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투를 빈다 -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 / 푸른숲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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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들,

똑같은 입시교육을 받으며 모범생이라는 잣대에 이리저리 재이다가, 청년이 되고 제도권에 반항도 좀 해보고 신소리도 좀 해보다가, 나이 좀 더 먹고나면 제 몫을 하려고 또 슬슬 닦여진 길을 찾아 헤메인다.. 결국 다들 잘 살아보려고 아둥바둥이다. 성격도 다르고 잘하는 것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른 대한민국의 청년들 하지만 그들이 계속해서 물어대는 질문은 별반 차이가 없다.

[나 잘 살고 있는건가요? 이거...맞는건가요?]

남에게 책 안잡히고 어깨 세우는 법만 배웠지, 그 일렬로 늘어선 줄 밖에서 어떻게 행복해지는지 배우지 못한 우리는 언제나 밑 안닦고 화장실 나온 모냥 물어제낀다. 

[이대로 이렇게 가도 괜찮은가요?]  

살라는 대로 열심히 살았는데, 결국 질문은 한가지에 봉착하고, 우리는 착실하게 공교육을 받은 덕에 살라는 대로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데 이런 질문을 해도 괜찮은가요? 전 왜 이런거죠?까지 업그레이드 된 안드로이드 신세.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등장한 발칙한 삼류신문 딴지일보, 똥꼬깊쑤키 를 클릭하면 속속 드러나던 사회의 이면과 삼류문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것을 까발리던 그 말투 그 정신 그대로

총수 김어준이 충고를 던져준다.

세상사 결국 다 행복하자는 수작 아니더냐

김어준 특유의 딴지일보체, 막말체, 속 시원한 직설화법. 그 자체로도 충분이 재미거리가 있지만, 그 속에 내심 찔리는 고언을 담고있다. 대한민국의 청년들. 살라는 대로 살고, 하라는대로 하면 눈앞에 현실과 어려움을 피할수있을것 같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매일 이런 질문을 하고 있다면 똥침한번 맞고 정신 차려보는것도 나쁘지 않다.

그의 정면돌파 인생 매뉴얼. 한번 읽고 시크하게 중얼거려 본다.

다들, 건투를 빈다, 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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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dra Heyer 지음 / Pearson Education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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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26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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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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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모든 자식들의 원죄에 대한 이야기.
엄마에게 기대며 동시에 밀어낸 우리 자신의 이야기.
아직 늦지 않은 이들에겐 큰 깨달음이 되고, 이미 늦어버린 이들에겐 슬픈 위로가 되는,
이 아픈 이야기. - 이적 (대중음악가, <지문사냥꾼> 저자)
 
   

신간을 읽어본것이 얼마만인지...

얄궂게도 마침 엄마는 시골에 내려갔고, 나는 빈집에 앉아, 엄마가 즐겨보는 그 연속극을 보지도 않은채 틀어두었다. 물을 마실때나 집에 들어올때 항상 못마땅하게 토를 달거나, 타박을 주며 차라리 보지 말라던 그 연속극 소리를 위안삼아 틀어두고는, 한구석에서 얼마전 시작했던 책을 읽다가 앞섶이 다 젖도록 결국 울어버렸다. 

나는 다 큰, 잘난척하는 딸이면서 눈물에 눈앞이 부옇게 되어 글줄이 더이상 읽혀지지 않는데도, 시선을 행간에 고정시킨채로 서럽게 울었다. 마치 엄마가 옆에있는듯 그 연속극 소리가 나를 위로하면서도 한없이 서럽게 만들었다. 세상에 엄마가 필요하지 않은 자식이 어디에 있을까.

이 소설은 그렇게 엄마를 잃어버린 때부터 시작한다.  

자식이 무섭게 자라고 자리를 잡고 또 늙어가는 동안,그 뒤안길에서 엄마는 점점 자식들에게 잊혀지고,... 엄마는 자식들에게나, 늘 집밖으로 내돌던 아버지에게나 언제나 그자리를 지키고있는 존재였는데, 그 자리에 있어 잊혀지는 존재였는데, 그런 엄마가 사라져버렸다. 엄마가 길을 잃었고, 자식들이 엄마를 잃어버렸다.

잊은 것의 댓가는 잃어버리는 것이 되었고,

자식들은 엄마의 부재로 인한 혼란스러움과 후회, 자책을 통해 엄마를 다시 기억해낸다. 자신들을 키워낸 켜켜한 세월을 지켜온 엄마가 생각이 날수록 잃어버린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후회가 너무도 큰 것은.. 정말로 가혹하게도 우리는 죽는 순간까지 엄마가 필요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너의 그 후회는 곧 나의 후회가 된다.

"엄마를 잃어버린지 일주일째다" 로 시작하는 큰 딸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라고 하지 않는다. '너의 엄마는 몇해 전부터 내 생일은 따로 챙기지 마라, 했다.' 라고 한다. '오빠가 너를 지명했다'라고 한다. 그 다음장인 큰 오빠의 이야기도 그렇다. 이 [너] 라는 지칭은 더욱 냉정하게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리고 그 자식들의 회상과 슬픔과도 한발짝 떨어진것 처럼 보이지만... 담담하게 너의 이야기를 하는 그 어조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자식들과 내가 같은 입장에서 듣는것 처럼 생각하게 한다. 나도 너의 엄마의 자식이기 때문일까.

자식들의 잊혀진 유년에는 따뜻하고 억척스러운 엄마가 있었다. 그 엄마가 그 애들을 그렇게 키우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을까. 나는 엄마를 얼마나 알고있었을까... 소같은 눈을 지닌 엄마는 평생을 부지런했고, 잊혀진채로도 끊임없이 자식을 돌보고, 새끼들을 먹였다. 엄마를 찾으며 기억을 되살릴때마다. 생각하지 않았던 일들이 재구성될때마다 그 뼈아픈 의미들이 자식들에게 오래된 편지처럼 전달된다. 자식들은 엄마가 필요해서 사랑했던걸까. 왜 엄마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았을까. 왜 엄마를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을까. 딸은 제 소설을 맹인들을 위해 점자로도 내는데, 글 읽지 못하는 엄마에게는 그가 딸인지도 모르는 이가 책을 대신 읽어준다.

엄마는 어떻게 엄마가 된것일까. 엄마도 누군가의 자식이었을텐데...

처음엔 배를 내어주고, 피와 살을 떼어내서 낳고, 젖을 물리고, 밥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고, 허리가 휘고, 마음을 졸이고, 눈물을 흘리고, 이를 깨물고, 돈을 벌고, 가슴을 잃고, 엄마가 되었기 때문에 엄마로 살았던 엄마는 참 힘들고 고단했다. 그래도 행복했다고 말한다. 니가 있어서 행복했던 날이 얼마나 많았냐...얘야 너는 그렇게 내게 좋은 기억을 많이 남겨준 사람이었다. 라고 담담히 말한다. 옛날집 마당까지 훓어보고 지난 삶 키워낸것들을, 마음 기댄 사람을, 고모와 막내딸을 돌아보고 옛날집 햇살같이 따뜻한 손길로 마지막 여전히 엄마다운 마지막 당부를 남기지만, 그 고단한 생의 마지막에 이제 그만 나를 놓아달라고... 죽어서도 이집에 묻히는것은 이제 싫다 고 한다.

"잘 있어요...... 난 이제 이 집에서 나갈라요."

서울역에서 엄마가 아버지의 손을 놓쳤을때, 자식들이 엄마를 잃어버린 그 날, 엄마는 그 집에서 나가 비로소 엄마라는 무거운 굴레를 내려놓고 세살짜리 딸로 돌아간다.

아무리 손주라도 내 자식 상하게 하는것은 싫더라는 엄마는 제 자식들을 키워내느라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채 뼈가 드러나도록 움푹 패인 상처를 안고 딸이 되어 엄마의 품에 안긴다. 엄마가 태어났다는 오래된 고향집 마루에서 이제 상처투성이가 되어 돌아온 제 딸을 안은 엄마는 슬픔으로 일그러진 얼굴이 되어 웃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다. 그 표정은 언젠가 죽은 아이를 낳아 안았던 바로 그 표정이었다.

그들은 조금씩 받아들인다. 골프를 치고 여행을 가고, 자식들을 키우고, 하지만 여전히 엄마를 잃어버린 서울역에서 우두커니 서있는다. 그리고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그 피에타 상 앞에서, 세상의 엄마에게 읊조린다.

엄마를 부탁한다고..

에필로그에서 막내딸은 나는 엄마처럼 할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단 몇시간만 있더라도 엄마가 한 모든일들을, 그걸 해낸 엄마를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엄마의 일생을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한다. 막내딸은 알고있을 것이다. 이제 그런말을 할 기회는 없다는 것을, 자신 역시 엄마라는 이름으로 숨겨진 이야기들을 담아둔채 묵묵히 자식들을 키워내고 살것이라는 것을...

발개진 눈으로 방문을 열었을때, 그자리에 엄마가 있었다면 이렇게 머리가 아프도록 많이 울지는 않았을 것이다. 

며칠후 엄마가 돌아오면 이번엔 내가 맞이하고 싶다. 이번엔 내가 기다렸노라고...

작가가 말하지 않는가..아직 기회가 있는자.

사랑할수있는 한 사랑하라.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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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일기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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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그녀의 작품들의 기발한 괴팍한 상상과, 뒤통수 치는 설정, 조금은 오만하고 발칙한 독설들을 참 좋아했었다.

하지만 이 소설에는 내가 바라는 것도, 새로운 것도 없다.

내가 무언가를 바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이 책을 자르고 평가하려했다면, 내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 나는 참 시원하고 기뻤을텐데. [제비일기]는 진부하기까지 하다.

캐릭터들은 벙어리처럼 자신에 대해서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그의 살인은 이상하지도 놀랍지도 않다. 주인공이 사랑에 빠진 소녀는 매력적이지도 않고, 그 경외로운 사랑은 신비롭지도 않고, 빠져들지도 않는다. 그렇게 이상한 캐릭터들은 진부하고 감흥없는 괴상한 아멜리표 스토리를 끌어간다.

최고의 미남,미녀배우가 또박또박 대사를 읽는 블록버스터 같은 책이었다.   

혹은... 내가 너무 바보이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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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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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단편집 작가 후기에 걸린 문구와 같은  "담배같은 소설" 아홉편.

그의 바램만큼 매캐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바램대로 아홉개피의 단편을 피워본다.

조금 쌀쌀한날, 나는 읽고,

글을 태우니 흰연기가 시선을 공기중으로 잡아끈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피어오르다 스며들며 비밀스럽게 사라지는 아홉편의 단편.  뭐 조금 그런 느낌.

담배를 피며 내뱉는 수다 뒤의 속내처럼, 천천히 가시는 담배의 뒷맛같은 궁금증을 느끼면서 말이다...

그 아침부터 이상하고 뒤틀렸던날,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

책에 실린 단편중에 가장 뒷맛이 남는 단편은 [바람이 분다]이다.

   
 

LP의 추억따위를 읊조리는 인간들을 나는 신뢰하지 않는다. LP의 음은 따뜻했다고, 바늘이 먼지를 긁을 대마다 내는 잡음이 정겨웠다고 말하는 인간들 말이다. 그런 이들은 잡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잡음에 묻어 있을 자신의 추억을 사랑하는 것이고, 추억을 사랑했던 자들은 추억이 없는 자들에 대해 폭력적이다. -p86. 바람이 분다.

 
   

막힌 사무실. 무미건조한 세계. 게임과 채팅, 밥벌이인 불법복제. 바쁘지도 않게, 힘들지도 않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게, 늘어지고 반복되는 이 어두컴컴한 지하, 디지털 세계에 여자가 찾아온다.

   
  일자리를 구해요. 아무것도 잘하는 게 없어요. 워드를 조금 치고 컴퓨터  통신은 채팅만 잘해요. 컴퓨터 프로그래밍은 몰라요. 잘 웃고 아주 가끔 우울해요. 종교도 없고 친구도 없어요. 야근 할수있지만 토요일은 일하고 싶지 않아요. 영화를 좋아하고 소설을 싫어해요. 바흐와 너바나를 좋아해요. 일터가 조용한 곳이면 좋겠어요. 호출기로 연락 주세요. p.78  
   

그리고 외로움도 없는 진공상태의 건조한 디지털 문장들 사이로 바람이 불고, 그들은 여행을 계획한다.

바람이 부는 아날로그의 세계는 냉정하고 선명하다. 그리고 이제 그는 표범이 왜 킬리만자로 만년설 정상에까지 올라가서 죽는지 알것 같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사방이 꽉 막힌 지하실인데도 바람이 분다.

그녀가 오지 않더라도 그는 아마 떠나지 않을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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