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밥 마는 국어 선생님 - 옆에 있어 서로서로 고마운 교실 이야기
오은주 지음 / 라온북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김밥 마는 국어 선생님”은 삶의 현장에서 매일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살아야 하는 30대 중반이 된 나에게 마음속 저 한 곳에 밀려나 있던 학창시절을 다시금 기억나게 한다. 특별히 중학교 시절은 나에게 많은 도전과 변화의 시기였다.
초등학교시절부터 “공부해라”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부모님 덕분에 나의 성적은 반 꼴등이 아니라 전교에서도 뒤에서 1-2등을 다투고 있었다. 그런데 나를 아껴주었던 몇몇 선생님의 보살핌으로 전교 꼴등을 벗어나 반에서 상위권에 들 수 있었고 고등학교와 대학교도 진학하게 되었고 지금은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 가히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 나에게 일어나고 있다. 우리 부모님은 중학교이후에도 지금까지 단 한번도 “공부해”라고 말하지 않았고 내 성적표를 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중학교 선생님 역시 단 한 번도 “공부 좀 해”라고 말씀하지 않았다.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를 해주셨다. 단순히 “미래를 위해서” 라는 이해할 수 없는 말, 역시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선생님들은 공부를 흥미를 일으키고 스스로 공부를 할 수 있는 자세를 잡아주었던 같다. “김밥 마는 국어 선생님”을 읽으면서 선생님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고 읽으면서 내내 그때 그 선생님들을 꼭 찾아 뵈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2 담임을 10년 하셨다는 말에 참 많이 힘드셨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중2는 감이 아무도 막을 수 없는 헐크와도 같은 존재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폭발할지 모르는 화산고도 같은 중2를 대상으로 1-2년도 아닌 10년 동안 담임을 하셨다니 그간의 수고와 노고에 대해 깊은 경외감이 든다. 중2를 담임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김밥 마는 국어 선생님”의 프롤로그는 “너희가 있어야 행복해”라는 말로 시작한다. 사실 중2 담임과 행복해 라는 말은 모순이 심하다. 어쩌면 우리 생각과 시각 그리고 나도 모르게 중2를 대하는 태도에서 이미 상당한 거리를 두고 되도록 이며 건들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 행동이다. 그런데, “너희가 있어 행복해”라니?? 내가 가지고 있는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반대의 말을 하는 “김밥 마는 국어 선생님”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단숨에 다 읽어버렸다. “김밥 마는 국어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선생님으로서 가졌던 책임감, 의무감 그리고 부담감, 좌절감, 실패의 경험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들이 있기에 한 명의 선생님으로서 그리고 국어 선생님으로서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았다. 입시와 경쟁이라는 한국 교육현장 속에서 참 선생님이 누구이며 인생에 있어서 따라야 할 참 스승이 누구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선생님으로 있다면 그리고 예비 선생님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인 필요하고 어떻게 그들을 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현장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