이슬람교 신자들과 중동인들을 향한 

미국사회의 차별과 폭력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흥미로운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역을 전혀 닮지 않는 무명의 흑인 배우가 맡았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 감독이 영화 초반에 나왔던 부시 前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간의

의미있는 대조를 하는 것 같았다.

 

이제 깨달았지만 인도 배우들은 나이를 짐작 할 수 없고,

젊음을 유지하는 방법을 아는 것 같다.

 



 

"예배자는 장소나 사람에 구애 받아선 안 돼요, 내 신념에 의지할 뿐."

 

영화는 휴먼 드라마적인 내용으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9. 11 테러 이후 미국의 아프카니스탄, 이라크 전쟁과

중동권 나라들의 압박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그에 따른 중동인들의 변명처럼 보인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동안 감동적인 요소들과 논란의 요소들이 겹쳐져 약간의 어색함을 느꼈다. 

아마 관객들 개인마다 어떤 관점으로 보는냐에 따라서 영화에 대한 평이 달라질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 영화에 좋은 평가를 줄 것 같다.

왜냐하면 영화는 드라마이고 드라마가 곧 영화의 힘이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이 영화는 매우 충실하다. 

  



 

"엄마가 옳았다, 가족은 혈연으로 맺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맺어지는 것이다."

 

대중화된 사회에서 개인의 판단은 집단의 판단보다 질적으로 옳을 수 있지만,

집단의 판단은 개인의 판단을 압도하고 강한 영향력을 준다. 

사람들은 어떤 일이나 상황에 있어서 자신이 판단하는 것보다 누군가가 먼저 판단,

특히 자신에게 익숙하거나 신뢰 할 수 있는 전문가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의 판단을 더 따른다.

그래서 객관적인 정보와 사실을 먼저 알기보다 가공된 정보와 사실에 더 민감하다.

물론 이와 반대인 사람들도 있지만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볼 때 소수에 가깝다.

 

기성 종교들의 위대한 가르침은 공통적으로 사랑과 자비이지만,

가끔 타 종교에 반감을 가지며 서로 공격적인 언행을 하기도 한다.

이것은 결코 옳은 일이 아니고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다. 

하지만 언론 매체에서는 이것을 종교 간의 전쟁처럼 보도하고,

그것을 본 일부 사람들은 종교를 부정하며 회의감을 갖는다.  

또한 종교인들의 타락과 표리부동적인 모습을 보고 실망하면서

모든 종교인들로 일반화시키기도 한다. 

이것은 종교(인) 뿐만은 아니라 기업이나 정부 등 다른 곳에도 대입할 수도 있다..

 

실생활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다른 예로,

일부 사람들은 자신 외에 다른 사람들을 바라 볼 때,

혈액형이나 MBTI 또는 겉으로 보이는 외모와 능력에 집중한다.

심한 경우에는 자신이 설정한 기준에 대상이 맞지 않으면 더이상 상대를 하지 않고,

무시하거나 그 사람의 언행에 불쾌감을 가지며 경계한다.

그리고 자신은 그 사람보다는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자신도 모르게 익숙해져 버린 감각과 행동들이 있다.

냉철하기 보다는 감정적이고 어려운 것 보다는 편한 것을 좋아한다.

느린 것 보다는 빠른 것을 좋아하고 남 보다는 내가 더 중요하다.

두 가지 관점 중에 어느 것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일상 생활에서 매번 냉철, 어려운 것, 느린 것, 나 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고 선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여러 가지 관점으로 생각하고 적용해 볼 필요는 있다.

시간이 걸리고 고민은 되겠지만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고,

자신의 관점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다.

 

어떤 부분을 보고 전체를 바라 볼 수 있지만 그 부분이 전체는 아니다.

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속까지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라 

말할 수 없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9, 11테러 이후 미국은 테러 없는 세계를 만들려고 전쟁을 일으켰지만,

테러는 이전보다 더욱 심해졌고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낀다.

더욱이 중동권 나라들과 중동인들에 대한 차별은 심각한 수준이다.

또한 세계화를 앞당기자며 "지구촌"이라고 말하지만,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들이나 후진국들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는다.

오히려 선진국들은 그들을 이용하여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려 한다.

근래에 열린 국제 회의들에서 나온 정책들 중에 의도가 나쁜 정책들은 별로 없었지만,

실제로 적극적으로 실천되어 좋은 결과를 가져 온 정책들 역시 별로 없다. 

무엇이 문제일까?

 

미움은 폭력과 죽음을 낳고 사랑은 이해와 생명을 낳는다.

지금 무엇이든 미워하고 있다면 미움을 버려야 하고,

지금 무엇이든 사랑하고 있다면 진실하게 사랑해야 한다.

어쩌면 사람들은 믿음 보다는 의심이 더 많기에,

진실을 비웃거나 느끼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정직하고 정의로운 것은 이제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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