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죽이기
아멜리 노통브 지음, 최정수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이입되고 싶은 독자와 공감을 거부하는 작가의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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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구판) 12
아니 에르노 지음, 이재룡 옮김 / 열림원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느끼는 것을 표현하는 것˝ 느꼈으나 표현할 수 없었던 것들을 `대신` 말해주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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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 일기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 이순(웅진) / 2012년 12월
구판절판


…… 그녀는 죽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완전하게 파괴되지 않은 채로 살아 있다. 이 사실은 무얼 말하는 걸까. 그건 내가 살기로 결심했다는 것, 미친 것처럼, 정신이 다 나가버릴 정도로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 건, 그 불안으로부터 한 발짝도 비켜날 수 없는 건 바로 그때문이리라.

자기만의 고유한 슬픔을 지시할 수 있는 기호는 없다. 이 슬픔은 절대적 내면성이 완결된 것이다. 그러나 모든 현명한 사회들은 슬픔이 어떻게 밖으로 드러나야 하는지를 미리 정해서 코드화했다. 우리의 사회가 안고 있는 패악은 그 사회가 슬픔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도의 슬픔으로, 마음의 번민으로 내내 시달리면서도 (그것도 더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결코 거기서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그렇게 지독하게), 전혀 방해를 받지 않으면서 (거의 막돼먹은 아이처럼) 여전히 잘 돌아가는 습관들이 있다. 욕망의 낄낄거림, 작은 탐닉들, 난-널-사랑해라는 욕망ㅡ 아주 빨리 사라져버리는, 곧 다시 다른 사람에게 방향을 바꾸는ㅡ 그런 욕망으로 가득한 담론의 습관들.

FW는 고통스러운 사랑 때문에 완전히 망가져 있다. 그는 괴로움을 당한다. 언제나 침울하고, 메말라 있고, 그 무엇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등등, 하지만 그는 사실 아무도 잃어버리지 않았다; 그가 사랑하는 그 사람은 죽지 않았으니까 등등. 그의 곁에서, 그가 말하는 걸 귀 기울여 들으면서, 나는 침착한 표정을 잃지 않는다. 그에게 주의를 기울이지만 그의 얘기 속으로 들어가서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마치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일 같은 건 내게 일어난 적이 없는 것처럼.

내게 가능한 길은 둘이다. 그러나 서로 반대되는 두 길:

1. 자유로워지기, 단단해지기, 진실을 따라서 살기

(과거의 나를 뒤집기)

2. 순응하기, 편안함을 사랑하기

(과거의 나를 더 강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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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
롤랑 바르트 지음, 이상빈 옮김 / 동녘 / 2013년 2월
품절


과거 중, 나를 가장 매혹시키는 것은 나의 유년 시절이다. 바라보고 있어도 폐기된 시간의 회한을 느끼게 하지 않는 것은 오로지 유년기뿐이다. 왜냐하면 거기서 내가 찾을 수 있는 것은 불가역성이 아닌 환원불가능성이기 때문에. 발작적으로 드러나는, 아직도 내 안에 있는 모든 것. 유년시절에서 나는 나 자신의 어두운 이면, 권태, 상처받기 쉬움, 여러가지 절망들(다행히도 복수Pluriels인)에 대한 소질, 불행하게도 모든 표현으로부터 단절된 내면적 동요를 명확히 읽어낼 수 있다.



동시대인?



나는 걷기 시작했고, 프루스트는 아직 살아있었으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집필을 끝내던 중이었다.

어린 시절, 나는 종종 그리고 많이 권태로워했다. 그 권태는 아주 일찍부터 시작해 나의 일생 동안 간헐적으로 지속됐으며(일과 친구들 덕분에 점차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언제든지 겉으로 드러나고 말았다. 그것은 공황처럼 언습하는 권태였으며 견딜 수 없는 괴로움으로까지 진행됐다. 예를 들어 토론회, 강연회,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낯선 밤 파티, 집단적인 놀이 등을 통해 내가 맛보는 권태. 권태가 드러날 수 있는 여느 장소에서 어김없이 그것이 밖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면, 권태는 나의 히스테리인가?

나는 한 번도 이것과 닮은 적이 없다!ㅡ 어떻게 그것을 아는가? 이것과 닮았다 혹은 닮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 이 '당신'은 도대체 누구인가? 그것을 어디에서 포착할 수 있는가? 어떤 형태학적 혹은 표현적 기준에 근거하는 것일까? 당신의 진짜 육체는 어디 있을까? 영원히 당신을 영상으로밖에 볼 수 없는 자는 바로 당신뿐이다. 당신의 눈이 거울이나 대물렌즈에 던지는 시선에 의해 우매해져 버린 모습 이외에 당신은 결코 자신의 눈을 볼 수 없다. (나의 눈을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나의 눈이 너를 보고 있을 때뿐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당신의 육체에 관하여, 당신은 상상계로부터 빠져나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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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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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라고 말하며 시몽은 전화를 끊었다. 전화박스를 나오면서 그녀는 화장실의 거울 앞에서 기계적으로 머리에 빗질을 했다. 거울 속에는 방금 누군가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들은 얼굴이 있었다.

그녀의 귀에 대답하는 그녀 자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다시피 나는 경솔한 사람이 아니야. 나는 스물 다섯 살이야. 당신보다 먼저 세상을 살진 않았지만, 앞으로 당신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진 않아. 당신은 내 인생의 여인이고, 무엇보다 내게 필요한 사람이야. 나는 알아. 당신이 원한다면 내일이라도 당신과 결혼하겠어."

그의 품 안에서 사랑을 속삭였고, 때로는 아주 능란한 연인이나 어린아이만이 끌어낼 수 있는 몸짓, 그녀 자신도 그 강도를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소유욕에 찬 동시에 그 모든 소유가 덧없다는 생각에 두려워하는 그런 몸짓으로 그를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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