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동훈의 그랜드투어 : 동유럽 편 - 사람, 역사, 문명을 찾아 거닐고 사유하고 통찰하는 노블레스 여행 송동훈의 그랜드투어
송동훈 지음 / 김영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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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턴가 유럽여행은 젊은 세대들의 희망사항이 되었다. 미디어나 매스컴에서 보여진 유럽나라들의 고풍적인 건축물과 자유분방함과 우아함이 느껴지는 유럽인들의 삶은, 동양인들이 보기에 사뭇 호기심을 가지게 하고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내 주변에도 유럽여행을 갔다 와서 개인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사진과 여행담을 올려놓으면 흥미롭게 보고 읽지만, 나도 무척이나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아쉽게도 난 해외여행을 아직 한 적이 없다). 다만 유럽나라들에 관련된 책이나 여행가이드만이 이런 내 마음을 달래주고, 언젠가는 꼭 가게 될 것을 다짐하게 만든다.

  이 책은 한 때 유명 일간지 기자였던 저자가 동유럽을 여행하면서 기록한 기행문이다. 그러나 단순한 여행정보를 넘어서 깊이가 느껴지는 것은, 여행한 나라들마다 가지고 있는 공통된, 때로는 독특한 역사를 바라보는 저자의 생각이 적혀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는 이 책은 여행을 도구로 한 역사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참고로 서유럽편도 따로 출간하였다.  

 

  중요한 건 바로 그것이다. 포기하지 않는 정신, 굴하지 않는 용기, 흔들리지 않는 의지! 역사에 향기로운 이름을 남긴 대부분의 위인은 그런 공통점이 있다. <172p>

  유럽의 역사는 학창시절 세계사를 통하여 살펴본 적이 있다. 많은 나라들이 유럽에 있는 만큼, 다양한 사건들이 있었고, 저마다의 꿈과 야망을 가진 채 많은 인물들은 태어나고 죽어갔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나라의 영웅 또는 희대의 악인이 되었던 인물들의 공통점은 "포기하지 않는 정신, 굴하지 않는 용기, 흔들리지 않는 의지" 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오늘날 강대국인 러시아의 기초를 쌓았던, 표트르 대제와 레닌, 음악과 예술의 나라이자 지금은 작은 나라인 오스트리아지만, 합스부르크 왕가시절에는 거의 유럽 전역을 통치하며 강성대국으로 이름을 떨쳤었다. 또한 유럽의 강대국들의 틈에서 스스로 땅을 개척하며 오늘날의 독일이 있게 한 프리드리히 빌헬름과 프리드리히 2세, 비스마르크 그리고 희대의 독재자 히틀러까지, 동유럽의 삼국은 위기 때마다 불세출의 영웅들이 탄생하였고, 역사는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여 후세에 전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브란덴부르크 문이 지켜봐야 할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문은 답하지 않는다. 200년 세월을 한자리에서 묵묵히 지켜봐온 관찰자답게 앞으로도 그저 말없이 지켜볼 뿐이다. 그러나 문은 이미 우리에게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역사는 승리와 패배, 영광과 치욕 사이에서 돌고 돈다는 것을, 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우리 스스로라는 것을. <307p>

  역사가 중요한 것은 역사를 통해 오늘과 내일을 알고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유럽의 역사는 유럽인들에게 충분한 자부심이고 비 유럽인들에게는 좋은 교훈이 된다. 유럽의 지배했던 나라들은 시대마다 달랐고, 그 기간 역시 그리 길지 않았다. 시대별로 유럽을 지배했던 나라들의 왕들은 자신의 통치가 길 것이라 믿었고, 나라 또한 절대로 망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의 믿음과 생각은 역사의 수레바퀴에 여지없이 깨어지고 사라졌다. 결국 어느 누구도 유럽을 통일하지 못한 채, 오늘날의 유럽은 여러 나라들이 자기들의 깃발을 세우고 살아가고 있다. 다만 각 나라들마다 여러 유적과 동상(銅像)들만이 과거의 영광을 간직하고 있고, 그것을 보는 사람들은 그때를 어렴풋 상상한다. 역사는 바로 이런 것이다.   


  작년에 나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하는 이집트문명전을 보러 갔었다.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지만, 입장료에 비해 큰 소득은 없었다. 2시간도 채 안 되서 관람을 마치고 바로 옆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자체 전시실로 이동했다. 어릴 때 몇 번 와서 그런지 친근했고 내부구조는 예전 그대로였다(더구나 무료였다!). 우리 조상들과 아시아 나라들의 많은 유물들과 예술품들이 있는 이곳은 그야말로 역사의 현장이었다. 나는 다리가 아픈지도 모른 채 구경했고 사진을 찍었다. 거의 3시간 가까이 꼼꼼하게 둘러보았고, 이집트문명전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완전히 회복할 수 있었다.

  내가 본 역사의 흔적들은 큰 유리 너머에, 또는 박제되어 경직되어 있었지만, 나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부터 생명을 회복하여 길고, 짧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오늘을 사는 나에게 많은 영감과 교훈을 주었다. 이런 역사의 가치는 돈으로 매길 수는 없다. 그만큼 고귀하고 중요하다. 뿌리가 없는 나무가 없듯이, 역사가 없는 민족과 나라는 없다. 저자가 동유럽 삼국을 돌면서,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바라보았던 것처럼, 우리역사를 통해 대한민국을 자세히 살펴본 다면,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눈도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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