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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지 않고 아이 맡기기 - 부모와 떨어질 때마다 울며불며 야단법석인 아이와 웃으며 헤어지는 법
엘리자베스 팬틀리 지음, 현혜진 옮김 / 김영사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새 책을 받아보는 기쁨은 특별하다. 책표지의 감촉과 때 묻지 않은 책 페이지는 독서욕을 이끌어내기 충분하고, 읽은 후 서평을 쓰고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는 일은 즐겁다. 또한 여러 장르의 책을 읽을 수 있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정보들을 얻을 수 있어서 더욱 유익하다.
처음 책 제목을 보면서 웃음이 나왔다. 울리지 않고 아이 맡기는 방법을 책으로 출판할 정도로 요즘 부모들이 힘들어하고 있구나. 생각해보니 주변에 유치원 교사를 하고 있는 친구들이 몇 명 있는데, 가끔 아이들 때문에 고민한다고 내게 말해주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책에 대한 흥미가 생겨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다.
아이는 자라면서 세상에 대해, 그리고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아이가 화기애애한 작별과 편안한 헤어짐, 그 이후에 이어지는 즐거운 재회를 자주 경험하다보면 결국 엄마, 아빠라는 안전한 지주로부터 벗어나 멀리 가도 위험하거나 곤란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부모가 닦달하고 가르친다고 성숙해지는 것이 아니다. 성숙해지려면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여야 한다. <20p>
아이가 겪는 분리불안에 대해서 저자는 당연한 현상이라 말한다. 아이는 아직 성숙한 사람이 아니고 부모의 보호가 필요하다. 또한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들은 두렵고 낯설게 느끼기 때문에 분리불안을 느끼는 것은 아이의 본능적인 행동이다.
이것은 아이가 성장하고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 분명하지만, 현재 분리불안을 겪는 아이를 어떻게 하면 빠른 시간 내에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책의 구성은 분리불안의 상황별로 진단을 내리고 그에 따른 적용과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에 상당히 실용적이며, 분리불안을 겪는 아이를 둔 부모들의 말과 분야별 전문가들의 조언을 중간 중간에 삽입하여 책의 내용이 더 가깝게 와 닿는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분리불안을 느끼는 것은 아이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저자의 말대로 부모도 분리불안을 느낄 수 있고, 개인적으로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분리불안을 나이에 관계없이 어느 순간마다 느낀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드니 이 책의 내용들이 아이와 부모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과 타인들까지 적용되어 흥미롭게 읽게 되었다.
누군가 그리워지면 당연히 슬퍼진다. 하지만 아무리 슬퍼도 재미있게 놀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 아이 기분을 알아주면 아이가 당신과 떨어져 있는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좀 더 쉬워진다.
일단 아이 기분을 이해했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그런 기분이 들더라도 얼마든지 잘 헤쳐나갈 수 있으니까 계속해서 재미있게 보낼 수 있다고 안심시키자. 이 과정은 정말 중요한 과정이다. 그렇게 느껴지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말해주면 아이는 자기만 불안해하는 게 아니구나 하고 안도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마음의 안정을 찾으면 아이는 금세 근심 걱정에서 벗어나 생산적인 활동으로 관심을 돌린다. <98p>
인간은 누구나 또 다른 인간을 그리워한다. 그리워하는 대상이 구체적이든 추상적이든 그리움은 삶 속에 숨어 있다가 불쑥 나타나 인간을 곤혹스럽게 한다. 헤어지면 보고 싶고 만나면 떨어지고 싶지 않은 연인사이는 나이에 관계없이 분리불안을 겪고 있는 인간의 모습이고, 선생과 제자, 친구사이에서도 같이 있으면 자신감이 생기지만 떨어져 있으면 불안한 마음이 들 정도의 긴밀한 관계 역시 좋은 예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예지만 비 오는 날에 느끼는 알 수 없는 우울함과 그리움은, 냉정하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이 한없이 약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그러므로 인간은 누구나 삶 속에서 분리불안을 느끼고 있으며 분리불안 속에서 인간은 지속적으로 성숙해진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이가 느끼는 분리불안은 누구보다 클 것이다. 동물의 세계에서 어린새끼가 태어나면 부모를 각인(刻印)하여 따르듯이 아이도 부모를 그렇게 따른다. 만약 이런 관계에 위기가 찾아오거나 단절된다면, 아이는 정신적으로 공황상태에 빠지거나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고,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아이의 정신적 성장에 있어서 심각한 영향을 준다. 실제로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 맞벌이로 인하여 아이를 탁아시설, 친지(親知)에 맡기거나 최악의 경우 집에 혼자 아이를 둔 채 일터로 나가기도 한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불안한 마음을 갖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여 이런 행동을 취한다. 그러나 아이가 느끼는 외로움과 그리움은 부모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일 것이다. 왜냐하면 아이가 원하는 것은 탁아시설의 선생님이나 친지가 아닌 부모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미성숙한 아이에게서 있어서 부모의 사랑은 식물에게 주는 물처럼 필수적이다. 그래서 책의 내용들은 아이를 둔 부모라면 꼭 참고해야 할 조언들이고, 현재 분리불안을 느끼고 있는 아이가 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릴 때 나는 결혼을 빨리 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신부를 만나는 것은 큰 기쁨이고 아이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행복이라 생각했다. 내가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나를 향한 부모님의 지극한 사랑과 관심 때문이었다.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가는 목욕탕은 부정(父情)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나는 말없이 아버지 앞에 앉아 있었고, 아버지는 굵은 땀을 흘리면서 자신의 몸보다 내 몸을 더 아끼듯이 씻어주셨다. 어머니도 변함없는 사랑으로 지금까지 나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공통적으로 부모님은 어떤 일을 하시더라도 항상 나를 지켜보며 예의 주시하셨고, 성인된 지금도 사랑과 관심은 전혀 줄지 않았다. 실로 아가페(agape)적인 사랑이다.
그러나 때로는 이 모든 것들이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가 있다. 어릴 적 친구들한테 ‘마마보이(mamma’s boy)’ 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무척 화가 났었고, 부모님의 지나친 사랑과 관심은 보이지 않는 굴레가 되어 나약한 나를 만들기도 했으며 부담도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부모님과 나와의 관계는 멀고 가까워짐을 반복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반면에, 지금이나 앞으로나 나를 향한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은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부모님이 내게 물려주시는 정신적 유산과도 같다. 그러기에 나 역시 부모가 된다면 아내와 함께 아이들의 성장과 생활에 대해 고민할 것이고, 그들을 향한 사랑과 관심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결국 부모의 사랑과 관심은 창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만물의 공통적 ‘진리’ 이자 생명이 생명에게 처음으로 가지는 ‘믿음’ 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방법론에 치중되어 상황별로 독자들에게 조언을 하지만, 고려해야 할 것은 어디까지나 조언일 뿐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아이가 분리불안을 느낄 때 어떻게 반응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비슷한 유형만 있을 뿐이지 꼭 그렇다고는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음으로써 자기와 같은 상황에 놓인 부모들의 입장과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점을 기억하자. 책을 읽는 당신도 어릴 적에 지금 당신의 아이처럼 분리불안을 느꼈고, 이것을 알고 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내가 다음으로 서평할 책이다.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벌레들의 특이점 통해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점을 찾으려는 내용 같다. 복잡한 뇌구조와 패턴을 가진 사람이라도 어떤 부분에서는 본능적이고 기계적인 벌레들보다 못 할 경우도 있다. 실제로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인간인 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사랑도 동물보다 못할 경우가 더 많다. 왜냐하면 동물들은 한시라도 새끼를 떠나지 않지만, 인간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여러 부분에서 인간과 비교되는 것은 있을 것이고, 이 책은 독자들을 매우 흥미롭게 만들 것 같다.
혹시 이 책을 읽은 사람이 있다면, 나와 재미있는 토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