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엄마
김하인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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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아들 중 막내인 김하인 작가님, 엄마가 돌아가신 후 유품 정리를 하면서 형들에게 엄마에 관한 기억을 묻는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수집해서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하셨고, 이 책은 바로 엄마를 추억하는 에세이다. 


시대가 다르다. 아궁이불을 떼우고 장터가 서고, 리어카를 끌고 정미소에 가서 왕겨를 얻어와 겨울 채비를 하는 70-80년대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래서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그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엄마를 향한 마음은 과거나 지금이나, 딸이나 아들이나, 모두 한결 같다. 자신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나은 생활을 하길 바랬고, 자기 몸 돌보기보다는 자식들을 위해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했다. 그리고 아빠는 한결같이 온전히 가장으로서의 역할만 했기에, 자식을 챙기는 역할은 오롯이 엄마였다. 그래서 아버지라는 호칭은 쓰지만, 어머니라는 호칭은 쓰지 않고, 엄마라고 부르는게 아닐까 싶다. 엄마를 향한 애틋함이 깊을 수밖에 없다.


김하인 작가님이 에필로그에서 폐암말기의 엄마와 이별하는 과정에서도 자식으로서 엄마를 다 헤아리지 못했던 미안한 마음이 잔뜩 배여있었다. 아마 모든 자식들이 그러할 것이다. 충분한 시간이란 없다. 있을 때 잘해야한다. 

우리가 엄마를 추억하는 시간이 어렸을 적에 머무르는 이유는 성인이 된 후에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기 바빠서 아닐까. 가정을 꾸리고 나면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이지, 같이 생활하지 않고, 또한 각자의 삶을 살아가기에 추억을 쌓을 시간조차 없는 것 같다. 

회사생활한지 6년쯤 되었을 때 엄마랑 번개처럼 떠났던 파리가 떠올랐다. 에어비앤비에서 구한 숙소는 시내 몇백년된 건물의 3층에 위치했다. 우리는 캐리어를 끌고 그 좁디좁은 계단을 올랐고, 에펠탑이 보이는 잔디밭에서 와인을 마셨다. 그리고 결혼하기 전 갔던 하와이에서는 템플스테이를 했고 마침 설날이라 떡국을 먹었다. 그리고 스노쿨링을 인생 처음으로 함께 했다. 엄마는 파리와 하와이가 텔레비전에 나오면 그렇게 이야기한다. 나와 여행갔던 그 때를.

지금은 아이가 둘이라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은 육아와의 전쟁일 뿐이다. 애들이 조금 더 크면, 엄마와 단 둘이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만의 시간을 갖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금도 잘 해드려야한다. 충분한 시간이란 늘 없으니까. 

*쌤앤파커스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엄마는 벌거숭이 내 몸만 낳은게 아니다. 삶에서 지천이던 본인의 슬픔과 고난, 햇살 스민 미소와 넉넉한 기쁨으로 내 영혼까지 싹을 틔우고 키우셨다. 내가 가지고 태어난 영혼은 자생적인 것이 아니라 엄마가 본인의 피와 땀이 서린 마음으로 키운 거라는 것이 내 온몸에 느껴져 오자 나는 참을 수가 없었다. - P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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