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마이클 커닝햄 지음, 정명진 옮김 / 생각의나무 / 199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세월'을 읽으면서 다른 책들을 10권 넘게 읽었다. 책을 빨리 읽는 나에게 '세월'을 정독하는 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버지니아 울프의 시간, 브라운 부인의 시간, 델라웨어 부인의 시간들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나의 시간으로 빠져들어가 버렸기 때문이다.

초가 모여 분이 되고 분이 모여 시간이, 시간이 모여 하루가, 하루가 모여 한달이,한달이 모여 일년이, 일년이 모여 세월이 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머리로 알고 있는 이 세월의 느낌을 커닝햄 작가는 너무나 담담하고 평범하게,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매 순간을 느끼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어느새 정신을 차리면 흘러가버린 시간을 인식하는 것처럼, 누군가의 삶에서의 소중한 아침처럼 창조해냈다.

그러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시간 속으로 빠져버려 책은 손에 들고 있지만 머리 속은 자신의 내면을 여행하는, 혹은 당장 책을 덮고 나만의 시간을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 경험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한 챕터, 한 챕터를 읽고 난 다음 내 주변의 사물들과 내가 보내는 시간들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며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여지고 느껴지는 것이 이 책이 주는 즐거움과 새로움이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단순해 보였어. 나는 생생하고 충격적인 무엇인가를 창조해 내고 싶었지. 누군가의 삶에서 아침이 갖는 의미만큼이나 소중한 무엇인가를 말야. 가장 일상저인 아침에 버금가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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