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리퐁은 있는데 우유가 없다 - 가난은 일상이지만 인생은 로큰롤 하게!
강이랑 지음 / 좋은생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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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리퐁은있는데우유가없다


강이랑 작가님은 어린이문학 연구가이며 번역가, 동화를 쓰기도 한다. 책을 읽으며 9년의 일본생활이 작가님을 단단하게 만든게 아닐까 생각했다.

죠리퐁 이야기는 정말이었다. 연구직은 3개월에 한번씩 입금되기에 사정이 여의치 않았을 때 친구가 보내준 죠리퐁 한박스가 있었고 거기에 우유를 말아먹으면 한끼가 된다고 담담하게 서술했다. 밥 한끼와 죠리퐁과 우유 한끼로 하루를 버티다니...

책 표지의 '가난은 일상이지만 인생은 로클롤 하게!'가 무슨 뜻일까 싶었다. 그 뜻은 마지막 부록에 담겨있었다. 이 책의 부록에는 <그림책 함께 읽기>라고 해서 그림책을 몇 권 소개해놓았는데, 그 중 '로큰롤 한 기분'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_ 나는 그 후로도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로큰롤 한 기분'에 대해 생각해 본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열정, 자유, 순수, 신념을 지닌 삶의 모습이다. 나아가 서로를 구속하지 않고 나답게 살아가는 건강한 삶을 떠올린다. (p.143)

작가님이 표현한 '로큰롤 한 기분'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그림책에 대한 열정, 자유롭고 순수한 마음으로 주변인들과 맺는 연대, 지치지않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밀고 나아가겠다는 신념. 삶을 대하는 태도를 '로큰롤'하다고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오늘날 어쩌면 경제적으로 풍족한 사람은 많을지라도, 삶을 풍족하게 사람들과 나누며 사는 사람을 많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양다솔 작가님의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이 자꾸 떠올랐다. 그녀 역시 그랬으니까.    

_ 글쓰는 내게는 출판사가 골대나 마찬가지다. 수도 없이 공을 던졌지만, 골대를 맞고 엉뚱한 곳으로 튕겨 나가기 일쑤다. 그물망만 살짝 건드리고 빗나갈 때도 있지만 골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나는 계속 숫을 던진다.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던지다보면 언젠가 공이 들어갈 테니까. (p.62)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될 것이라는 믿음. 그 강한 믿음을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나에 대한 믿음이 결국 삶을 더 단단하게,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부여해주니까.  

응원하고 싶다. 강이랑 작가님의 삶을, 그림책에 대한 그녀의 마음을.

*좋은생각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그림책은 함께 읽어야 제맛이고, 다른 사람에게 읽어줄 때 빛을 발한다. 함께 읽을 때 내가 못 본 이미지가 보이고 스쳐 지나간 낱말이 내면으로 들어와 의미가 된다. 그림책은 관계를 이어 주는 매개체다. 그러니 그림책을 읽을 때만큼은 로큰롤한 기분을 갖자. 누구보다 자유롭고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람처럼. (p.143)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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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전고운 외 지음 / 유선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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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9명 작가님의 글 쓰는 마음에 관한 이야기다.

 

모두가 술술 글이 써지는 것은 아니다. 생각도 너무 많고, 글을 쓰고 싶지 않은 순간도 많고, 글이 안 써지는 핑계거리도 많다. 그렇다. 글쓰기는 원래 힘든 일이다. 

 

이석원 작가님이 밥벌이 작가로서의 고충을 말하는 글은 그 투덜거림 조차 앙증맞다. 글쓰기 전에 신경쓸만한 일을 정리하다보면 글은 못 쓴다는 점, 완벽한 날에도 글은 안 써진다는 점. 

 

'작가님, 글쓰기 뿐만 아니라 공부도 그래요. 시험 기간에는 책상 정리하다보면 하루가 다 가잖아요. 지극히 정상적인 거에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다혜 작가님의 글 <쓰지 않은 글은 아무것도 망치지 않았다> 역시 내 취향이다. 

 

_ 글쓰기로 밥벌이를 하는 일은 난처한 일의 연속이다. 글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삼은(속편한) 사람이라는 편견 아래 놓이곤 하지만 쓰고 싶은 글만 쓰고 싶은 대로 쓰며 사는 사람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신선처럼 사는 작가는 어디 있나? 세상 모든 일처럼 글 쓰는 직업에도 신비는 없다. 일을 하고 돈을 받는다. 유난할 이유는 없다. (p.77)

 

밥벌이 작가에 대한 고충을 이석원 작가님과는 다른 스타일로 풀어냈다. 그리고 회사에 입사해서 치열하게 글을 잘 쓰기 위해 선배들에게 묻는다.

   

_ 글 쓰는 사람들은 정답이 없는 상태에서 읽고 쓰고 안간힘을 쓰면서 원하는 무언가에 가까워지고자 한다. 그들은 답안지를 푼 게 아니라 답이 없는 질문을 붙들고 죽자 살자 매달려왔다. 그러니 지름길을 알려달라는 나의 요구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p.83)

 

그렇다.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갖고있다. 문제는 수학문제처럼 딱 떨어지는 풀이답안이 없다는 사실, 그래서 이다혜 작가님의 선배들도 많이 읽고 많이 쓰라는 대답밖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지금의 작가님의 내공은 그 당시 치열하게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하면서 쌓인 것 같다. 작가님의 책은 당연히 심지어 입담도 좋으시다. 뭐든지 그냥 되는 건 없나보다. 그간의 치열한 과정이 이 글에 담겨있어서, 이다혜 작가님이 엄청난 노력파였음을, 모범생처럼 내공을 차곡차곡 쌓으셨음을 알고는 더 좋아졌다. 

 

박정민 작가의 글도 위트가 있어서 좋았다. <쓰고 싶지 않은 서른두 가지 이유> 제목까지 너무 솔직하다.

 

이 책에는 9개의 글에서 가장 좋은 문구를 하나씩 발췌해놓았는데, 어쩜 내가 고른 문구와 거의 동일했다. 느끼는 감정은 다 똑같은가보다. 

 

 

*유선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누구나 쓸 수는 있지만 아무나 쓸 수는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나는 ‘누구나‘로 시작해 ‘아무나‘가 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는 과정 사이에 있는 것 같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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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의 부엌
김지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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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소양리 북스 키친' 같은 곳이 있다면, 이틀 정도 휴가내고 혼자 가고 싶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가끔 오후 반차를 내고 미술관에 가는 등 짧은 여유를 즐기는 편인데, 이런 북스테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편소설이지만 '소양리 북스 키친'에 들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편씩 소개되며 큰 줄기를 이룬다. <안녕, 나의 20대>는 대학교 절친이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각각 흩어져 지내다, 소양리에 모여서 이야기하는 4인방의 이야기다. 

_ 사총사의 세계는 점점 경계선이 많아졌다. 그리고 함께 모이는 시간도 점점 줄었다. 20대 초반에는 일상을 함께 하는 게 당연했지만, 20대 후반이 되자 각자의 행성을 개척해서 우주 정거장을 통해서만 교신이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p.72)

나 또한 그런 친구들이 있었다. 지금은 그 때 친구들과 연락이 거의 드물다. 하는 일이 다르고, 사는 곳이 다르고, 결혼 시기가 달랐고, 한참 키우는 아이들의 나이가 다르다. 그러다보면 결국 누군가의 장례식장에서 만난다. 그러면 또다시 우리는 대학교 이야기를 한다. 만나면 현재보다는 과거 이야기가 더 생생해진다. 그때 마셨던 술병을 세고, 우리가 갔었던 MT, 연애사 등등 놀릴 거리가 많아서 이야기의 끝이 없어진다. 20대를 추억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은 너무 감사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최적 경로와 최단 경로>에서는 예비 판사인 최소희가 갑상선암을 발견하고 한달 북스테이를 하러 소양리에 찾아온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삶, 좋아하는 것들을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된다.  

_ "그러니까 말이에요. 하아, 정작 내비게이션은 최단 거리라고 해서 섣불리 최적 경로라고 판단하지 않는데......." (중략) 소희의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처럼 '최적 경로'라는 단어가 밀려들었다. 인생은 100미터 달리기 경주도 아니고 마라톤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게 아닐까. 삶이란 결국 자신에게 맞는 속도와 방향을 찾아내서 자신에게 최적인 길을 설정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p.123)

사실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정해진 경로대로 길을 가다가 막히면 그 때부터 초조함을 느낀다. 그 외의 경로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혹은 멈춘 시간에 대한 공백을 우리 사회는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에. 

스타트업을 다니다 온 유진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시우도, 작곡가 꿈을 꾸던 형준도 소양리 북스 키친에 안주하려고 온 것은 아니다. 다들 자신의 삶에서 힘든 시기를 지나 그 공간에서 사람들에게 위로를 해주고, 자신도 위로를 받으며 자신에게 맞는 속도와 방향을 찾아나가는 중이다. 

성장을 하던 과거 사회에서는 평범한 누구나 사회의 일원이 되는게 쉬웠다. 그러나 성장이 더딘 현대 사회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자신의 꿈을 이루는게 어렵다. 몇년씩 취업을 준비해도 내가 원하는 직장인이 되는 것이 쉽지 않고, 원대한 꿈이 아님에도, 하루도 허투루 살고 있지 않음에도 평범한 일상을 사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이런 공간이 필요한게 아닌가싶다. 우리 모두 잊고 있었던 사랑의 흔적을 찾아내면, 다시 기억한다면 힘을 내고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소양리 북스 키친'을 찾았던 이들이 결국은 그러한 기억을 찾고 한발 한발 내딪는 모습이 내게는 힐링이었다. 정말로 어딘가에 이런 곳이 존재할 것 같다. 꼭 북스테이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나만의 공간이.    


*쌤앤파커스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북스 키친은 말 그대로 책들의 부엌이에요. 음식처럼 마음의 허전한 구석을 채워주는 공간이 되길 바라면서 지었어요. 지난날의 저처럼 번아웃이 온 줄도 모르고 마음을 돌아보지 않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맛있는 이야기가 솔솔 퍼져 나가서 사람들이 마음의 허기를 느끼고 마음을 채워주는 이야기를 만나게 됐으면 했어요. 그리고 누군가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글쓰기를 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 P227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은 흔적에 기대서 살아가는 존재인지도 몰라." (중략) 누군가의 비난을 견뎌낼 수 있는 용기가, 이어지는 실패와 거절의 하루를 꾹 참고 지나 보낼 수 잇는 인내가 평생 누군가에게 사랑받은 흔적으로 가능한 것이다. 사람은 불완전하고 사랑은 완전하니까.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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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오렌지
후지오카 요코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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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위암 선고를 받은 33세의 료가와 그를 둘러싼 이야기다. 료가, 동생 교헤이, 엄마 도코, 동창 야다의 관점에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료가는 특출나게 남의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보면 누구나와 잘 어울리는 그래서 때로는 쉽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를 의지하는 가족들, 동창, 심지어 아르바이트생까지도 그에게 마음을 털어놓는다. 


그는 위암선고를 받고나서야 자신이 다른이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특히 교헤이가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당시, 료가와 비밀을 공유하며 부모에게 밝히지 않기로 결심하며 끈끈한 우애를 다지는 형제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뭉클해진다. 


책제목이 왜 '어제의 오렌지'일까 생각했다. 료가는 아빠가 사준 오렌지색 등산화를 신고 나기 산을 등산하던 중 조난을 당하고, 교헤이와 등산화를 바꿔 신어 료가는 동상에 걸리고만다. 또한 료가가 겨울에 감기에 걸려 아플 때마다 엄마는 할머니집 정원의 귤을 따다가 속껍질까지 까준다. 또한 료가는 레스토랑에서 귤나무를 키우는데, 결국 귤이 열리고, 다카나는 료가에게 이를 전해준다. 료가가 마지막으로 조난당했던 산을 다시 오를 때, 그가 느끼는 감정들 또한 이를 표현하는 것 같았다


이 책에서 오렌지색은 따뜻한 추억을 생각나게 한다. 나와 너, 누군가에게 전해지는 애틋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느낌이다. 어제의 오렌지, 우리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 향유하며 기대어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달로와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왜, TV 리모컨 같은 데 보면 5번 부분에 작은 돌기가 나 있는 거 몰라? 눈이 불편한 사람도 거기가 5번이라는걸 알고 조작이 가능하게끔. 그리고 어두울 때도 알아차릴 수 있게끔 말야. 유니버설 디자인이라고 하는 것 같더라고. 료가 군은 어려울 때 저절로 찾게 되는 사람이야. - P321

나는, 나답게 살아온 것이다. 아등바등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주위 사람들과 진실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다. 리모컨 5번 버튼에 난 조그마한 돌기, 그것이 자신의 역할이었다. ‘다들 의지했었다‘는 말은 야다의 빈말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자신에게는 분명히 마음둘 곳이 있었다. - P336

등산로와 산을 뒤덮은 나무들과 하늘이, 오렌지색으로 불그스름히 물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곳이 현실 세계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이미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아픔과 권태감마저도 희미해져 가는 듯했다. 슬픔과 공허함조차 멀어져 가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시간, 조약돌이 바다에 가라앉듯 의식이 서서히 흐려져 갔다. - P363

어제의 오렌지, 지난날의 오렌지빛은 우리 마음에 불그스름한 사랑의 자국을 남긴 채 또 하루를 살아내게 할 것이다. - P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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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엄마
김하인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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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아들 중 막내인 김하인 작가님, 엄마가 돌아가신 후 유품 정리를 하면서 형들에게 엄마에 관한 기억을 묻는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수집해서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하셨고, 이 책은 바로 엄마를 추억하는 에세이다. 


시대가 다르다. 아궁이불을 떼우고 장터가 서고, 리어카를 끌고 정미소에 가서 왕겨를 얻어와 겨울 채비를 하는 70-80년대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래서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그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엄마를 향한 마음은 과거나 지금이나, 딸이나 아들이나, 모두 한결 같다. 자신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나은 생활을 하길 바랬고, 자기 몸 돌보기보다는 자식들을 위해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했다. 그리고 아빠는 한결같이 온전히 가장으로서의 역할만 했기에, 자식을 챙기는 역할은 오롯이 엄마였다. 그래서 아버지라는 호칭은 쓰지만, 어머니라는 호칭은 쓰지 않고, 엄마라고 부르는게 아닐까 싶다. 엄마를 향한 애틋함이 깊을 수밖에 없다.


김하인 작가님이 에필로그에서 폐암말기의 엄마와 이별하는 과정에서도 자식으로서 엄마를 다 헤아리지 못했던 미안한 마음이 잔뜩 배여있었다. 아마 모든 자식들이 그러할 것이다. 충분한 시간이란 없다. 있을 때 잘해야한다. 

우리가 엄마를 추억하는 시간이 어렸을 적에 머무르는 이유는 성인이 된 후에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기 바빠서 아닐까. 가정을 꾸리고 나면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이지, 같이 생활하지 않고, 또한 각자의 삶을 살아가기에 추억을 쌓을 시간조차 없는 것 같다. 

회사생활한지 6년쯤 되었을 때 엄마랑 번개처럼 떠났던 파리가 떠올랐다. 에어비앤비에서 구한 숙소는 시내 몇백년된 건물의 3층에 위치했다. 우리는 캐리어를 끌고 그 좁디좁은 계단을 올랐고, 에펠탑이 보이는 잔디밭에서 와인을 마셨다. 그리고 결혼하기 전 갔던 하와이에서는 템플스테이를 했고 마침 설날이라 떡국을 먹었다. 그리고 스노쿨링을 인생 처음으로 함께 했다. 엄마는 파리와 하와이가 텔레비전에 나오면 그렇게 이야기한다. 나와 여행갔던 그 때를.

지금은 아이가 둘이라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은 육아와의 전쟁일 뿐이다. 애들이 조금 더 크면, 엄마와 단 둘이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만의 시간을 갖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도 잘 해드려야한다. 충분한 시간이란 늘 없으니까. 

*쌤앤파커스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엄마는 벌거숭이 내 몸만 낳은게 아니다. 삶에서 지천이던 본인의 슬픔과 고난, 햇살 스민 미소와 넉넉한 기쁨으로 내 영혼까지 싹을 틔우고 키우셨다. 내가 가지고 태어난 영혼은 자생적인 것이 아니라 엄마가 본인의 피와 땀이 서린 마음으로 키운 거라는 것이 내 온몸에 느껴져 오자 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 - P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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