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팔도를 간다 : 경기편 - 방방곡곡을 누비며 신토불이 산해진미를 찾아 그린 대한민국 맛 지도! 식객 팔도를 간다
허영만 글.그림 / 김영사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신문에서만 보던 허영만 화백의 <식객>이 단행본으로 나왔다. 이미 TV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었고, 많은 미식가들이 그의 만화를 보며 전국의 맛집을 찾아다니기도 했기에, 단행본 출간은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단행본에서는 지역별로 분류하여 지역의 지리적 특징과 대표적인 요리들을 소개하고, 몇 개의 에피소드를 선정하여 추천 맛집과 음식조리법을 알려준다. 내가 본 단행본은 ‘경기편’이었다.  

  경기도 음식이라고 하면 다른 지역에 비해서 이렇다 할 맛의 특징이나 대표적인 요리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강원도와 충청도, 황해도와 인접해 있어서 이들 지방의 음식과 공통점이 많고, 경기도만의 기호를 느낄 수 있는 음식들 또한 많다. 게다가 지역적으로 서울을 중심에 두고 한 곳에 위치해 있어서 경기도 음식은 전국 각지로 퍼져 나가 통용되는 가장 보편적인 음식이다. <9p>

  다른 지역에 비해 경기도 음식은 개성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군 생활을 했던 포천은 막걸리와 이동갈비로 유명했지만, 술과 갈비야 어느 지역이든 유명한 것이 아닌가? 그리고 ‘춘천막국수․닭갈비’, ‘전주비빔밥’ 등 뭔가 지역과 음식이 결합되는 것이 없어 경기도만의 맛과 음식을 찾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책을 보면서 알게 된 것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경기도만의 개성적인 맛과 음식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의정부 부대찌개’로 유명한 부대찌개는 젊은 세대에 절대적인 인기를 받고 있는 음식이다. 해방 이후 미군부대에서 나온 잔반들로 만들어 일명 ‘꿀꿀이 죽’이라고 불렸던 부대찌개는 세월이 흐르면서 한국적인 맛으로 변모해갔고,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들 중 하나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부대찌개를 좋아해서 여러 음식점에서 많이 먹어봤지만, 책에서 나온 맛집은 가보지 않았다. 책의 내용대로라면 정말 구미가 당기는데 꼭 한번 가볼 예정이다.

  파주 임진강에서 잡히는 ‘황복’은 책을 보면서 그 맛이 궁금해졌다. 평소에 회는 자주 먹는 음식이 아니지만 이미 다양한 회를 먹어보았고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아직 복어 회는 먹어보지 못했다. 특히 복어는 강한 독성이 있어서 전문 요리사가 아니면 다룰 수 없는 음식이다. 그래서인지 복어음식은 묘한 불안감 생겨 먹기를 꺼려했고 먹을 기회도 없었다. 책에는 중국 송나라 최고의 문인 소동파가 복어 때문에 일을 못할 정도로 그 맛이 뛰어났다고 되어있는데 얼마나 맛있으면 그러했을까? 그리고 허영만 화백의 글과 그림은 먹기를 꺼려한 나에게 복어 회를 권하는 듯 유혹하는 것일까? 기회가 없던 것을 탓할 것이 아니라, 직접 먹으러 가야겠다.

  인천 차이나타운은 원조 자장면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중국에는 자장면이 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중국 산둥반도에서 주로 먹었던 작장면(炸醬麵)을 자장면의 원류로 보고 있다. 자장면은 나이와 세대를 뛰어넘어 국민음식으로 인기를 받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자장면 인심(人心)이 그 지역의 인심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자장면을 좋아한다(아쉽게도 요새 인심 좋은 자장면을 보기 힘들다). 자장면은 주원료인 춘장이 중요한데 향이 좋아야 맛도 좋다. 책에서도 “자장면은 향으로 먹는 음식”이라고 되어있을 정도로, 그 향은 먹기 전부터 사람의 식욕을 돋운다. 요새는 유명한 중국음식점들이 많이 있지만 그 유명세는 모두 “자장면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에 따라서 생긴 것이다. 집 근처 중국음식점의 자장면이 가장 맛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정말 원조 자장면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중국음식점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음식에 관련된 책을 읽으면 읽는 것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인다. 또한 원체 음식을 잘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음식을 잘 만드는 분들을 보면 그렇게 부럽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음식은 사람을 유혹하는 힘이 있고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마음이 담겨 재료가 내는 맛 이상의 특별함이 있다. 그래서 각 지역마다 소개된 특별한 음식들은 지역의 맛과 특성이 함께 있는 ‘문화재’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맛집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음식들을 먹곤 했는데 요새는 그럴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내가 찾은 맛집은 집에서 먼 거리에 있고 거기까지 갈 바에는 그냥 집이나 근처에서 식사를 하는 게 더 낫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맛집이 맛집인 이유는 이런 변명들을 뛰어넘을 정도로 사람을 끌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게으른 나도 책에 나온 맛집 몇 곳을 메모해두었고 조만간 찾아가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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