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마이클 커닝햄 지음, 정명진 옮김 / 생각의나무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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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세월'을 읽으면서 다른 책들을 10권 넘게 읽었다. 책을 빨리 읽는 나에게 '세월'을 정독하는 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버지니아 울프의 시간, 브라운 부인의 시간, 델라웨어 부인의 시간들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나의 시간으로 빠져들어가 버렸기 때문이다.

초가 모여 분이 되고 분이 모여 시간이, 시간이 모여 하루가, 하루가 모여 한달이,한달이 모여 일년이, 일년이 모여 세월이 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머리로 알고 있는 이 세월의 느낌을 커닝햄 작가는 너무나 담담하고 평범하게,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매 순간을 느끼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어느새 정신을 차리면 흘러가버린 시간을 인식하는 것처럼, 누군가의 삶에서의 소중한 아침처럼 창조해냈다.

그러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시간 속으로 빠져버려 책은 손에 들고 있지만 머리 속은 자신의 내면을 여행하는, 혹은 당장 책을 덮고 나만의 시간을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 경험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한 챕터, 한 챕터를 읽고 난 다음 내 주변의 사물들과 내가 보내는 시간들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며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여지고 느껴지는 것이 이 책이 주는 즐거움과 새로움이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단순해 보였어. 나는 생생하고 충격적인 무엇인가를 창조해 내고 싶었지. 누군가의 삶에서 아침이 갖는 의미만큼이나 소중한 무엇인가를 말야. 가장 일상저인 아침에 버금가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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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프라하를 꿈꾼다 - 유럽 10개국 도시문화 훑기
이동원 지음 / 책읽는사람들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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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쉽게 쓰는 사람은 없지만 이 책은 너무 쉽게 쓰여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연히 티비를 켰다가 소개하는 말 중에 맘에 들었던 구절이 있어서 주문을 했는데 제가 끌렸던 프라하에 대한 감상 그것이 이 책의 전부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솔직히 너무 실망스러웠습니다. 너무 깊이가 있거나 혹은 깊이가 없거나 하는 책들이 실망스러워서 이 책을 썼다는 작가의 말과는 차이를 느끼게 이 책에서 전 어떤 깊이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고 말한다면 너무 신랄한 것일까요. 여행 다닌 곳들에 대한 자세한 보고서도 아니요 작가의 내면을 솔직하게 담은 기행문도 아닌 아주 어정쩡한 책이라는 것이 제 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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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우울 - 최영미의 유럽 일기
최영미 지음 / 창비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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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겨울 런던의 히스로우 공항에 도착해 피웠던 첫 담배의 맛을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하리라' 첫 장을 펼쳤을때 나온 첫 글이다. 이 글은 순간 나를 사로잡았고 이 첫 느낌이 책 전체를 읽을 때까지 계속 되었습니다. 이 첫마디에 사로잡혔다면 마지막 페이지를 끝낼 때까지 한 순간도 시선을 뗄 수 없게 되어버리는 마술과도 같은 글입니다.

두번에 걸친 유럽여행과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들, 감상했던 그림들, 자신의 삶을 교차시키며 너무나 수려하게, 그러나 담담하게 써내려가는 최영미씨의 글은 그저 빨려들어갈 수 밖에 없더군요. 시중에 나오는 수많은 기행문들을 읽었지만 너무나 실망스러웠던 저에게 이 책은 성서와도 같은 소중하고도 경건한 느낌마저 주었습니다. 과연 이 분처럼 이렇게 느끼면서 어떻게 여행할 수 있었을까. 여행을 좋아하는 저에게 그동안 나는 무슨 생각으로 여행을 했나 부끄럽게 만들었던 책입니다. 적극 추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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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 삶
헬렌 니어링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보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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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졌고 추천을 받았던 책인데 이제야 읽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들이 그렇듯이 책 역시 아무리 좋은 책이라 할지라도 인연이 닿아야 만나지나 봅니다.

책 중에는 특히 작가와의 만남이 느껴지는 책이 있습니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작가와의 교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고 그럴 때 더 큰 감동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이 책의 경우 작가와의 만남은 이루어지나 교감을 느끼기에는 세월의 차이를 많이 느끼게 됩니다. 아마 경제공황이 닥쳤던 1920년대의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큰 공감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 세대들은 모두 큰 위기를 함께 넘겼고 그 시절을 알기에 작가와의 교감이 그리 어렵지 않았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미 그런 시대 뒤에 나고 자라난 현재 20-30대에게 이 책은 단순히 그 시절의 보고서라는 감상입니다.

'자본주의 경제위기가 닥쳤을때 니어링 부부는 자신들의 가치관에 맞지않는 체제를 버리고 자신들만의 독립적이고 분명한 작은 사회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회와 체제는 상당히 성공적이였고 마침내 그 성공담을 담은 보고서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가 이책을 읽은 저의 솔직한 감상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자신의 가치관을 따른 그 차분하고도 착실한 수행능력은 놀랍고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물질, 즉 자본(돈)이 만능인 이 세상에서 진정한 자기 발전/만족의 삶을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니어링 부부가 예견한대로 현대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거대자본주의화되가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자기만의 가치관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것이 점점 어렵게 되어가고 있고 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의 선택에 대한 고민에 일종의 지침서 노릇을 충분히 해줍니다.

즉, 시대는 다르고 자세한 방법은 달라도 그 목적이 같다면 이 책은 어떤 삶을 살것인가 고민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조화로운 삶을 읽되 행간을 읽어 자신의 조화로운 삶을 꾸려나가는 데 적용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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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한 짐승들의 바다
호시노 유키노부 지음, 하주영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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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좋아하신다면, 스타더스트 메모리즈를 보고 마음에 드셨다면 꼭 읽어보실 것을 권합니다. 그림체가 조금 옛날 것이고 글자가 작아서 눈이 아프지만 작은 글자와 그림만큼 내용이 꽉 차있는 만화입니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서너개의 단편들이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되어있고 이야기는 이것저것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줍니다. 단숨에 읽어내려가는 흥미진진함 보다는 한편 읽으면서 생각하게 해주는 만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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