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현실에서 만드는 법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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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두자. Rutger Bregman. 네덜란드어로는 ‘뤼트허르 브레흐만’으로 읽는다고 한다. 뭐라 읽어야 할지조차 어색한 이 이름이 언젠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리에게 거스 히딩크나 하멜 포류기의 하멜처럼 익숙한 네덜란드 이름이 될지도 모르겠다. 

서두의 찬사를 읽는 것만으로도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이 활활 타오른다. 지그문트 바우만, 스티븐 핑커, …. 유럽 작은 국가의 젊은이가 낸 책에 이 정도의 사상가들이 찬사를 보낼 정도라니,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특히 마크 주커버그가 극찬한 책인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낸 스피븐 핑커의 추천사는 이 책의 핵심을 단 한문장으로 요약해낸다.


“진부한 논쟁과 케케묵은 좌우파의 상투적 주장에 지쳤다면 이 책이 펼치는 대담한 사고, 신선한 개념, 생생한 산문, 증거에 기초한 이 위대한 논쟁을 즐겨보라”


책은 5가지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제목에서 말하는 ‘유토피아’에 대한 역사적 사실부터 검토해보면서 낯설지만 친숙한 ‘그 곳’에 대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리한다. 본문은  브레흐만의 주장에 따라 1) 기본 소득 지급 2) 주당 15시간 노동 3) 국경 없는 세계라는 3개의 파트와 하위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은  ‘아이디어는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라는 10번째 챕터인데, 브레히만이 설정한 3가지 목표가 실현될 수 있는 유토피아라는 곳에 이르기 위한 ‘미친’ 아이디어가 어떻게 탄생하고 성장하고 만들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2017년은 우리 아니 선조가 꿈꿔왔던 유토피아인가? 

굶주려 고통 받는 사람보다 비만으로 괴로워하는 사람이 더 많은 시대,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보건과 교육 환경이 놀랍도록 개선되었으며, 150세를 넘어 어쩌면 영생을 누릴 수도 있는 시대에 막 접어들기 시작한 2017년은 과연 어떤 시대일까? 그러나 그 이면을 살펴보면 우리는 여전히 아니 어쩌면 더욱 황량한 시대를 살고 있다. 굳이 ‘헬조선’이 아니더라도 상당수 선진국 젊은이들은 불투명한 미래와 비참한 현실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고, 부모 세대는 자기 자녀가 자기보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데 이토록 힘든걸까? 어디로 가야하는 걸까? 어딘가 갈 수 있는, 가야만 하는 곳이 있기는 있는 걸까? ‘더 나은 세상’이라고 믿은 채 산업혁명과 정보혁명이라는 진보의 시대를 거쳐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가 만든 이 세상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유토피아가 필요한 것이다. 지금까지 성취해 올 수 있었던 것은 과거 선조들이 꿈꾼 유토피아가 있었기 때문이고, 우리는 그 사상을 물려받고 더 확장해 나가는 새로운 - 끊임없는 - 유토피아가 필요한 것이다. 완성된 형태으 유토피아가 아니라 상상과 희망이 살아 있는 그곳으로 저자와 함께 떠나보자. 책 제목은 ‘리얼리스트’라고 어쩌면 그는 ‘테러리스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테러가 해당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그는 사실 ‘로맨티스트’다. 



30대 초반이라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저자는 매우 능수능란하고 때로는 교묘하다. 

도발적인 제목과 내용을 던지면서 호기심 절반, 반감 절반을 일으키고는 이내 엉뚱한 이야기를 한참 한다. 뜬금 없이 50년 전 이야기, 500년 전에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한참 듣다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반감은 사라지고 그의 주장에 설득되고 매료되기 시작한다. 인터넷 댓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단순한 불평 불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건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그의 주장이 결코 외롭거나 새로운 것이 아니며, 이미 오래전부터 전세계 다양한 곳에서 논의되고 시행되어 온 것임을 밝히고 있다. 본인이 결코 미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동료와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선포하는 전략인 것이다. 그의 주장이 허튼 소리가 아니라는 것은 참고문헌 목록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느 논문 못지않게 두툼한 레퍼런스를 보고 있노라면, 그리고 요즘 책과 다르게 빡빡한 편집 디자인만 보더라도 결코 가볍게 씌여진 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요즘 주목받는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이라는 개념이 있다. 그 중 한 가지 핵심은 바로 프로토 타입(Prototype)이다. 프로토 타입이란, 최소한의 핵심 기능만을 담은 채 과연 그 기능이 소비자에게, 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계속해서 수정하고 보완해 나가기 위한 것이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기능을 담으려하다보면 결국 이도저도 안되고 덩치만 큰 괴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개념은 비단 App을 만들고자 하는 스타트업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 정책에도 적용될 수 있고, 개개인의 삶의 태도에도 반영할 수 있다. 모든 진보는 이렇게 작은 곳에서 시작했던 것이다. 이 책을 집어드는 그 순간이 당신 개인에게는 하나의 프로토타입이 될 수도 있고, 개개인이 모여 연대하고 꿈꾸고 확장해나가는 것도 프로토타입이 될 것이다. 당신은, 우리는 이미 유토피아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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