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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반양장) - 지금 우리를 위한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나쁜 사마리아인들’ 로 유명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과 장하준 교수의 신간이 나왔다. 경제학 ‘교과서’를 지향하고, 경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책이다.

영국의 가디언 지가 본 책에 대해서
‘경제학 입문서이자, 참고서이자, 간략한 세계 경제사. 과학이라 자처하는 경제학에 날리는 강력한 보디블로!'
라고 다소 우스꽝스럽게 평한 것처럼 이 책은 마지 정답이 하나만 존재하는 (자연) 과학과도 같은 경제학이 사실은 다양한 논쟁이 존재해 왔으며, 특정 상황에서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의 해법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비록 일상에 지친 힘든 상황일지라도 책임 있는 시민이라면 어느 정도의 경제학적 지식을 갖춰야 하며, 정치가들과 권력가들의 술수에 놀아지 않도록 깨어 있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그 첫 걸음을 위해서 바로 이 책 ‘ Economics The User’s Guide’를 출간한 것이다. 곧이 곧대로 해석하자면 ‘경제학 사용 설명서’라고 해야할까?



그의 전작들처럼 이 책은 처음부터 도발적이다. 아니, 장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그 어떤 전작들보다도 더 급진적인(radical) 책이다. 경제학이 무엇이며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논하기에 앞서, ‘이 책을 읽는 법’을 제시하여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사용 설명서’를 시작하고 있다. 책의 장점은, 흥미진진한 최신 사례를 숫자와 더불어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문학작품, 드라마(주로 그가 몸담고 있는 영국의), 영화 등을 인용하기도 하면서 경제학이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면서 동시에 인간 삶에서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역설하고 있다. 

중반까지는 경제학에 대해서 소개하며, 크게 분류된 9개의 학파를 하나하나 장단점을 짚어가며 특징을 비교하고 있다. 즉, 장교수에 따르면 경제학이란 이렇게 다양한 분파로 나뉘고 있으며 그 중 어느 하나가 절대적으로 옳거나 절대적으로 그른 것은 아니며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우선 깨달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2부 ‘경제학 사용하기’부터는 드디어 그의 급진적인 본성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생산, 소득, 행복, GDP, 금융, 불평등, 빈곤, 노동과 실업, 정부, 국제 무역 등 거시 경제학에서 다루는 다양한 주제를 하나하나 소개하고 현실을 진단하며 객관적으로 보이는 대안을 제시해 나가고 있다. 이 책의 불편함, 아니 장교수에 대한 불편함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그는 9개의 경제학 분파를 소개하면서 모두가 옳을 수도 있다는 황희 정승과 같은 태도를 보였지만 첨예한 현실의 개별 이슈 차원으로 내려가면 결국 신자유주의 혹은 신고전주의로 대변되는 일련의 정책을 비판하는데 상당수를 할애하고 있다.

물론, 그의 주장대로 어떤 의사결정에는 ‘정치적, 윤리적 판단은 항상 깃들어’ 있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그러한 가치 판단을 배제한 채 마치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분석’을 제공한다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는 믿어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점에서 그는 철저한 자가당착의 모순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양 극단의 경제학적 주장이 근거가 없다며 ‘모두까기’하면서 본인의 중도적인 입장이 그 대안이 된다고 살며시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의 ‘정치적 윤리적 판단’에도 강력한 근거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장하준 교수는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그의 전작들에 대해서 옹호론자와 비판론자가 동시에 존재했왔다. 이 책은 그가 그동안 펼쳐왔던 주장을 ‘교과서’라는 명목하에 에둘르고 있지만 사실은 더욱 강력하게 펼치고 있다. 물론 그의 주장대로 경제학은 물리학이나 생물학과 같은 (자연) 과학이 아니기 때문에 유일하고 엄정한 답안은 존재할 수 없으며, 따라서 객관적인 입장에서 경제학과 경제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대학의 교수로서 그리고 학자로서 ‘User’s Guide’를 내놓았을 때 거기에 지나친 편향성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에 죽자고 덤비는 것처럼 바보 같은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중립성과 객관성을 볼모로 한 ‘교과서’라는 이름을 빌려 이야기하는 그의 방식이 결코 편하게 받아들여질 수만은 없었다. 물론 그러한 일종의 급진적 꼼수의 불편함과는 별개로, 세계화, FDI의 효과에 대해서 의심을 품는 사람, 작은 정부 도입에 반대하는 사람, 소득세/법인세 인하에 반대하는 사람 그리고 민영화 등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봄직한 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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